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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정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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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수라

posted Dec 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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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일곱째별
발행호수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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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수라 

 

 

하늘이 뚫린 듯 비가 퍼부었다. 광목 앞치마가 흠뻑 젖을 걸 생각하니 망설이다 못 입고 방수 고어텍스 점퍼에 반바지를 입고 맨발에 등산용 샌들을 신고 우산을 들었다. 

2023년 7월 11일 화요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삼척블루파워 철회를 위한 신규석탄발전중단법 제정 촉구 집중 기자회견>이 있는 날이었다. 비가 조금 잦아들었지만, 바깥 활동 특히 기자회견에는 매우 힘든 날씨였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세 명이 나와 손피켓을 들고 있었다. 어른도 힘든데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까? 정치하는 엄마 덕분에 어려서부터 정치에 눈 뜬 아이들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치과와 안과와 기획회의.

예약과 약속 사이에 시간을 좀 떴다. 최근에 시네큐브보다 더 자주 가는 에무시네마 상영표를 검색했는데 놀라운 일이 있었다. 영화 <수라>가 상영 중이었다.

6월 10일 자전거로 군산 수라갯벌에 가기 며칠 전, 수라를 검색하다가 영화<수라> 6월 21일 전국 100개 극장 상영 예매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후원의 의미가 컸고 내가 가 볼 곳에 대한 영화라 궁금했다. 전국 100개의 영화관 중 군산에서 보고 싶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수라>는 군산 영화였기에 군산에서 보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예매를 못 한 채 수라갯벌을 거쳐 영광 핵발전소까지 자전거 순례를 다녀왔다. 개봉일인 6월 21에 서대전에 있는 극장에라도 가서 보려고 했는데, 예매 사이트엔 영화가 없고 아무리 전화해도 ARS의 단절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중에 상영관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봐야 하나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영화를 몇 주가 지나 달이 바뀐 7월에 서울의 독립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무시네마 상영 시간이 여의치 않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트시네마 모모에 가능한 시간대가 있었다. 2009년에 레오 까락스를 만났던 곳, 그리고 2019년 마지막 날 <윤희에게>를 보았던 그곳에 다시 가 보았다. 

 

<수라>는 비현실적으로 붉고 큰 해가 뜬 갯벌 씬이 처음과 나중에 나온다. 영화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을 나는 새였는지 갯벌의 게였는지 여하튼 우리가 자연이라고 칭하는 장면이 화면을 꽉 채우면서부터 나는 울기 시작했다. 작고하신 류기화 언니, 이강길 감독이 등장하면서 울음은 거세졌고,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도요새, 흰발농게가 나올 때마다 소리 죽여 통곡하고 있었다. 러닝타임 108분 동안 나 말고도 다른 울음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을 위시한 종교계 및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삼보일배를 하던 2003년에 나는 <녹색평론>을 통해 그 사실을 알고만 있었지 감히 참여할 생각도 못하던 소시민이었다. 33.9km 방조제를 자전거로 지나가 본 20년 후인 지금, 시민생태조사단 2세대에서 장본인인 된 승준이 쇠검은머리쑥새의 노랫소리를 녹음해냈음은 새만금의 회생을 확신하게 했다. 승준이가 그렇게 성장하게 된 배경인 동필 씨가 한 말은 명대사였다. 

 

“아름다운 것을 본 것도 죄라면…… 나는 죄인인가?” 

 

그렇다면 나를 포함한 영화 <수라>를 본 사람들은 모두 죄인이 되었을 것이다.

동필 씨의 아들 승준이 법정보호종을 찾아내 수라갯벌에 군사공항을 못 짓게 하고 궁극적으로 새만금을 살리려는 것처럼 전날 국회의사당에서 본 정치하는 엄마들의 아이들도 지금은 신규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외치지만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기후위기에 탄소배출을 막고 지구생태를 지키는 데 큰 역할 하기를 축복한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이야기다. 자연생태환경을 파괴한 우리가 받고 있는 벌이다. 더 늦기 전에 모두가 자각하고 전쟁과 무분별한 개발을 멈춰야 한다.

 

입을 벌려 ‘수라~’하고 발음할 때 내 안에 생명이 들어온다. 수라에 다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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