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 Kabar !
안녕하세요. 저는 들꽃향린교회의 조남석입니다. 최근 1년간 말레이시아에 이슬람금융 공부 차 다녀왔는데 간략하게 그곳에서 지낸 얘기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그 동안 일 때문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습니다. 전 건설회사 영업직으로 프로젝트를 찾아다니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사실 취업하기 전에는 해외라고는 제주도 밖에 몰랐어요. 제가 처음 비행기 타고 간 외국은 ‘팔라우’로 아내의 손잡고 신혼여행 갔을 땝니다. 아내는 이미 일 때문에 여기 저기 많이 돌아다녀서 비행기를 타자마자 주무셨지만, 전 처음 여권 들고 가는 해외여행인지라 옆에 앉은 어린이와 함께 같이 흥분해있었죠. 그게 벌써 13년 전입니다. (역시 처음은 뭐든지 흥분과 실수 연발입니다. 카불 지사로 발령 나서 혼자 비행기 타고 가는데 화장실이 Lavatory 라 쓰여 있기에 이건 화장실이 아니고 무슨 실험실(?) 인가 싶어서 다른 화장실을 찾아다니던게 기억나네요.^^)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1년 내내 고온다습하고 공기도 좋은 편이라 겨울이 힘든 분들에게는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전 쿠알라룸푸르 내 한 이슬람 금융 대학원 석사 과정에 등록하여 1년간 혼자 지내면서 공부하였습니다. 첫 강의에 참석했을 때 그 충격은 여러 가지로 대단하였습니다. 먼저 언어 문제입니다. 직업 때문에 영어를 그래도 중간은 한다고 생각했는데 말레이시아 학생들에 비하면 정말 한심한 수준이었던 거죠. 업무 관련 용어에만 익숙해져서 생활 영어 및 시사적인 표현에 있어서 많이 부족하였던 겁니다. 그리고 이슬람 중심의 경제관에 대해서도 놀랐습니다. 철저히 종교적 기준(이슬람 율법, Shariah)에 의거하여 윤리적 금융 환경 및 경제 체제를 구축하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논의한다는 것이 신선하였습니다.
앞줄 맨 오른쪽이 필자입니다. 졸고 있는 건지 눈이 작은 건지 ^^
전 대학에서 아랍어를 공부했던 사람이고 직업 때문에 무슬림을 많이 만나봤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직접 그들과 같이 부대끼면서 공부해보니 오해하고 있던 것도 많고 몰랐던 것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깨달음은 아무래도 그들 역시 같은 사람이란 겁니다. 사랑하고 싸우고 헤어지고 힘든 친구를 위해 기도하고 아이돌에게 열광하고 맛있는 거 좋아하는... 그런 같은 사람이란 겁니다. 그들 역시 비 무슬림 국가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이슬라모포비아를 우려합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테러리즘을 증오합니다.
사실 전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조금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배경으로는 특별하고 거창한 사상적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어떤 나라 사람은 암내가 심해서 싫고, 말이 많아서 싫고, 변덕이 심해서 싫고 등등의 이유에서 출발해 전체로 확대 해석하기도 했지요. 무슬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근무지가 카불이다 보니 잦은 테러로 인해 원리주의자들을 싫어하게 되었고, 그걸 전체 무슬림으로 확대해서 보게 되었지요. 머리로는 그러면 안된다 해도 이미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는 것이죠.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무리하게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알고자 하는 노력조차도 때로는 피곤하거든요. 그냥 그 사람에 대해 오해하고 살아도 특별히 나랑 상관없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무관심하게 지내는 게 편합니다. 저에게 무슬림은 그런 이들 중 하나였는데 같이 공부를 하면서 친구가 되니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겉으로의 존중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들 행동의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역별로 국가별로 이슬람 문화가 다릅니다. 말레이시아는 중동과 아시아의 가교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양쪽 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이곳 무슬림들도 생각이 개방적이고 아시아인들에게 더 친숙합니다)
예를 들어 전에는 약속 시간과 기도 시간이 겹치면 기도가 우선이기 때문에 보통 약속 시간에 많이 늦습니다. 전 괜찮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툴툴거리며 기다렸죠. 그러나 이제는 그게 정말 그들에게 중요한 것임을 알기에 마음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종교와 관계없지만) 보통 조금씩 늦게 오더라도 늦게 온다고 타박하지 않고 저도 천천히 늦게 가기도 하지요.
처음엔 마치 선진 시민처럼 요구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친해지다 보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요즘은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그러고 보면 종교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친해지면서 생기는 공감대가 커질 때 극복 가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또 돈 좀 더 버는 나라에서 왔다고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천박한 오해를 저는 경멸했지만 사실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시간이 갈수록 무너지니까 공감대 형성에 더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슬람 금융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올리겠습니다. 윤리적 금융을 표방하는 이슬람 금융은 어쩌면 길목조합원들이 좋아할만한 Topic 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쿠알라룸푸르는 주변 모든 동남아 국가로의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전 그곳에 있는 동안 방학 때마다 싱가포르, 태국, 라오스,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여행하였습니다. 그리고 Bahasa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어)를 배워서 어느 정도 의사 소통도 됩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손님을 환대하고 선대하는 그들의 문화였습니다. 그런 걸 볼 때마다 우리도 예전에 그랬는데 어느 순간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더군요. 그리고 한국 문화에 호감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드라마 ‘도깨비’의 공유 님과 BTS에 감사드립니다. ㅎㅎ
인도네시아 말랑 근처에 있는 화산 지대입니다. 아직 한국인이 많이 안 오는 곳이예요.
환상적인 일출, 화산 그리고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어요. 강추합니다!
전 한국에서 아직 남은 수업 몇 개와 논문을 마쳐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배운 것들을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학생 때부터 유학을 가보고 싶었는데 이래 저래 여건이 안되어 못하다가 마침내 실행에 옮긴 작년 한해는 정말 잊을 수 없는 해가 될 것입니다.
혹시 계속 마음에 미련으로 남아 있는 게 있으신가요? 올 한 해가 조합원님의 소원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