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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황제의 딸’과 중국 소수민족 문제. 그리고 양안관계

posted Nov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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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황제의 딸’과 중국 소수민족 문제. 그리고 양안관계 

 

 

서론 : 박사논문을 쓰던 와중에

 

올해 9월에 신장위구르자치구 민족문제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다가 기분 전환을 할 겸, 2011년에 제작된 드라마 ‘신(新)황제의 딸(원제 ’신환주공주, 新還〔간체자로 还〕珠格格)’을 봤다. 

 

중국 사천성 출신의 대만의 저명한 소설가 경요가 쓴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이 소설은 중국과 대만은 물론, 한국, 당시에도 중국과 사이가 안 좋았던 몽골, 베트남,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었었다. 나무위키에 인용된 내용에 따르면, 대만과 중국이 ‘대만 독립’ 문제로 갈등이 일어나던 중에도 이 드라마에 환주공주 제비 역할을 맡은 조미 등 중국 배우와 ‘명주공주 자미’ 역할을 맡은 임심여 등 대만 배우 모두 출연하고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양안 관계를 안정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동시대에 한반도에서도 6.15 공동선언 이후의 불완전한 화해 분위기가 전개되었지만, 양안관계처럼 드라마나 영화를 공동으로 창작하는 등 인적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부러웠다.)

청소년 때 이 드라마를 좋아했던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1999년과 2000년에 인천방송에서 방영한 ‘황제의 딸’을 인상 깊게 봤고, 대학 전공을 중국학을 선택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서 나는 2015년 신장 위구르족의 저항에 대해 석사논문을 썼다. 이를 계기로 청소년 때보다 더 중국의 소수민족인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더 넓게 러시아가 지배했던 중앙아시아 지역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다가 그 어느 때보다 2011년에 리메이크된 이 드라마에서 구작과 달리 위구르인 배우 메디나 메메트(중국어: 마이띠나 마이마이티)가 연기한 향비(위구르어로는 이파르한이다. 실제 건륭제의 황귀비인 화탁씨 용비라는 인물이 존재했는데, 이 인물을 토대로 1911년 신해혁명 이후 중화민국에 반대하는 위구르인들 사이에서 건륭제에 저항한 위구르 여성으로서 ‘향비’ 신화가 만들어졌다.)와 그의 애인 마이단(중국어 번역 마얼단, 구편의 ‘몽단’이란 이름보다 더욱 아랍-중앙아시아적인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구편과 마찬가지로 중국인 배우가 역할을 맡았다.)의 위구르어 대화에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비록 위구르어를 모르기에 드라마에 나온 번역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중국 소수민족과 다수민족인 한족(이하 중국인)의 통합을 통해 ‘중화민족’을 만들려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의 관점에서 이 드라마에 주목했다. 

 

본론 : 드라마를 본 감상- 중국 문화를 동경하는 서양인의 등장과 몽골에 대한 내용이 많아지다.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에 감상은 다음과 같다.

드라마와 구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생소한 외모로 인해 청 황실과 일반 중국인들의 냉대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중국문화를 존중하는 건륭제의 궁정화가인 이탈리아계 영국인 벤자민이 등장한다는 점이다.(그 결과, 청 황실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suprise’와 같은 약간의 영어를 구사하고, 코코아를 마시는 설정이 생겼다.) 그는 실제 청 황실의 궁정화가로 근무하면서, 건륭제와 용비의 초상화를 그렸던 이탈리아 선교사 낭세녕(원명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그런데 중국인 배우가 역할을 맡았으며, 단 한마디의 외국어를 구사하지 않는다.)의 제자로 건륭제의 다섯째 아들 만주어로 영기(만주어: 아이신기오로 영키. 젊은 나이인 25세에 죽은 실존인물. 드라마에서 ‘영기’로 등장.)처럼 제비를 좋아하지만 자신은 외국인이고, 친구이자 상관인 건륭제의 다섯째 아들 영기와의 관계 때문에 제비와 깊은 우정을 유지하는 것으로 만족한다(중국의 경제적 부상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 정부와 정말 대조적이다.).   

 

그리고 구작과 달리 향비와 전형적인 중국의 한 지역인 제남 출신의 선비 집안의 여성 하우하와 만주인 건륭제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 자미와 자미의 공주 책봉을 돕다가 건륭제에 눈에 띄어서 수양딸이 된 평민 출신의 한족 제비가 위구르 여성의 의상을 입은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신작에서는 구작과의 변화 못지않게 소수민족의 중국과의 동화를 강조하는 중국 소수민족 정책이 조금 더 반영된 것 같다. 

