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극적인 운명의 주인공들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 있다. 델포이 아폴론 신전이다. 신이 맡겨 놓은 뜻-신탁을 받기 위해서다. 델포이 신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신화는 오이디푸스 일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살을 섞을 운명이다’
델포이 신탁을 받은 이들의 운명은 대부분 오이디푸스와 같이 신탁을 받은 대로 전개된다.
궁금했다. 신탁으로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았으면 비극은 막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불행을 막기 위해 신의 뜻을 미리 알려 했던 거 아닌가? 오이디푸스는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토록 비참한 운명을 전개하는가? 오이디푸스는 신탁의 비극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여러 차례의 갈림길이 있었다. 길에서 마주친 시비 끝에 연장자인 라이오스(친부)를 죽였어야했을까? 어머니뻘인 이오카스테왕비(친모)와 결혼했어야 했을까?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떠나라는 경고를 무시하지 않았다면 더 큰 불행은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왜 선택의 기로에서 늘 비운의 선택을 이어가는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의 선택 또한 늘 그러한 게 아닌가?
델포이 신탁을 받은 이들이 두 눈으로 봤으되 진정 그 의미를 보지 못한 것이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
“모든 일에 지나치지 말라”
델포이 아폴론 신전에 새겨져 있었던 두 격언이다.
신들이 걸었던 신성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나에게 던지는 델포이 신탁은 이렇게 시작했다.
“모든 선택의 순간에 자신을 보라.
자신의 한계를 직면하라. 지나침을 경계하라.
그리고 겸손하라. 그리한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