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책마당]

a8b4e2

조합원의 책 소개 : 김형민의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

posted Jun 02, 2020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800x0_resize.jpg

 

 

 

조합원의 책 소개 :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 | 김형민 | 어마마마

그들만의 사랑법을 만든 연인들의 역사

 

‘사랑’과 ‘발명’의 어색한 어울림이 눈을 끌었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발명은 사람이 사물을 대상으로 뭔가를 할 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상식에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사람 사는 세상에 늘 새로운 사랑이 생겨나기 때문에 그랬겠지 하면서도, 사랑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나 보다 했다. 

저자는 총 30가지의 사랑이야기를 펼쳐놓았다. 그냥 짧게 지어낸 이야기(小說)가 아니고,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이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이야기들이다. 16세기부터 20세기 사이에 있었던 사랑인데, 한국인의 사랑이 15가지, 외국인의 사랑이 15가지다. 시대와 문화와 각자의 개성이 달랐던 만큼, 사랑의 패턴과 깊이가 다 다르다. 감동이 다른 것은 물론이다. 사실 진정한 사랑이야기는 한 편만 읽어도 감동이 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많은 사랑이야기가 담긴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읽기 나름이다. 사랑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한 번에 한 편씩만 읽는 게 좋다. 책이 얇다고 한꺼번에 왕창 읽어치우려는 식의 읽기는 권하지 않는다. 

사랑이야기라면 처음 맺어질 때의 아슬아슬한 긴장이 가장 감미롭다. 그 사랑이야기가 중년과 노년을 지나면 묵직해지고, 사망까지 가면 아주 무거워진다. 그들이 젊어서 죽든 늙어서 죽든 차이가 없다. 저자는 무덤에서 꺼내온 사랑이야기도 소개하고 있는데, 감정의 움직임이 아주 다르다. 글을 읽는 동안 가슴이 여러 번 뭉클해졌다. 글을 읽다가 자주 한숨을 쉬었고, 커피를 찾았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떤 사랑이 저자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사랑인지는 알 길이 없다. 첫 장에 소개한 타이타닉호 안의 ‘침몰하지 않는 사랑’일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 장에 소개한 헬렌 켈러의 ‘짧은 사랑 긴 여운’일 것 같기도 하다. 저자 자신의 사랑이야기가 어딘가에서 묻어나오겠지 하는 기대는 소용이 없었다. 약간 아쉬웠지만, 저자가 골라온 이야기들의 목록에서 저자의 관점을 추측할 수는 있었다. 사랑은 폭이 넓고 결이 다채롭다. 목숨을 바친 사랑이야 말할 수 없이 숭고하지만, 모든 사랑이 그럴 수는 없다. 미완의 사랑도 사랑이고, 묻어둔 사랑도 사랑이다. 상대가 죽은 후에 사랑해도 사랑이고, 사랑보다 자유를 더 갈망해도 사랑이다. 

사랑이야기를 읽다가 ‘사랑’과 ‘사람’은 뿌리가 같은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모른다면 그게 사람일가? 사랑하니까 사람이지, 어떤 사람이든 누군가는 사랑하게 되어 있어, 사랑이 끝나면 삶이 끝날 수도 있고, 사람이 다르니까 사랑하는 방식도 다른 거지 … 이런 식으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이 책의 사랑이야기는 결국 나의 사랑을 돌아보게 만든다.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던 사랑, 미래를 함께 꿈꾼 사랑, 위기의 순간을 함께 넘긴 사랑, 삶에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한 사랑, 어디에도 끝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사랑. 이 책은 나의 사랑이야기 한 토막을 어딘가에 기록해 둬야 할 것 같은 작은 의무감을 일으킨다. 

