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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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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그 나무를 만나다 4 - 다시 솟아오르다

posted Jan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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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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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이브센트 스퀘어 파크의 영국 느릅나무

(English Elm in Stuyvesant Squar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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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Black Squirrel in Stuyvesant Square Park", 2024, January, Digital Painting

 

 

크리스마스 연휴에 시카고에서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 Tre Kronor에서 브런치를 먹다가, 갑자기 오른쪽 제일 뒤 윗어금니가 통째로 뚝 떨어졌다. 어금니의 빈자리가 그렇게 큰 줄 몰랐다. 씹는 것이 불편해지면서, 그쪽이 휑하니 빈 것 같았다. 이빨을 뽑고, 임플란트를 하고, 위 이빨인 경우에 사이너스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 앞으로 감수할 온갖 불편함을 생각하니 마음이 푹 내려앉았다. 연휴여서 치과에 가지 못하다 뉴욕으로 돌아와 오늘에서야 치과에 갔다. 뿌리가 아직 살아있어서, 빠진 이빨을 그냥 붙이면 될 것 같다고 한다. 아니, 이런 반전이. 새해 들어 첫 번째 기쁜 소식이다. 이빨을 뽑을 줄 알았는데, 집에 다시 가서 떨어진 어금니를 가져와 붙이고 왔다. 버리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런 반전이 스타이브센트 스퀘어 파크의 위대한 나무, 영국 느릅나무에게도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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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yvesant Square Park는 그래머시 파크(Gramacy Park) 구역, 15th St와 17th St 사이에, 2nd Ave가 공원 가운데를 지나가 동쪽, 서쪽 공원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는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스퀘어 파크이다. 학교와 성당 그리고 병원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비교적 안전하고 조용하다. 노숙자나 마약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위대한 나무(Great Tree)로 선정된 영국 느릅나무를 비롯해, 오래되고 좋은 나무들이 많다. 이 영국 느릅나무는 Peter Gerard Stuyvesant(Peter Stuyvesant의 후손)가 4 에이커의 땅을 1836년 뉴욕시에 기증하기 전부터 살고 있던 나무로 추정된다. 남편의 일터 가는 길에 있어 때론 아침 녁에 서둘러 남편 출근길에 따라나서기도 한다. 이공원을 돌며 산책도 하고 커다란 영국 느릅나무 앞에서 보건체조와 타이치 연습을 하고 돌아오곤 했다. 이 공원에는 까만 다람쥐들이 살고 있다. 날씨 좋을 때 Peter Stuyvesant(뉴욕의 이름이 뉴 암스테르담일 때, 1647년 네덜란드인 총독으로 부임) 동상 옆 벤치에 앉아 있으면 아예 까만 다람쥐가 벤치 위에 올라타서 빤히 쳐다본다. 지나가던 사람이 그 벤치에 앉으려면 다람쥐들에게 프리미엄 좌석,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농담을 한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은 땅콩을 주고 있었다. 입장료가 없는 나는 머쓱하게 일어난 기억이 있다.

 

한동안 이 공원에 뜸했었는데 지난 10월 즈음 공원에 갔다 깜짝 놀랐다. 그 커다란 영국 느릅나무가 없어지고 그루터기만 남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공원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아무도 소식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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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 Tree

 

스타이브센트 스퀘어 파크의 나무가 베어진 것을 알고 얼마 되지 않아 브루클린 식물원( Brooklyn Botanic Garden)에 갔었다. Power of Tree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Pin Oak가 있었는데 곰팡이병에 걸려 쓰러질 위험이 있어, 나무를 베고 해부해 사람들이 나무를 자세히 관찰하도록 전시하였다. 다람쥐가 나무 안에 집을 지은 것, 심지어 플라스틱 백을 그 안에 넣은 것, 곰팡이로 나무가 상한 곳, 나무의 나이테 등 하나하나 설명하였다. 그리고 나무를 그루터기만 남기지 않고, 사람 크기 정도 기둥을 남겨놓고 나무와의 작별 인사를 할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이런 배려가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나무 위에 올라가 만져보면서 스타이브센트 공원에 영국 느릅나무를 생각했다.

