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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終] 오늘의 농촌,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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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업과 농협개혁의 당위성

posted Aug 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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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고강현(화천 농부)
발행호수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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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강원도 화천에 귀농한 지 8년 되는 새내기 농부입니다. 이제야 이곳 풍토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역시 10년이라는 세월은 뭔가 새로운 일을 하는데 필요한 기본이라는 생각입니다. 생계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사로 충당되지 않는 부분을 다른 궁여지책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자리 잡은 이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농산촌입니다. 38 이북 접경지역입니다. 이곳 마을의 지역농업은 인삼농사와 오이 호박농사를 짓는 두 작목반이 마을의 주요 조직입니다. 한때 잘 나가던 영농조합과 마을 사업들은 각종지원이 끊기면서 이제는 마을의 골칫덩이로 파산도 못하고 마을 살림을 축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당연히 마을 구성원들 간에는 갈등이 커졌고 고소 고발에 맞고소로 관계가 험악해졌다가 올해 들어 수습되고 있는 중입니다. 당연히 시설과 설비들은 흉물로 남아있습니다.

 

더 안타까운 일은 이일들 이후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는 것은 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마을의 공동행사는 자취를 감추게 된 일입니다. 그래도 주도세력(기득권)들이 기가 죽은 상태여서 조금씩 조심스레 이런저런 논의들을 통해 마을 살림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으니 몇 년이 걸릴지는 몰라도 희망을 걸어봅니다.

 

마을의 농사일은 대부분 시설농사와 관행농사를 짓습니다. 농가경영체로 각자도생입니다. 수익성작물 즉 상품작물을 주로 생산합니다. 마을이 농공단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트랙터는 농가마다 필수품이 되었고 각종 농용기계장치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농협과 농자재상으로부터 제공되는 맞춤형 농자재는 지원금과 더불어 필수가 되었습니다. 농장의 한편이 농기계장치와 농약등 농자재로 공장의 자재창고를 방불케 합니다.

 

이제는 품앗이도 두레도 없어졌습니다. 읍내 인력센터에 연락하면 그때마다 필요한 외국인 노동력이 시간제 임노동형태로 제공됩니다.

 

이제는 농민이 경영체경영자로서 원가계산을 하면 됩니다. 농지면적(임차농지포함), 농자재비, 외국인 인건비, 연료비등을 계산하면 됩니다. 판가가 관건입니다. 이렇게 농촌마을이 완전 해체되고 새로운 도시형 마을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다고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계설비와 시설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농협대출과 지원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대출이자와 원리금 상환이 돌아올 때 고비를 넘기지 못한 사람들은 파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따라서 각자도생을 위한 경쟁을 하게 됩니다. 매번 농산물 출하시마다 스마트폰에 찍히는 경매낙찰가격이 경쟁을 부추기게 됩니다. 함께 농사짓고 살던 농촌마을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당연히 노인 돌봄은 정부차원의 복지지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일구고 지켜왔던 분들이 쓸쓸히 떠날 날을 한숨지으며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되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약봉지를 달고 살아갑니다. 지병을 진통제와 약으로 견뎌내면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계십니다. 자식들이 도시로 떠났거나 근처에 살고 있어도 어르신을 모시지 않고 독립해 살면서 가끔 들러 챙기는 게 다반사입니다. 명절이나 생신 때나 되어야 얼굴을 내미는 것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합니다. 대부분 그러고 사니까요. 그래도 노인들은 자식과 손주걱정입니다.

 

이지점에서 지역농업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농사짓고 마을살이를 하던 모습은 어디서도 보기 어렵습니다. 농민을 돈벌이 농산품 생산에 집중하게 만든 이 구조적 문제는 필연적으로 경쟁이라는 구도를 만들어내고, 높은 사양의 농기계를 구입하게 만들고 농자재 투입을 고도화시키고, 각종보조금으로 마취시키고 빚더미라는 수렁으로 내모는 일이 농촌마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게 하는 요인중 하나가 정부의 농협을 통한 각종 지원 사업입니다. 말이 지원 사업이지 국가 산업정책의 말단에 농업을 위치시키고 규모화 기계화 전문화등 경쟁력강화라는 발전계획을 강제시키는 농촌 말살 정책입니다. 농촌을 도시에 귀속시키는 식민지화 정책입니다.

 

이 땅에서 도시의 뿌리가 어디일까요? 지금 도시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는 농촌 출신들 일 것입니다. 그들의 고향은 농촌입니다. 고향의 부모님들은 이제 홀로 고향에서 외롭게 병들고 떠날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입니다. 농촌이 농공단지화되고 땅이 죽어갈 때, 농민이 농사를 상품생산과정으로 여기고 먹거리를 생산할 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포기하고 도시로 떠날 때, 농촌의 생명이 생기를 잃고 사그라질 때 이 땅의 문명은 함께 사그라져 갈 것입니다.

 

대통령 국회 행정부 농식품부 농학계 농업 관련 연구단체를 포함하는 국가조직들이 농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상품으로 농작물을 대하는 한, 생산성과 이윤추구를 우선시하는 한, 이런 틀을 바꾸지 않는 한 농사짓고 사는 마을은 역사 속의 삶의 한 형태로 남게 될 것이고 민족의 삶터 뿌리는 썩어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농의 가치를 농학과 경제논리로 설명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합니다. 마을의 노인들과 농부들에게 묻고 듣고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분들이 뿌리이고 씨앗이기에 그렇습니다.