 

가령, 향비는 아버지를 따라 북경에 왔을 때 청 황실에 잘 보이려고 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신의 이슬람교적 신념과 다르게 청 황실에서 믿는 불교 벽화를 배경으로 날아다니는 선녀의 모습으로 춤을 추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구편에서 “나라를 멸망에서 구하기 위해 베이징에 왔다.”고 말하는 내용이 빠졌다. 그리고 구편의 향비 아버지는 최소한 자신의 딸에게 부끄러워서 그런지 딸에게 절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신편에서 몽골인 배우가 분장한 아버지는 그런 장면을 연출하지 않았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위구르’라는 단어가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구작과 달리 몽골에 관한 내용도 많아졌다. 내몽골자치구에서 촬영한 것은 물론이고,  티베트의 새아 공주가 몽골 공주로 등장하고, 북경에 거주하는 몽골 왕자와 만주 공주가 나오면서, 청 황실이 지금의 내몽골을 지배한 칭기즈칸 가문의 왕족과 결혼함으로써 몽골의 대칸을 겸임했다는 점에서 명목상이나마 몽골과 만주의 연합정권이었던 청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드라마에서도 등장하는 훗날 가경제가 되는 십오왕자의 어머니 영(귀)비가 청의 역사 통틀어서 유일하게 최고 지위에 오른 한족이었다. 그리고 경요가 구작에서 젊은 나이에 죽은 걸로 설정했지만, 신편에서는 살아있는 것으로 설정해서 평민인 제비를 싫어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영기의 어머니 커리예트씨 유귀비 역시 드라마에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몽골인이다. 그리고 몽골인들은 남녀평등 성향이 강하다는 내용(그래서 황태후는 평등 의식이 강하고, 청 황실 예법에 적응하지 못한 평민 출신의 제비를 건륭제의 친자녀가 아니란 이유로 그와 ‘어울리는’ 몽골의 한 왕자와 결혼시키려는 내용도 나온다.)과 잠시나마 몽골의 결혼풍습도 등장한다. 이는 티베트자치구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달리 한족이 더 많이 거주하지만, 2011년과 2020년에 대규모로 일어난 내몽골자치구의 몽골인의 항의시위와 같은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을 고려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의 작가 경요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그는 중국 사천성에 태어나서 부모를 따라 공산당을 피해 대만으로 이주한 외성인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성공한 사람이기에, 최근에 대만 대선에서 ‘대만의 트럼프’로 불린 한궈위 국민당 후보를 지지할 정도로 ˝공산주의˝를 절대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대만 출신 대만인으로 국민당에 비판적인 내성인의 지지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단절을 주장하는 차이잉원을 진심으로 지지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 1편과 2편을 제작했던 1998년과 1999년, 3편을 제작한 2003년과 달리, 미국과 달리 2008년 세계경제위기의 타격을 덜 입고, 일본을 따라잡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의 위상을 고려해서 이 드라마를 제작한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에 대해서는 한족을 중심으로 하는 중화 민족주의적 관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구작에서 제비의 원래 부모님이 건륭제의 반청 성향의 부유한 한족 집안이었는데, 친오빠 소검로부터 부모님이 건륭제가 일으킨 문자옥 사건으로 사망한 것을 알게 된 제비가 건륭제에게 잠시 증오심을 가졌다가 결국 용서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신작에서는 제비 부모에게 원한을 가진 지역 관리가 제비 부모를 무고하게 죽인 것을, 건륭제가 진상을 조사해서 제비 남매의 억울함을 푸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비가 자신의 친오빠 소검과 벤자민이 정착한 대리(지금의 운남, 귀주, 광서장족자치구)는 한족과 소수민족이 갈등 없이 사는 지역을 묘사된다. 중국인과 청 황실의 차별을 받았던 벤자민도 대리에서는 아무런 차별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대리지역은 청은 물론 중국 공산당이 집권할 때까지 소수민족의 저항이 거셌던 지역이었다. 비록 이후의 저항은 사라지긴 했지만, 시진핑의 전임 지도자인 후진타오 지도부 때 추진한 낙후된 서부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서부대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신장, 티베트와 함께 발전한 지역으로 소수민족과 자연을 활용한 관광사업으로 유명하다. 