 

스타이브센트 스퀘어 파크에는 전에도 오래된 나뭇가지가 떨어져 사람을 상하게 해서 그 나무를 베었다고 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나무가 쓰러질 때는 서서히 기울어져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 "쩍" 하고 쓰러진다. 내 바로 뒤에서 나무가 쓰러진 아슬아슬한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 쓰러지는 나무를 보고 우리 인생도 그런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경고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 갑자기 오는 게 아닌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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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arden to Persistence

 

스타이브센트 스퀘어 파크에 그루터기를 보러 자주 갔다. 혹시 나무의 소식을 듣지 않을까 해서. 커다란 분화구처럼 속이 텅 빈 그루터기는 그대로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내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안내문 하나가 그루터기 앞에 붙어있었다.

 

안내문에는 이 나무가 곰팡이 병이 들어 그냥 놓아두면 위험해서 베었다고 한다. 스타이브센트 스퀘어 파크 주민회(Stuyvesant Square Park Neighborhood Association)가 뉴욕시 공원관리국에 그루터기를 뽑지 않고 그대로 놔두고 주변에 새 어린 나무들이 자랄 수 있게 Coppicing(코피싱)을 하여 나무를 관리하도록 청원을 하였다고 한다. 뿌리는 죽지 않고 살아있어 나무 주변에는 새순이 돋고 있었다. A Garden to Persistence(불굴의 정원)을 만들어 놀라운 자연의 힘과 9-11과 2020 코비드 팬데믹을 잘 극복한 뉴요커들에게 바치는 정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팬데믹에 지냈던 통나무집 근처 공원에 나무가 쓰러져 눕혀져 있었다. 죽은 나무인가 생각되었는데 봄이 되니 그 속에 가지가 나고 잎이 나오고, 운치가 있었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재생하는 나무를 어느 날 공원 직원들이 나와 나무를 다 잘라내고 정리를 하였다. 살아있는 누운 나무를 다 치워버려 너무 섭섭한 적이 있었다. 자연은 그대로 놔두면 자생력이 있는데, 자연을 가꾼다고 하는 사람들의 개입이 도리어 자연을 망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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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이브센트 스퀘어 파크는 2nd Ave로 동서로 나누어졌고 각각의 게이트가 따로 있다.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게이트가 아이언 게이트라고 한다. 묵직해 보이고 품격이 있다. 오랜만에 길을 건너 동쪽 파크에도 가보았다. 이곳은 병원 쪽을 접하고 있다. 동북쪽 코너에는 날이 추운데 자원봉사들이 드보르작 동상 주변을 정리하고 멀취도 덮어주고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공원을 돌본다고 한다. Robert는 오랫동안 정원사의 경험이 있어 봉사자들을 잘 안내해 준다고 Vallerie가 말한다. 공원관리국만 믿지 않고 이런 동네 지킴이와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오래된 귀한 나무들을 보호하고 공원을 쾌적한 곳으로 유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로버트는 드보르작 동상 어깨너머로 보이는 건물을 가리키면서, 드보르작이 미국 클래식 음악의 발전을 위해 뉴욕 국립음악원 원장으로 초빙되어, 3년간 거주한 곳이라고 한다(1892-1895년). 지금은 새 건물이 지어지고 플래크만 남아 있다. 신세계 교향곡을 이곳에서 작곡했다니 감회가 깊다.

 

공원을 나서면서 학교 아이들 길을 건너 주는 School Crossing Guard를 만났다. 나무 자를 때 거기 있었냐고 물어보니, 학생들이 나와 나무 자르는 것을 보고 작별을 했다고 한다.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오래된 나무를 보내고, 솟아오르는 어린나무들을 기다리면서 희망의 2024년을 시작한다. 뿌리가 살아서 재생된 나의 위 어금니를 찾은 기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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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Resilient tree", 2024, January, Digital Painting

 

 

 

PS 1. 내가 첫 번째로 좋아하는 Park은 Madison Square Park이다 K town에서도 멀지 않고, 이상적인 조건을 두루 갖춘 공원이다. 수목원이기도 한 이 공원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고자 한다. 이곳에도 the James Madison tree라는 위대한 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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