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에 빨래가 없다.
언덕 꼭대기 바닷가 포구의 조그만 집의 빨랫줄에 빨래는 없고 빨래집게만 있다. 고깃배가 들어오면 아침 일찍부터 고된 생선 손질하는 일을 하여 먹고 살며 그 일 자체가 삶이었을 텐데, 그리고 비린내 가득한 옷을 빨아서 널어놓아 마르면 또 다시 입고 다시 나가 일을 해서 삶을 유지했는데…
이젠 나이가 많아 힘이 부쳐서일까? 아니면 값싼 외국 노동자에 밀려 나서 일까? 아니면 고기가 덜 잡혀서 일까? 그 언덕 마을의 빨랫줄에는 빨래가 없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도 없는 빨랫줄에는 그리움과 아쉬움만 널려있다.
그 오지 산언덕 마을에 다방이 생겼다. 이름도 멋진 “나포리 다방”
이제는 노동이 아닌 마을의 풍경을 팔아 관광객 유치로 돈을 번다. 우리도 신앙의 빨랫줄에 널어놓을 믿음 없이 나포리 다방처럼 향수와 욕망이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찬가지로 공원에는 아이가 없다.
몇 년 전 까지도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소풍 나오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공원의 아이들의 놀이터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오는 사람을 위한 반려공원이 생겼다.
아이들보다 개가 많은 공원,
빨랫줄엔 빨래가 없고 공원에는 아이가 없고..
앞으로 없어지는 것은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