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하얀 이불을 덮고 잔잔한 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파도는 까치발로 찰랑거리며 자장가를 부릅니다. 노랗고 하얀빛이 가드가 되어 곁을 지킵니다. 가끔 물고기의 기지개에 놀라 꿈틀거리지만 환하게 웃는 미소가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입니다.
어두운 곳을 비추는 가로등이 있습니다. 가로등은 주변을 안전하게 지키는 파수꾼이 되기도 하고 어둠을 몰아내는 구원자도, 안전한 길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기도 합니다. 바다에선 등대지기로 옷을 갈아입어 뱃길도 찾아 주는 안내자의 역할도 묵묵히 해냅니다.
바닷가에 가로등을 보며 '가로등의 꿈'이 생각납니다. 불프강 보르헤르트는 '가로동의 꿈'에서 '죽어서 가로등이 되어 너의 어두운 문 앞에 서서 납빛 저녁을 환하게 비추고 싶다고 했습니다' 슬프지만 멋지기도 안타깝고 애잔함에 마음이 좀 복잡합니다.
이렇게 인문적이고 철학적인 멋진 '가로등의 꿈'도 있지만 저만의 '가로등의 꿈'도 가져 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불안이 엄습하며 까맣게 타들어가는 듯합니다. 떨쳐보려 여행도 가보고 운동도 하고 인문적인 성찰도 고민해 봤지만 좀처럼 떨어지질 않네요. 이런 마음을 밝혀줄 가로등이 있었으면 합니다.
바닷가에 홀로 남은 가로등 하나, 모래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가로등지기가 되고 싶습니다. 어두울 때, 힘들 때, 지칠 때 위로가 되고 기댈 수 있는 '가로등의 꿈'을 같이 꿔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