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담 넘어 하얀 눈이 쌓여있습니다. 궁금한 게 많아선지 가을이 아쉬운지 세상의 작은 이치는 상관없다며 철 지난 단풍이 선명합니다.
언제 적인지 모르겠지만 이 사진을 보면 계절의 경계가 무의미한 듯합니다. 연일 폭염에 습함에 짜증이 제대로 끓어오릅니다.
아침부터 시작되는 사우나스러움은
너도 힘들고
나도 지치고
당신도
우리들도
모두 지치게 만듭니다.
그래서인가요? 갑자기 이 사진이 멋진 포장지로 보입니다.
자 한 장 벗겨보겠습니다.
한 장을 벗기니, 선선하고 맑고 상쾌한 바람이 붑니다.
또 한 장 벗겨봅니다.
풍성한 햇과일이 가득 담겼네요. 육즙 가득 찬 빨간 사과는 탐스럽게 침이 꽉 찹니다.
또 한 장 벗겨봅니다.
이번엔 토실토실한 눈송이가 꽉 채워져 있습니다. 퍼도 퍼도 끝없이 나옵니다. 삽질하다 보니 어느새 크리스마스입니다. 빨간 양말도 보이고요. 선물꾸러미가 한가득입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그 어느 해보다 멋지겠네요.
ㅎㅎㅎ 제가 잠시 정신 줄 잃어버렸나 봅니다.
이 뜨겁고 습한 여름. 선물 같았던 지난 겨울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