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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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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과디아와 오헤어 공항 사이 -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posted Nov 0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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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My ritual of helping the fear of flying", 2024, Sept. Digital Painting

 

 

시카고에서 돌아와 다시 뉴욕의 평범한 아침을 맞이하니 좋다. 달걀을 8분 삶고 오트밀을 12분에 끓여, 우유를 듬뿍 넣어 베리와 넛트를 얹어 먹는다. 편안한 긴 숨이 나온다.

 

올해는 시카고에 6번을 다녀왔다. 이제 11월과 12월에 다녀오면 8번이다. 터뷸런스가 심해 내내 불안에 떨기도 하고, 비행시간이 계속 지연되다 밤 10시 가까이 취소되어 호텔로 간 적도 있다. 이미 실은 짐을 다시 찾으려면 새벽 한 시가 넘는다고 해서, 세면도구도 없이 30시간 만에 집에 왔다. 이런 일을 겪다 보니, 순탄하게 제시간에 오면 뜻밖의 행운이라 여겨진다.

 

비행기를 타기 싫어 어떻게든 차로 가볼까, 심지어는 기차로도 갈까 궁리했었는데, 이제는 피할 수 없다면 비행기 여행을 즐겨보도록 마음을 돌려본다. 뉴욕과 시카고 노선은 비행시간도 세 시간 남짓 길지 않고, 미국 내 항공노선 중 이착륙할 때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경치를 즐길 수 있는 항공편이기도 하다. 공항에서 기다릴 때, 설치된 공공미술과 건축 디자인을 눈여겨보며 걷다 보면 공항은 또 하나의 거대한 뮤지움이다. 오늘은 라과디아 공항에서 오헤어 공항까지 함께 비행기 여행을 떠나 보도록 하자.

 

 

라과디아 공항(LaGuardia Airport)

 

 

라과디아 공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3세계 공항 같다고 할 정도로 시설이 낙후되었다가, 터미널 B공사를 끝내고 멋진 공항으로 탈바꿈하였다. 북미주 공항 중 처음으로 5-Star Rating을 받고, 2013년 "World Best New Airport Terminal"(by Skytrax)로 선정되었다. 공항입구에서부터 뉴욕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이 멋지게 펼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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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 Sarah Sze, "Shorter Than the Day", Right : Laura Owens의 "I 피자.jpg NY"

 

 

터미널 B로 들어가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듯한 커다란 구가 들어온다. Sarah Sze의 "Shorter Than the Day"이다. 자세히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뉴욕 하늘을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찍어, 900개 정도나 되는 영상이 걸려있다고 한다. 하늘, 비행기 여행, 순식간에 변하고 사라지는 하루, 또 덧없는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얼핏 보기엔 날아갈 듯 가벼운 작품인데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작품의 5톤 무게가 느껴진다.

 

재미있는 작품은 Laura Owen의 "I 피자.jpg NY"이다. 25,000스퀘어 피트 되는 전벽이 타일로 만든 모자이크 벽화이다. 구름 사이사이에 80개나 되는 뉴욕의 상징들이 담겨있다. 숨은 그림 찾듯 아이콘들을 찾고 의미를 알아채면 그만큼 뉴욕과 친해진 것 같아 뿌듯하다. 뉴욕의 상징인 베이글, 핫도그, 피자, 아폴로 극장, 자유의 여신상,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 센트럴 파크의 이매진(Imagine), 크라이슬러 빌딩, 스톤월 인, 메트로 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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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ppe Hein, "All your Wishes" :70 mirror ballons(PVD coated stainless steel) and 3 Modified Social Benches

 

 

터미널 B의 메인 어트랙션은 상점으로 둘러싸여 있는 동그란 분수 주변이다. 천장으로부터 쏟아 내리는 물과 레이저 빛이 함께 어우러지는 분수 쇼는 바쁜 발걸음들도 여기서는 잠깐 멈춤을 하게 한다. 마치 아이들이 끈을 놓쳐 여기저기 달아나 버린 풍선 같은 작품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한 바퀴 뱅그르르 돌기도 하고 재미있게 트위스트 된 빨간 벤치에 잠시 쉬어가면 어떨는지.

 

 

비행기에서

 

좌석을 정할 때 뉴욕과 시카고 노선은 가능하면 왼쪽 창가로 예약해야지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다. 뉴욕으로 돌아올 때도 노선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경험으로는 왼쪽 창가에 앉으면 자유의 여신상을 비롯해 로어맨해튼의 빌딩 숲과 미드 타운을 지나 퀸즈 라과디아 공항 쪽으로 우회전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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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흔들릴 때는 가방에서 나무 십자가를 꺼내 꼭 손에 쥔다. LA 근처에 가나 공방을 하는 목사님이 만든 "포용의 십자가"인데, 커브로 디자인되어 손에 감싸기 좋다.(https://www.canacreation.com/). 나는 고소 공포나 폐쇄 공포는 없는데 반해, 비행기에서 흔들리는 것을 무서워한다. 요즘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터뷸런스가 더 심해진 것 같다. 몹시 흔들릴 때는 심호흡으로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호흡에 집중해 보는 수밖에 없다.