 

김기수-프로필이미지2.gif

 


  1. 조합원이 읽은 책 : 석세스에이징

    조합원이 읽은 책 : 석세스에이징 | 대니얼 레비틴 저, 이은경 역 | 와이즈베리 노년의 행복은 뇌를 어떻게 단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 석세스에이징 책에서 배운 것들 나는 정형외과 의사로서 인생은 운동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뇌 과학 책을 읽고...
    Date2020.12.30 Views269
    Read More
  2. 조합원의 책 소개 : 제3세계의 붉은 별

    조합원의 책 소개 : 제3세계의 붉은 별 | 비자이 프라샤드 저, 원영수 역 | 두번째테제 - 러시아 혁명은 제3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1991년 소련 해체와 소련 다음으로 거대한 사회주의 국가로 자임하던 중국의 ‘개혁개방’을 실시하면서 &lsqu...
    Date2020.12.30 Views399
    Read More
  3. 조합원이 읽은 책 : 책임에 대하여

    조합원이 읽은 책 : 책임에 대하여 | 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 돌베개 작년 7월 1일 아베 정권이 한국의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주요소재에 대하여 수출규제를 하면서 시작된 한일간의 무역 마찰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로 인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
    Date2020.11.30 Views227
    Read More
  4. 조합원의 책 소개 : 김상욱의 양자 공부

    조합원의 책 소개 : 김상욱의 양자 공부 | 김상욱 지음 | 사이언스북스 완전히 새로운 현대 물리학 입문 학생들이 ‘포기’를 결심하게 되는 과목 중 수학이 으뜸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과목이 있다면 ...
    Date2020.09.01 Views242
    Read More
  5. 조합원이 읽은 책 : 나는 나의 법을 따르겠다

    조합원이 읽은 책 : 나는 나의 법을 따르겠다 | 정길수 편역 | 돌베개 시대에 화해하지 못한 천재의 선언 내가 처음 허균에게 뻑 간 것은 고등학생 때였는데 ‘호민론’을 읽고 나서였다. 당시 나는 우리나라의 정치사에 민중혁명이 단 한 번도 성...
    Date2020.07.31 Views462
    Read More
  6. 조합원의 책 소개 : 다미주 이론

    조합원의 책 소개 : 다미주 이론 | 스티븐 W. 포지스 지음, 노경선 옮김 | 위즈덤하우스 코로나 때문에 2주에 한 번 열리던 심심 공부모임도 못가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공부모임 단톡방에 노경선 선생님께서 새로운 책을 번역, 출판하셨다는 소식이 올...
    Date2020.06.29 Views416
    Read More
  7. 조합원이 읽은 책 :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조합원이 읽은 책 :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 프란시스코 V.d.H. 보에르스마 | 마농지 이 책이 왜 매력적으로 다가왔을까? 일단 책 표지의 “저항한다는 것은 제시하는 것이다.” 이 선언이 끄는 매력이 있었다. 젊은 시절 기존 체제와 제도에 반대 ...
    Date2020.06.29 Views729
    Read More
  8. 조합원이 읽은 책 : 종교 없는 삶(Living the Secular Life)

    조합원이 읽은 책 : 종교 없는 삶(Living the Secular Life) | 필 주커먼 | 판미동 코로나 시대 종교 없이 그리스도인으로 살기…지금 없이 지속 가능한 미래는 없다 “이 음식이 우리 앞에 오기까지 수고하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어린 ...
    Date2020.06.07 Views497
    Read More
  9. 조합원의 책 소개 : 김형민의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

    조합원의 책 소개 :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 | 김형민 | 어마마마 그들만의 사랑법을 만든 연인들의 역사 ‘사랑’과 ‘발명’의 어색한 어울림이 눈을 끌었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발명은 사람이 사물을 대상...
    Date2020.06.02 Views246
    Read More
  10. 조합원이 5월에 추천하는 책

    조합원이 5월에 추천하는 책 김기수가 추천하는 도서 기억 전쟁 : 가해자는 어떻게 희생자가 되었는가 | 임지현 | 휴머니스트 자자 임지현은 서강대 사학과 교수이며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창립 소장이다. 역사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마르크스 엥겔스...
    Date2020.04.27 Views26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