 

이 점에서 경요가 꿈꾸는 중국은 옛 청의 영토를 그대로 계승한 중국을 지배하는 현 중국 공산당과 통일을 지향하는 대만 국민당과 마찬가지로 소수민족의 독립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인 것 같다. 그리고 향비가 살던 신장 남부와 서몽골을 지배하면서 청에 대항했던 서몽골 계통의 준가르 칸국을 정복할 때 준가르인을 학살한 건륭제의 남순에 대해서도 일부 한족 백련교도의 반발을 부정적으로 다룬다(여담이지만, 이를 계기로 준가르 칸국이 신장 북부의 오아시스 농업 발전을 위해서 이주시켰던 위구르인들이 지금까지 신장 북부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족이 되었다.). 이는 경요가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부터 1990년대까지 중국 대륙에서 한족의 반청 반란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자주 나온 것과 매우 다르다. 마지막으로 서양인 벤자민이 영기와 제비가 극적으로 대리에서 재회한 이후에 조용히 떠나는 장면과 벤자민이 직접 제비와 자미, 건륭제와 낭세녕까지 함께 유교 경전인 예운대동편을 합창하는 것을 지휘하는 장면은 ‘공자학원’으로 상징되는 중국의 문화 전파 기관과 ‘적의 적은 친구’라는 진영 논리로 중국을 지지하는 일부 ‘친중파 서양인’의 모습을 보여서 아쉬웠다.

 

마무리하며 : 2021년 현재

 

드라마가 만들어진 2011년 이후에 집권한 시진핑 지도부는 강화된 국력에 부응하는 중국몽과 여러 나라와의 교류를 추진하는 일대일로 추진하는 한편, 서방에 대해 공공연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 정권에 반대하는 중국 내의 노동운동, 학생운동과 홍콩의 민주항쟁을 친서방파 활동가로 몰아서 탄압하고 있다. 

 

(신)황제의 딸을 통해서 성공한 중국과 대만의 배우들 역시 이러한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신황제의 딸에서 우정출연으로 자미의 어머니 역할(구편에서도 자미와 어머니 역할을 병행)도 한 임심여는 자체 영화제작실을 운영할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양안관계가 냉각된 이후에도 대만 독립론자들이 선호하는 지방방언을 더 잘하기에 중국과 대만의 표준 중국어 구사를 서투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남태평양에서의 영토분쟁에서 중국 편을 드는 등 친중파 배우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대만에서 출연한 일부 친중파 대만인에 의해 드라마가 ‘대만 독립’을 추구한다는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대만독립론자로 중국 영화당국에 고발당해서 중국에서 영화 상영이 금지당하는 화를 당해서 현재 대만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황제의 딸을 통해 성공한 중국의 배우 조미 역시 자미의 하녀 금쇄 역할을 한 범빙빙과 함께 중국의 대표하는 배우이자, 프랑스의 대표적인 포도주 산지인 보르도의 일부 포도밭을 운영하는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조미는 최근에 시진핑 정부의 연예계 정화사업 혹은 잘못된 방식으로 주식 투자했다는 의혹으로 자신이 출연한 ‘황제의 딸’을 포함한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삭제되고, 현재 행방불명 상태이다.

 

이를 반영하듯, 어느 대만인 유튜버가 조미가 직접 불렀고 제비를 상징하는 ‘황제의 딸’ 주제가를 개사한 ‘2021년 유일개고랑(有一个姑娘, 한국어로 어떤 아가씨가 있었어)’은 현재 양안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올림픽을 검색하는 건 괜찮지만, 중국을 모욕하는 글을 쓰면, 곰돌이 푸로 분장한 포악한 시진핑(習大大, 현재 중국 시진핑 지도부가 사용을 금지한 시진핑의 애칭)과 공산당에 의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행방불명되고, 저항하면 신장으로 끌려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섬뜩한 내용이다.(https://youtu.be/TjGkGu_Mmo4) 

 

이렇듯,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는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과 대만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긴장이 높은 상태가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만독립론자이며, 국민당 통치기간 중에 지방언어 사용을 금지당하고, 민주주의를 억압당한 경험을 한 대만 내성인의 지지를 받은 차이잉원이 당선되었다. 중국 내 주요 소수민족인 위구르인과 티베트, 몽골인들의 반중국 활동 역시 국내에서 활동하기는 힘들어 보이고, 해외의 위구르, 티베트, 몽골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에 반대하는 관점에서 미국 정부에 우호적인 것 같다(일부 위구르인들은 이슬람국가(IS)와 연관을 맺는 듯하다.). 내가 견지하는 중국 소수민족과 한족 노동자계급의 단결 혹은 대만인과 중국인의 단결 역시 중국 공산당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입장과 비슷해 보인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양안관계와 중국 소수민족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쉽게 예측하기는 힘들어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 타협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청소년기에 아시아에서 상영된 ‘황제의 딸’과 같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었던 같은 양안(그리고 미국과 서방 사이)의 적당한 타협을 통해서 만들어진 ‘불완전한 평화’ 역시 말 그대로 또 다른 갈등을 깊숙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불완전하다.

 

따라서 양안관계나 중국 소수민족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일을 해야겠지만, 현재로서 내가 선택한 일 중 하나인 박사논문을 확실히 쓸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신황제의 딸을 보면서 받은 영감과 조사한 내용을 그냥 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김재원-프로필.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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