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공감마당]

9bdbc4

[포토 에세이] 매미

posted Jul 28, 2020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포토에세이-김중백_resize.jpg

 

 

[포토 에세이] 매미

 

 

돌림병을 멀리해 숨어 산 지 어느새 반년. 창밖에 매미 한 마리 날아왔다.

 

예전 창문에 붙은 매미를 까마귀가 물어가는 모습을 보고 겨우 며칠 사는 매미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단 한 번의 만남을 위해 몇 년을 땅속에서 지낸 매미를 딱히 여겼다. 이제 우리는 거리에서 역병이라는 까마귀에 물려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진다. 마치 땅속 굼벵이와 같은 삶을 살게 되자 누구도 매미를 쉬이 안쓰럽게 볼 수 없다.

 

매미는 몇 년을 기다려 날아올라 며칠 동안 끊임없이 울어댄다. 오랜 기다림 속에 꿈꿔온 만남을 위해 다른 매미를 목이 터지도록 부르짖는다. 수많은 세월 어둠 속에서 지켜온 침묵에 보상이라도 받는 양 밤이고 낮이고 마음대로 목청껏 외친다.

 

바깥을 돌아다녔을 때 많은 지식인은 SNS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걱정하고 비난하고 계몽하려 했다. 어두운 방에서 진짜 삶이 아닌 가짜 삶을 사는 것뿐이라 깎아내렸다. 그런데 이제 SNS는 우리에게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되었다. SNS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마치 꽁꽁 묶여 어두운 독방에 감금된 죄수와 같은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명한 어른들도 마스크를 쓰고, 두 팔 간격을 두고서라도 밝은 밖으로 나가 진짜 사람을 만나라고 충고하지 못한다.

 

사소하고 시시하고 별것 아닌 것이 언젠가는 대단하고 중요한 무엇이 될 수 있다. 사회를 좀먹고 아무짝에도 쓸데없다고 비난받던 무엇이 위기에 우리를 위로하고 기댈 수 있게 해준다.

 

매미는 까마귀에 물려가지 않고 어디론가 누군가에 날아가 버렸다.

 

김중백-프로필이미지.gif

 


  1. [포토에세이] 달걀귀신

    [포토에세이] 달걀귀신 어릴 적 무수한 괴담 속에서 가장 난해한 귀신은 얼굴 없는 달걀귀신일 것이다. 핏발선 눈도 피 묻은 살점이 잔뜩 낀 날카로운 이빨도 없어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여자 귀신을 우리는 무서워했다. 얼핏 보기에 아무런 해를 끼칠 것 같...
    Date2020.11.30 Views348
    Read More
  2. [포토에세이] 솥

    [포토에세이] 솥 서울에서 태어난 저는 무쇠솥에 대한 향수는 없지만 양은솥에 대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솥에서 뭉실뭉실 피어나는 작은 구름이 어릴적 소박한 부엌을 불러옵니다. 연탄불에 놓인 하얀솥,겨울은 따스한 물과 음식을 제공하는 보일러였고 여름...
    Date2020.11.01 Views297
    Read More
  3.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의 기원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의 기원 최근에 유럽과 중앙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코카서스 지역의 나고르노-카라바흐(이후 '야르차흐 공화국'으로 개명함)를 둘러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분쟁은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 협정이 체결되기는 했지...
    Date2020.10.31 Views342
    Read More
  4. [포토에세이] 장독

    [포토에세이] 장독 우리는 아파트를 짓고 땅에서 멀어졌다. 사람이 땅에 살기 시작하면서 땅은 사람을 포근히 감싸주었다. 땅을 파고 기둥을 세워 짚을 덮어 집을 만들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했다. 다람쥐처럼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을 것도 땅속에...
    Date2020.09.29 Views391
    Read More
  5. 영화 <뮬란>과 중국 소수민족 문제

    영화 <뮬란>과 중국 소수민족 문제 최근에 중국 남북조시대 때 북방 유목민족에 맞선 한족 여성의 야사로 중국과 대만에서 드라마로도 널리 제작된 <화목란(화무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영화제작사 ‘월트 디즈니’(메카시즘이 한창이던 ...
    Date2020.09.29 Views517
    Read More
  6. [포토 에세이] 各自圖生(각자도생)

    포토 에세이 : 各自圖生(각자도생) 도로가 고막을 찢어버릴 듯 사나운 경적을 울린다. 회색 먼지와 검은 연기가 숨을 막는다. 부서진 돌은 땅을 향해 모래무덤을 만들고 골재가 된 모래는 아파트가 되어 자본의 욕망이 되었다. 그리고 일부는 아스팔트가 되어...
    Date2020.08.28 Views313
    Read More
  7. [포토 에세이] 매미

    [포토 에세이] 매미 돌림병을 멀리해 숨어 산 지 어느새 반년. 창밖에 매미 한 마리 날아왔다. 예전 창문에 붙은 매미를 까마귀가 물어가는 모습을 보고 겨우 며칠 사는 매미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단 한 번의 만남을 위해 몇 년을 땅속에서 지낸 매미를 딱...
    Date2020.07.28 Views347
    Read More
  8. [포토에세이] broken Sand - a low voice

    [포토에세이] broken Sand - a low voice 폐쇄된 야적장 모래 버려지다 부서지다 묻히다 늦은 저녁, 먼지가 되어 자유를 찾다 아침부터 세우가 잔잔한 물안개를 만들고 있었다. 코끝에 걸려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와 뚝방길에 떠다니는 촉촉한 하얀모래는 덤이...
    Date2020.06.29 Views379
    Read More
  9. [포토에세이] 매일 산에 오르는 사람

    [포토에세이 ] 매일 산에 오르는 사람 어느 여름날 저녁 동대문 등산용품점. K씨는 어스름한 가게 앞길을 두리번거린다. 길거리 가득한 퇴근하는 회사원들 속에서 혹시 헛걸음질 칠지 모를 손님을 찾는다. K씨는 가게 셔터를 내리고 쭈그리고 앉아 등산화끈을...
    Date2020.05.27 Views495
    Read More
  10. [포토에세이] 미사리- broken sand

    [포토에세이] 미사리- broken sand 퇴근 후 붉게 노을 지며 사라지는 빛은 황홀하다. 마을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고 영화다. 아침은 달달한 로맨스로 시작해 저녁은 ‘시네마 천국’의 토토와 알프레도의 대화로 소박하게 하루를 마감한다. 미사리는...
    Date2020.04.27 Views28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