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궁금증이 생기거나 호기심이 발동했다면 당신은 학창 시절에 좋은 수학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자축해도 좋습니다. 수학에 관한 글을 교양으로 읽는 사람이 늘고 있음에도 수학은 다른 영역에 비해 쉽게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집니다. 인간이 수학이라는 언어체계를 도입한 시기가 다른 영역에 비해 턱없이 늦었고, 그 언어를 사용하여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또한 너무 낯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언어가 가진 매력에 익숙해지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기쁨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이 책은 수학자 김민형이 수학에 대해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골치 아픈 미적분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미적분학이 세상과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다가올 미래가 어떻게 바뀌어 갈지에 대한 단상들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저자는 평생에 걸쳐 수학을 공부하며 수학이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해 나가는 방법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하는 시간을 가진 듯합니다. 자연, 사회, 우주, 정보 등 인간을 둘러싸고 있고, 인간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면서 질문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구조와 패턴, 규칙성과 오류를 발견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수학적 사고법의 실체를 체득하게 된 것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총 1년 동안 진행한 대중강연의 기록입니다. 첫 장, ‘수학은 무엇인가’에서부터 마지막 장, ‘숫자 없이 수학을 이해하기’까지 세상과 우주를 이해하는 데 수학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수학적 설명이 설득력이 있기는 한지, 어떤 것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2강 ‘역사를 바꾼 3가지 수학적 발견’에서는 페르마와 데카르트, 뉴턴, 아인슈타인이 자신들이 가진 의문을 수학이라는 방법을 통해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우선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질문을 던지고, 어떤 종류의 해결점을 원하는지 파악한 후, 그에 필요한 개념적 도구를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이 아주 제한적인 영역에 대해 엄밀한 설명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F=ma라는 아주 간단한 수식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설명하는지 알면 수학의 효용성을 더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수학이라는 언어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사람은 직관에 의존해 살아왔고, 그런 방식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학이라는 언어를 이용하여 직관 너머에 있는 세상의 질서를 보게 되었고 그 이후의 삶은 더 풍요로워졌음에 틀림없습니다. 결국 모든 삶은 수학적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