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랜드마크 아파트
땅은 좁고 사람은 많아서 산에 올라 달동네에 살았고 하늘로 올라 아파트에 살았다. 1937년에 지은 충정아파트에도 1960년대 곳곳에 지은 시민아파트에도 선택받은 이들만 살 수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고급 아파트를 우러르며 언제부턴가 ‘랜드마크 아파트’라 불렀다.
타르타로스의 망자는 엘리시온이 보이지 않아 괴로움을 견딜 수 있었겠지만, 지상의 사람들은 길에서 광고에서 신문에서 TV에서 랜드마크 아파트를 바라보며 도태된 신세를 한탄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펙을 쌓고 자격을 갖추려 명문 학벌에 들어가려는 입시에, 고위 공무원이 되려는 고시에, 인기 연예인의 꿈에 인생을 바쳤다. 그들은 잠시 교과서와 참고서에서 눈을 들어 랜드마크 아파트의 삶을 TV화면으로 보며 꿈과 부러움과 질투에 불을 지폈다.
서울처럼 산과 들에 논과 밭에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고 두 사람에 한 사람은 아파트에 사는 지금도 랜드마크 아파트는 대한민국의 갖가지 욕망이 몰려들어 달동네보다 더 높이 치솟았고, 땅끝에서도 바다 건너에서도 지구 반대편에서도 볼 수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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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늘을 찍다 展
2020년 2월 11일 ~ 2월 23일 / 오전 10:00 ~ 오후 06:00 / 월요일 휴관
SeMA 벙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11번지 지하 (IFC몰 앞 여의도 환승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