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우리가 모르는 것, 우리가 아는 것
우리는 모른다.
소파에 누워 동물의 왕국을 보며 동물이 얼마나 배고픈지 모른다. 얼마나 목마른지 모른다. 한 줌 풀을 뜯는 일이 한 모금 물을 마시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모른다.
전염병을 막으려고 산채로 묻히는 돼지의 두려움을 우리는 모른다. 흙에 덮이면서 울부짖는 목구멍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냇물이 되어도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모른다.
국제 뉴스에서 죽은 부모 옆에서 울다가 흰옷, 흰 마스크로 휘감은 사람들에게 끌려 나오는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모른다. 죽거나 낫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격리된 사람들이 창살을 붙들고 내다보는 눈에 비친 두려움을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안다.
언제 어디서 병이 옮을지 몰라도 마스크 한 장에 떨리는 입술을 감추고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우리는 안다. 굶어 죽을지 병에 걸려 죽을지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안다.
우리는 안다.
병에 걸려 아파도 죽어도 살아나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보다 괴롭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병이 몸을 죽이기 전에 외로움이 우리를 죽인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우리는 안다.
배고픈 새가 청계천 얼음물 속에서 물고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우리는 안다. 시멘트 수로를 흐르는 수돗물에 물고기가 어찌 있을까 생각하며 그 고통을 안다.
우리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