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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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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날려 보자

posted Jun 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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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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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Go Fly a Kite - Jackson Park , Chicago

(연을 날려 보자 - 잭슨 파크, 시카고)

 

 

kite.jpg

Sue Cho, "Girl playing kite with dog", June, 2023, Digital Painting

https://www.youtube.com/watch?v=BA-g8YYPKVo

 

 

5월 어머니날 즈음, 딸이 있는 시카고에 갔다.

 

"엄마, 어머니날 뭐 하고 싶어?"

 

"음… 잭슨 파크, 몰랐는데 거기도 센트럴 파크를 디자인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가 설계했데. 오래전 거기서 거대한 황금 동상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는데… 궁금하네. 우리 거기 가보자."

 

Jackson Park

20230605_140911.jpg

 

잭슨 파크는 시카고 다운 타운에서 남쪽으로 7.5마일, 차를 타고 15분 정도 걸린다. 지도에서 보여주듯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이 있는 Hyde Park에서 동쪽으로 미시간 호수를 끼고 잭슨 파크가 있다. 서쪽으로는 워싱턴 파크(Washington Park),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미드웨이 플레이선스(Midway Plaisance), 이렇게 시카고 도심 남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공원들을 뉴욕 센트럴 파크를 성공적으로 디자인을 한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와 칼베르트 보가 디자인하였다.

 

1111.png

 

 

 

1893 World's Columbian Exposition

 

world fair.jpg

From "The Book of the Fair"

 

 

컬럼비아 대륙발견 400주년을 기념하는 만국박람회의 개최지로 뉴욕을 비롯하여 대도시들이 경합을 벌였는데 시카고가 당당히 선발되었다. 옴스테드는 대니엘 번햄(Daniel H Burnham)과 함께 만국박람회(World's Columbian Exposition, Chicago World's Fair)의 설계 책임을 맡았다. 그 지형을 잘 아는 옴스테드가 잭슨파크를 박람회의 장소로 선정했다.

 

1992년부터 2년간 하이드 파크에 살았었다. 그 당시 옴스테드라는 이름도 알지 못했고, 학교 캠퍼스 반경을 벗어나면 위험하다고 해서 공원 근처에는 얼씬도 못했다. 한번 아들 축구 시합이 잭슨파크에 있어 차로 데려다주는데, 금으로 도금한 로마 황제 같은 엄청난 동상을 보았다. "이런 구석진 공원에 도대체 뭐지?" 하고 의문을 가졌지만 살펴보지는 못했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Golden Lady"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만국박람회의 아이컨이라 할 수 있는 "Statue of Republic"을 만국박람회 25주년을 맞는 1918년에 삼분의 일로 축소해 세워졌다. 1893년 만국 박람회 때 지은 대부분의 건물들은 임시로 plaster(석고)로 지어 화재로 소실되거나 부서졌지만, 그 당시 Fine Arts Palace 건물은 Museum of Science and Industry(과학 산업 박물관)으로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이곳에서 보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시(Leonardo Da Vinci, Man, Inventor, Genius)도 기억에 남고, 아이들과 자주 왔었는데, 만국박람회 때 지어졌다 하니 더 귀하게 느껴진다.

 

 

Wooded Island

 

30년이 지난 이제야 옴스테드의 잭슨 파크를 제대로 찬찬히 돌아본다. 골프코스도 보이고 넓은 들판도 지나간다. 숲 속 길을 걷다 보니 라군(Lagoon)이 나오고 가운데 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옴스테드가 나무도 거의 없던 모래 습지를 울창한 섬으로 조경하였다. 우리에겐 도심의 평화로운 쉼터이자 새들의 안식처(Bird Sanctuary)이기도 하다.

 

20230514_131319.jpg

 

한 나무를 보고 걸음이 딱 멈춰졌다. 오래되고 구불구불한 가지가 이렇게 예술적일 수가? 혹시 옴스테드가 잭슨파크를 조성할 때 심은 나무가 아닐까? 내가 너를 시카고 위대한 나무 일호로 칭하노라. 전에 뉴욕시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 여겨지는 튤립 트리(Tulip Tree)가 퀸즈 앨리폰드 파크(Alley Pond Park)에 있다고 해서 보러 갔는데, 표시가 되지 않아 헤매다 돌아온 적이 있다. 거기 가면 모두 알려줄 줄 알았는데 아무도 몰랐다. 오히려 표시가 잘 안 되어서, 사람 손이 안타 오래 보존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나무도 사람들이 몰랐으면 한다. 그래서 오래 이 모습으로 남아 있길!