 

전에 상담했던 내담자가 공황장애가 있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조금씩 짧은 노선부터 비행기 타기를 시도했는데 준비물 리스트에 친구가 보내준 편지들도 있었다. 편지를 읽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한다. 그 생각이 나서 내가 쓴 글을 미리 다운로드해서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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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Wilmette & Evanston along the shoreline of Michigan Lake, Right: Baháʼí temple

 

 

귀가 먹먹해지면서 비행기가 하강하고 있다. 블라인드를 올리면 바다 같은 미시간 호수가 들어온다. 곧 해안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얀 돔이 눈에 들어온다. Wilmette에 있는 바하이 템플이다. 처음 미국 왔을 때 남편이 데리고 간 곳이다. 그때는 건물 앞에서 사진만 찍었었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본당의 건물도 자세히 보고 방문자 센터에서 바하이 종교에 대한 설명도 읽고, 정원을 돌아보았다. 밤에 콘크리트에 쿼르츠를 섞어 지은 템플이 어떻게 빛날지 가보기도 한 바로 그 건물이다.

 

바하이 템플 바로 남쪽으로 Evanston에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 캠퍼스가 눈에 들어온다. 호수 근처 분수에서 물이 뿜어 나오는 것도 사진을 확대하니 미세하게 보인다. 비행기가 오헤어 공항이 있는 서쪽으로 우회전할 때 시카고 다운 타운의 하이라이즈, 존 핸콕센터(John Hancock Center), 한 때 세계에서 제일 높았던 윌리스 타워(Willis Tower)가 아련히 보인다.

 

 

오헤어 공항

(Chicago O'Hare International Air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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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ndering of the interiors of O'Hare Global terminal, Photo from studiogang.com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은 미국 내에 연결 비행기 노선이 가장 많은 허브(hub) 공항이다. 지금은 시설이 낙후된 느낌이 있는데, 중심이 되는 Global Terminal이 2028년에 완공될 예정이라 한다. 건축가 지니 갱(Jeanne Gang)이 모든 디자인의 측면에서 시카고의 경험을 유니크하게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위에서 보면 시카고 강물을 연상하는 Y자 모양의 터미널과 중앙엔 시카고 깃발인 6포인트 스타를 상징하는 스카이라이트, 오래전 과수원이었던 이곳에 자연광을 이용해 나무를 많이 심는 등, 친환경적인 설계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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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찾고 우버 픽업 장소를 찾으러 쏜살같이 나오느라 전에 보지 못했는데, 헬무트 얀(Helmut Jahn) 이 디자인한 Terminal 1의 천장도 독특하다. 기차여행 황금기 시절의 역의 느낌을 포스트 모던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사실 이 천장에 주목하게 된 것은 Concourse B를 걷다가 천장까지 달듯 한 공룡 뼈의 머리를 쳐다보다가였다.

 

파이버글라스로 만든 브라키오사우루스(Brachiosaurus) 모형은 시카고 자연사 박물관, The Field Museum에 전시되었다가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완전하게 보존되었다고 하는 티라노사우르스(Tyrannosaurus), 일명 Sue를 필드 뮤지움에서 매입한 후, 그녀에게 자리를 내주고 공항 뮤지움 샵 앞에서 세일즈에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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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Hayden, "The Sky's The Limit" in Terminal 1 at Chicago O'Hare

 

 

오헤어 공항 하면 가장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곳은 터미널 1에 concourse B와 C를 연결하는 지하 터널, 무빙 워크웨이(moving Walkway)이다. 오색찬란한 패널 벽과 레인보우 색깔로 시시각각 변하는 천장의 네온 불빛을 보면서 800 피트 가까이 되는 지하터널을 통과할 때면, 비행기 여행으로 지쳐 어두워진 마음까지도 무지갯빛 팔레트로 바꿔주는 것 같다. 1987년, 네온 불빛을 밤거리의 간판으로만 보았지, 비주얼 아트에 그리 익숙하지 않던 시절, 이곳을 걸어갔을 때 감동이 지금도 여전하다. 흘러나오는 Rhapsody In Blue를 들으며 시카고 도착 환영 인사를 보낸다.

 

https://youtu.be/cH2PH0auT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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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Flying over Metropolitan", 2024, Sept. Digital Painting

 

 

PS. 라과디아 공항에 숨겨진 보석은 터미널 A (Marine Air Terminal)에 있다. 아트 데코 스타일 건물 안에 로탄다 주변으로 비행의 역사를 담은, James Brook의 "Flight"(1942) 벽화가 그려져 있다.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다. 전에 이곳에 관해 썼던 글을 첨부한다.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document_srl=3731543&mid=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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