새 것은 아니지만 작은 위로는 됩니다
저는 상담 대학원에서 자아초월상담을 공부했습니다. 가끔 ‘자아초월상담이 뭐예요?’ 묻는 분도 있고 ‘자아초월상담은 왠지 어려울 거 같아요’ 하시는 분들도 가끔 만납니다. 저 자신도 자아초월상담 대학원에 입학 지원서를 쓰기 직전까지 ‘초월’도 ‘상담’도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초월에 꽂혀서 자아도 제대로 못 챙길까봐, 나도 어떻게 못하면서 남을 변화시키는 게 가능은 할까 좀 두려웠습니다.
자아초월상담은 자아초월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을 기반으로 한 상담입니다. 좀 더 직역에 가깝게 초개인심리학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통적인 심리학이 ‘개인의 자아’를 대상으로 한다면 ‘자아초월심리학’은 사회과학인 심리학의 범주에서 배제됐던 영적인 영역까지 대상으로 한다는 부분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보는 개론서 중에 ‘자아초월심리학과 정신의학’이란 책이 있는데 그 책 역자 서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영성을 기존의 종교에 엮어 넣지 못하는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 그들은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진 않기 때문이다. 물론 영적이면서도 종교적인 사람도 있으며 이들은 아주 행복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만큼만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해의 틀을 제공받는다는 것은 실로 중요하다’는 구절을 읽으며 오랜 동안 나 스스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어떤 부분을 이해받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아초월상담심리학을 최근에 각광받는 4세대 상담심리학이라고도 하지만 학문으로 범주화한 게 그렇다는 거지 ‘해 아래 새 것이 없나니---’라는 전도서의 구절처럼 사람을 생물학적인 존재이자 동시에 영적인 통합된 존재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시각은 전통적인 지혜 속에 녹아있습니다. 자아초월 심리학이라는 이름이 좀 낯설지는 몰라도 막상 알고 보면 나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좀 더 편안하게 담아낼 수 있는 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배우고 있는 포커싱도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경험해 보니 편안하고 좋아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작은 지면에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포커싱은 몸에 느껴지는 무의식의 신호가 나타내는 심리적 불편감을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신체감각의 변화를 경험하고 동반되는 정서변화를 경험하는 심리치료입니다.
포커싱 기법을 만든 유진 젠들린은 칼 로저스와 함께 시카고대에서 교수를 하며 인간중심 상담을 했습니다. 수 천 건의 방대한 상담 녹음을 분석해보니 상담 효과가 유난히 좋았던 내담자들은 상담 초기부터 자신의 생각을 분석하고 비판하기보다 신체감각과 내적인 변화에 민감한 경향이 뚜렷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내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과정에서 포커싱 과정이 생겨나고, 상담자와 내담자가 아니라 무료로 함께 포커싱을 할 수 있는 포커싱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책으로만 볼 때는 놓치기 쉬운데 실습을 해보면, 자신의 내적 체험과정을 알아차리고 신체감각이 변하는 경험(Body Shift)을 하기 위해서는 여유와 따뜻함, 가벼운 태도가 필요합니다. 서로 함께 이런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그저 표면적인 상냥함이나 친절, 안 괜찮지만 괜찮은 척으론 부족하고 정말 괜찮아지는 과정, 스스로 편안해지면서 따라오는 자연스러움과 친절함이 필요하다보니 몸을 이완하듯, 점점 더 힘을 빼며 정말로 조금씩 더 편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로저스처럼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공감의 힘과 공감 받는 기쁨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아진 것처럼 젠들린처럼 포커싱을 할 수는 없더라도 오늘도 애쓴 나 자신, 우리 서로를 위로하는 한줄기 바람처럼 기꺼워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