 

 

Garden of Phoenix

 

garden of phoenix.jpg

 

우디드 아일랜드에는 봉황 가든(Garden of Phoenix)라 불리는 일본정원이 있다. 만국박람회에 일본이 설치했던 누각, 봉황당(Phoenix Hall )을 선물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화재로 타고 정원은 방치되었다가, 오사카와 자매도시가 되어 170그루가 넘는 벚나무도 심고, 다시 정비가 되었다. 벚꽃은 이미 다 졌지만 4월 말과 5월 초 사이 벚꽃이 만개할 때 이곳을 찾으면 멋질 것 같다.

 

일본 절이 불탄 자리에 오노 요코의 "Skylanding"이란 아름다운 조각이 설치되어 있다. 가까이 가면 연꽃잎이 따로따로 있지만 멀리서는 한 송이 연꽃처럼 보인다. 뉴욕시 72가 지하철역에 오노 요코의 "Sky"라고 하늘의 구름이 담긴 6개의 모자이크 작품이 떠오른다. 그녀가 사는 집 다코타 빌딩(The Dakota)과 존 레논을 기념하는 스트로베리 필드(Strawberry Fields)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이다. 이 작품을 보니 존 레논의 부인이 아닌 오노 요코라는 예술가로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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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 Yoko, Skylanding, 2016

 

 

Barack Obama Presidential Center

 

봉황 가든 입구에서 보면 물건너로 오바마 대통령 센터(Barack Obama Presidential Center)가 올라가고 있다. 국가사적지로 정해진 잭슨파크의 공원부지를 지키고, 옴스테드가 설계한 균형 있는 본래의 모습이 훼손된다고 시민단체들이 반대가 심하다고 들었는데 공사가 시작되었나 보다. 미국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대통령 재임 기간의 기록물을 전시하는 대통령 도서관이 건립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카고 법대교수로 재직했고 또 사택이 있는 켄우드(Kenwood)도 멀지 않아 적합한 장소이긴 한데 "옴스테드의 버려진 공원"과 "옴스테드의 훼손된 공원" 중에 어떤 것이 좋을지…

 

20230606_231659.jpg

사진 위: Wooded island에서 바라본 공사 중인 Barack Obama Presidential Center, 5/14/2023 / 아래: 센터 이미지 합성(rendering) from Obama Foundation https://www.obama.org/the-center/

 

 

에헤야 디야 바람분다 연을 날려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AyOaL5j8MtY

 

잭슨파크 일부를 돌고 넓은 벌판이 나오자, 사위가 준비한 서프라이즈를 꺼낸다. 노란 방패연의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한번 시범을 보여주었다. 나무나 전선줄에선 멀리, 그리고 언덕이나 구덩이 없나 살펴보고. 마침 바람이 많이 불어 연을 날리기 안성맞춤이다. 처음으로 연을 날려본다. 큐리어스 죠지(Curious George)처럼 흥분된다. 실타래에서 실을 적당히 풀어 노란 방패연을 들고 들판에서 뛰었다. 얼마 만에 하는 달리기인가. 연이 땅에 가라앉는 것 같아 계속 뛰었다. 하늘로 이미 뜬 것도 모르고. 딸이 비디오를 찍으면서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제야 뒤돌아 보고 우와 연이 뜨네. 연이 높이 오른다. 잡고 있던 실의 탱탱한 장력이 느껴진다. 그 느낌, 에너지가 좋다. 연이 아래로 내려오려 하니 톡톡 실을 쳐주라고 사위가 소리친다. 다시 높이 연이 난다.

 

30년 전 어렴풋이 보았던 황금빛 동상도 멀찍이 보이고, 어린 아들이 축구 연습하던 이곳에서 연을 날리다니. 이곳이 1893년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옴스테드가 설계한 잭슨 파크라고 하네. 에헤야 디야 연을 날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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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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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는 46 개 국가가 참여했는데, 조선이 서구에 문호를 개방하고 조선의 문화를 알리고자 참가한 첫 세계 박람회라고 한다. 고종이 정경원 등 악사들을 포함 13 명을 파견했다고 한다. 그 당시 사진과 기록을 담은 " The Book of the Fair"에 한국관 사진 한 장이 실렸다. 기와로 한국관을 짓고 수공예와 예술품, 도자기, 의복등을 진열한 사진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온다. 그때 진열품 중 다수가 자연사 박물관(Field Museum)에 기증이 되었다고 한다. 2022년 조지 워싱턴 대학(George Washington University)의 Textile Museum에서 " Korean Fashion: From Royal to Runway"전시에 만국박람회 때 전시된 한복도 있다고 한다. vimeo.com/755702063 가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Untitled_Artwork.jpg

Sue Cho, "Hanbok in Korean Couple", June, 2023, Digital Painting

 

 

홍영혜-프로필이미지2.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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