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선영)
아주 오랜만에 울림이 있는 전시를 봤습니다. 3人3樂 - 세 사람의 세 가지 즐거움을 주제로 길목조합원 홍창의 님, 홍영진 님, 김명화 님이 함께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세 분은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며느리로 한 집에서 함께 사는 한 가족입니다. 전시회는 올해 96세를 맞으신 홍창의 조합원을 위한 아들과 며느리의 아주 특별한 추억선물이기도 했습니다.
홍창의 님은 92세에 소소한 취미로 시작한 서예의 즐거움을, 홍영진 조합원은 2017년 퇴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진의 즐거움을, 김명화 조합원은 14년 동안 작품 활동해온 민화의 즐거움을 말하듯 보여주었습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목소리가 높지 않다. 거짓말을 못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 일이 주어지면 묵묵히 책임을 다한다.” 순리대로라고 해야 할까요, 순응한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거슬림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딱히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언뜻 ‘고전적인 선비를 보는 듯’ 요즘 시선에서 보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진:안선영)
그런데 말입니다. 어떤 선택의 순간에는 아주 특별한 용기를 보여주는 모습을 만납니다. 전에 고 홍근수 목사님의 자료를 정리하다 홍 목사님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중에 계실 때, 홍창의 님과 주고받은 편지를 보았습니다. 두려움 없는, 거침없는...결코 자신의 이해관계를 저울질 하는 일이 없는.. 면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홍창의 조합원이 걸어온 삶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늘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뚜벅뚜벅 가는 그 행진 가운데 서 있고자 했고, 그것은 그저. 당연히 그러해야하는 것- 그것이 그분 방식의 순리요 거슬림 없는 순응이었던 것 같습니다. 홍영진 님과 김명화 님의 순리 또한 그러하고요.
3人3樂의 공간에서 공명으로 전해지는 울림의 정체를 찾아 천천히, 천천히 전시회장을 들러봤습니다. 세 바퀴 쯤 돌았을까요.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출처:한겨레신문)
무엇을 바라보든, 어떤 순간의 포착이든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순수함, 그 영혼의 떨림을 느낄 수 있는 것.
내 나이 95세 때 렌즈에 비친 나의 울림 또한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