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의 책 소개 : 우리들의 불평등한 학교, 새로운 평등 상상하기 | 백병부 외(2021) | 학이시습
보통 사람들은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 차별이 없고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을 원한다. 태양이 누리를 고르게 비추고 비와 바람이 사람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사람 사이에 차별이 없고 자유와 평화가 봄바람처럼 생기를 불어넣는 세상을 원한다.
사람들은 학교가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평등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학교가 세상을 더 평등하게 만든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학교가 기존의 불평등한 세상을 재생산한다는 의견이 있다. 두 의견 중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하는 척도로 흔히 등장하는 것이 ‘계층이동의 사다리’다. 사람들은 학교가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삼아, 학교가 평등에 기여하는지를 판단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다리는 평등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적절치 못하다. 본래 ‘사다리’와 ‘학교’는 무관한 것이지만, 한국이 심각한 학벌사회가 되다 보니 이 둘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실제로 학교는 평등한 곳인가? 학교는 평등을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인가? 학교는 (평등한, 혹은 불평등한) 사회의 복사판인가? 근대적인 ‘학교’와 ‘평등’의 개념은 탈근대사회로 넘어온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가? 이런 질문은 평등 개념을 중심으로 학교와 사회가 어떤 관계인지 밝히는 출발점이 된다.
평등에 대한 교육적 논의는 학업성취와 가정배경의 관계를 넘어선 철학적 논의로 확장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일상의 학교 공간에서 평등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교육평등과 평등교육의 함의가 다르다고 판단한다(23쪽).
저자들은 더 좋은 미래사회를 위해서 지금 ‘새로운 평등’을 이야기해야겠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불평등을 정당화해 온 세 가지 논리, 즉 능력주의 이데올로기, 환원주의 이데올로기, 자유지상주의가 불평등을 어떤 식으로 정당화해왔는지 예리하게 분석한다.
저자들은 근대적인 평등교육의 개념을 넘어서 현재와 미래사회에 적합한 평등교육으로 재개념화를 시도한다. 평등교육에 대한 재개념화의 방향은 인간관, 개념의 적용대상, 적용 범위의 3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인간관에서는 ‘절대적 주체에서 관계적 존재로’, 개념의 적용 대상은 ‘재화와 지위에서 관계와 정치로’, 적용 범위에서는 ‘국민국가를 넘어 지구 전체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이런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평등하다고 선언된 인간’과 ‘불평등한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는 길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