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습니다. 아기 같은 노랑 개나리와 솜사탕 같은 벗꽃이 기대되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검은 안개가 불안하게 엄습합니다.
산책길 팔삭둥이 꽃망울은 얼음무덤에 갇혀 비명을 지르고 골목 구석구석 동심을 지켰던 눈사람은 까만 눈물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따가운 햇살이 주름은 베어 버리고 아지랑이를 미친듯이 흔듭니다. 얼었던 땅은 초점을 잃은 듯 하늘 향해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잿빛 속 벌거숭이 궁전 앞에서 케르베로스가 봄을 잔인하게 사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