 

땅의 사람들이 농민입니다. 그 땅을 일구고 가꾸고 씨 뿌리고 걷고 가족을 부양하고 마을을 만들고 수천 년을 살아왔습니다. 이것이 한반도 사람들이 살아온 기본입니다.

 

"지역농업과 농협개혁"으로 글을 쓰려 자료들을 봤는데 학술연구랍시고 숫자와 자료를 나열한 글들을 보다가 기가 막히고 울컥해져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저는 농부이기에 학문과 논리들에 무식합니다. 저의 생각은 철부지들이 책상 앞에서 쓴 글을 인용하기보다는 그래도 농촌마을에서 농사짓고 철을 아는 무지렁이 농부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농에 대한 저의 생각은 근본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땅과 하늘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하늘은 모든 생물에 공평한데 땅은 그렇지 못합니다. 땅에 사는 모든 생물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황당한 발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금은 정상입니다. 21세기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니까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자본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보존해야 하는 농촌을 생각합니다.

 

농본에 대한 생각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현대인들은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된 지 오래입니다. 지난 200년간 산업자본주의는 인간을 중심에 놓고 자연을 수탈하고, 인간이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만물들을 도구 또는 수단화시켜 착취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를 자각하고 해소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농본주의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에 대한 생명사상과 평화 공존에 근거한 농본주의로 귀결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수천 년을 농으로 살아왔기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나라 살림살이의 지구적 구조조정 즉 생태문명으로의 대전환이라 생각합니다. 농은 마을에서 농민이 농사짓고 함께 협력하며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방법이라는 생각입니다. 하늘에 의존하고 땅에 기대며 농사짓고 서로 기대어 사는 것이 나침반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역사가 농에 근본을 둔 문명이었고 문화였기에 전통을 이어가는 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이 황당한 생각은 상식입니다.

 

여기에서 마을살이를 하는 이웃들의 연결이 지역이 되어야 하고, 지역과 지역의 연결이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역농업은 이 연결들이 상생하고 순환하는 구조여야 합니다. 수천 년을 살아온 이 방식은 지속가능했기에 조상들이 살아왔던 방식 그대로 본을 받아 살아가면 됩니다. 힘듦과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노동을 통해 검소함을 미덕으로 사는 세상을 그려봅니다.

 

원래 그렇게 살던 곳이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에서 농사로 살아가는 가족들이 협동으로 살림살이를 꾸려 살고, 질서를 만들고 공유 공생하는 문화를 다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지금껏 우리에게 주입된 자본주의적 생각들로부터 벗어나 이전의 함께하던 농촌문화의 전통을 다시 살리고 마을에서 가족의 삶이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마을이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게 하여야 합니다. 지금 이나라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충분한 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농직불금을 확대하거나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을 활용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생계를 걱정하지 않는 기초 위에 농촌마을을 다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각 지역들은 마을을 기초로 지역이 자립 순환할 수 있는 구조로 편성하면 될 것입니다. 국가 행정상 편의를 도모하는 구역을 나라 살림살이의 구조로 재편하면 될 것입니다. 거기에 기본이 마을이 되어야 합니다.

 

나라 살림살이 정책의 기본을 정치하는 자들이 바로 보기만 하면 됩니다. 정치권력이 자신들의 편의대로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법을 만들고 강제하고 빼앗아간 권리들을 다시 되돌리게 해야 합니다. 농촌마을이 자신들의 뿌리이고 조상임을 알면 됩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책을 계속한다면 이들은 불효한 자들로 낙인을 찍어 마땅합니다. 아마도 뿌리를 모르는 자들이거나 알면서도 모른 체 자신들만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불한당 몰이배 깡패집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괴된 농촌마을은 복원되어야 합니다.

 

이런 상식을 거부하는 기득권은 가족 마을 그리고 지역에 있습니다. 크게는 기득권 정치집단의 연합체인 국가에 있습니다. 나부터 권위와 권력으로 군림하는 기득권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하여 가족 마을 지역 국가 정치 기득권에 맞서야 합니다. 세월이 100년 걸리더라도 그 길로 가야 합니다.

 

농협개혁의 당위성 말로 글로 소용없습니다. 농협의 권력구조를 농본주의에 근거한 농민중심으로 바꿀 때 비로소 농협개혁은 가능할 것입니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여 조합원의 이익을 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농협은 이미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재벌집단입니다. 농촌과 농민을 위해서 없어져야 할 조직입니다. 새로운 틀로 다시 재편해야 할 대상입니다.

 

희망과 상식을 말하기에는 너무 와버린 그 끄트머리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쉼 없이 달려왔던 그 길에서 놓쳐버리거나 외면하고 지나친 것들을 성찰해야 합니다. 여기서 앞으로 나가야만 하는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많이 뒤돌아보고 필요한 만큼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방향은 농업이 아니라 농민이고 마을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동지들이 있습니다. 농민조직, 생협조직, 먹을거리단체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들 생명과 평화를 위한 삶을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희망을 붙잡고 농본주의가 이뤄지는 세상을 꿈꾸며 한 농민의 몫을 살겠습니다.

 

나라사람들 모두가 농부가 되어 농부의 마음으로 사는 세상!!! 그 세상을 위하여...

 

고강현-프로필이미지.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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