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말
나는 달리는 말입니다. 다리가 셋인 말입니다. 이렇게 태어났는지 나를 채찍질하는 사람이 잘라 먹었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그저 언제부터인지, 언제까지라도 나는 뒤뚱거리며 달립니다. 나에게 먹이를 주고 나를 때리는 주인은 나에게 달리라고 소리칩니다. 다리가 셋인 까닭이 내가 열심히 달리지 않아서라고. 땀 흘려 달리면 없는 다리도 자라고 어쩌면 날개도 돋을지 모른다고 사람은 하늘을 가리킵니다. 나는 부끄러워 땅바닥에 돋은 풀 한 포기를 뜯습니다.
나는 수레를 끄는 말입니다. 다리가 셋인 말입니다. 예전에는 다리가 넷인 말과 함께 마차를 끌었습니다. 다리가 셋인 나는 다리가 넷인 말들이 달리고 싶은 것을 알았지만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내가 나태하기 때문입니다. 모두에게 짐이 되어서 주인이 먹이를 주지 않아도 불평할 수 없습니다. 안일하게 살면 굶는 것이 이 세상의 법이라고 합니다. 나는 민망해서 개천물을 마시며 배를 채웁니다.
나는 사람을 태우는 말입니다. 다리가 셋인 말입니다. 다리가 넷이 되고 싶은 말입니다. 날개를 달고 날아가고 싶은 말입니다. 옛날에는 말도 하늘을 날았다고 합니다. 그때는 모두 정말 열심히들 달렸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내가 태만하기 때문에 진구렁에 빠져도 사람을 더럽히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달리지 못합니다. 날개가 없어서 다리가 셋이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나는 얼굴을 붉히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나는 언젠가 다리가 넷이 되고 어쩌면 날개까지 돋아 모두가 우러러보는 하늘을 나는 말이 되고 싶은 아직은 노력이 부족해서 다리가 셋인 말입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나를 내려다보던 어미도 다리가 셋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잘라 먹었는지 늑대가 물어갔는지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열심히 살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어미는 어느 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내가 게으르게 자는 동안 날개가 돋아 날아가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나도 언젠가는 어미처럼 날개가 돋아 하늘 저 멀리 날아가고 싶습니다. 나는 남부끄러워 솟을 기색 없는 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를 물어뜯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