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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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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산행의 가운데

posted Jul 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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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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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금요일 밤, 장마가 소강상태다. 쾌재를 불렀다. 내일 아침 산을 오르자고 급히 번개를 쳤다. 이튿날 아침, 산행을 예고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응답이 없다. 코로나 시국을 건너며 혼밥과 혼술이 흔한 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홀로 오르는 산이면 어떠랴 하는 심정으로 쉽게 돌아서지 않는다. 혼산이 불가피한 듯하였으나 극적으로 다른 산으로 혼산 준비하던 친구가 번개를 보고 합류하였다.

 

올봄은 무척이나 비가 귀했다. 태생이 시골이라 봄에 논물이 얼마나 있나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길에 모내기는 얼마나 되었나 봄철에 유심히 살피곤 한다. 마침 비가 오시니 고마울 수밖에 없다. 장마가 시작되었는데 두어 번 비를 흩뿌리더니 다시 짙은 구름과 습기를 잔뜩 품은 대기만이 온몸을 휘감을 따름이다. 와중에 비가 잠시 멈추었다고 쾌재를 부르다니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다.

 

이런 날, 산을 오르면 온몸에 샘솟듯 빠져나가는 땀이 어떤 면에서는 약간의 쾌감을 선사한다. 여름날 산행의 백미는 탁족(濯足)이다. 창랑의 물이 맑고 흐리고에 따라 갓끈을 담그고 발을 씻는다지만 이도 창랑에 물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5월 강수량은 5.8mm, 기상관측 이래 최저치라 우스갯소리로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야 할 판이다.

 

계곡의 물소리가 힘차다. 그렇게 비가 오지 않아 애를 태웠으나 이삼일 내린 비로 계곡은 갓끈을 담그기에도 발을 씻기에도 충분한 물이 넘치게 흐른다. 흐르는 땀을 계곡물에 씻어 내고 발을 담그고 있자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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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탁족(濯纓濯足)에 이어지는 맹자의 구절은 사람이 반드시 자기를 업신여긴 후에 남들이 업신여긴다로 이어진다. 집안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다 한다. 내가 바로 서지 않으면 누가 나를 세워줄 것인가. 기우제를 지내는 심정이라 하였지만 간사하여 비가 오지 않는다니 바로 산에 갈 생각에 즐거워하고 이 가뭄에 며칠 내린 비로 불어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미소 짓고 있으니.. 오호라! 짧고 짧은 이내 생각을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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