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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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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8 - MontBlanc 몽블랑 트래킹3

posted Aug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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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생각하며 - 몽블랑 트래킹3 

 

 

MontBlanc#12 예기치 못한 일

 

신발장에 잘 넣어둔 트레킹화가 간밤에 세차게 내린 비가 들이쳐 한쪽이 물바다가 되었다. 에딘버러 출신 레이디가 난감한 처지다. 준비성 있는 아가씨라 운동화도 한 켤레 가지고 와서 산행을 할 수는 있겠지만 젖은 등산화를 오스카 위에 올리면 안 되냐고 하는 부탁에 리더는 건조하게 답한다. 네 배낭 뒤에 달고 가라고.. 

 

사단은 또 있다. 시드니에서 온 마드모아젤 신발은 비브람창의 중등산화다. 이번 트레킹을 위해 새로 장만했다 한다. 트레킹 다섯째 되는 날 이 등산화의 밑창과 본체가 분리되려한다. 한 짝만 그런 게 아니라 양쪽 모두가.. 역시 준비가 잘 된 이 친구 역시 운동화를 가지고 와서 대체 하기는 했지만 참 세상일 알 수 없다. 거금을 들여 준비해도 문제가 생기고, 잘 챙겨 놓아도 사고는 부지불식간 생긴다. 오년 째 신고 있는 슬리퍼 하나 여유로 달랑 챙겨온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나는 중간에 낙오자 신세를 면치 못하리라.. 이참에 등산용 샌들 하나 장만해서 트레킹에 나서야 하나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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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록(Rock music)

오늘 첫째 고개 넘어 내려오는 초원에 큰 종을 목에 걸고 있는 소떼가 여기저기서 풀을 뜯고 있다. 사실은 첫날 스위스에서 부터 몽블랑 산자락에 방목하는 소들을 보며 온실가스 계산에서 농업분야 특히 가축의 분뇨에 대한 글을 하나 써야지 했었는데 주제가 너무 무겁기도 하고 오해의 소지가 너무 풍부한 사안이라 비켜가기로 하다.. 마치 미세먼지 대책에 삼겹살집 이야기하는 것 같아 생뚱맞게 들리기도 할 것 같고..

 

오늘 중간에 들린 치즈 제조 농가는 고갯마루 아래 2000 고지에서 풀을 뜯던 소들이 생산한 젖으로 만든다고 한다. 9개월 숙성시킨다는 케이브에 들어가서 본 40kg치즈 덩어리가 가지런하다. 400kg의 소젖이 있어야 한 덩이가 나온단다. 

 

우리 가마솥 열배는 되어 보이는 솥들이 여럿 있는데서 일하는 친구는 록 음악을 틀어 놓고 가마솥안을 젓고 있다. 록을 들으며 만들어진 치즈라.. 구미가 당긴다. 케이브 안에서 잘라준 치즈를 먹어보니 역시.. 

 

파리에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치즈를 매일 상위에서 만나게 된다. 익숙해지면 알 수 있는 맛이 있다. 공장에서 나온 것과는 다르다. 한 덩이 잘라 달라했는데 이분 손을 보니 굽었다. 평생 치즈를 만들고 자르고 하면서 손가락이 굽었나 보다. 노동을 숭고하다고.. 글쎄 노는 게 숭고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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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족

1. 오스카랑 껴안아도 될만큼 친해졌다. 

2. 치즈 값 계산하려고 기다리다 우유 젓는 농부와 함께 록음악에 맞춰 흔들다. 

3. 나 보다 체력이 떨어지는 레이디는 없어 보인다. 나는 춥다고 껴입고 자는데 이 팔팔한 레이디들은 밤에도 민소매, 낮에 빙하지대를 지날 때도 민소매에 핫팬츠 차림이다.

 

 

MontBlanc#13 사람의 자리

 

TMB(TourduMontBlanc)루트는 길쭉한 타원형이 북동에서 남서로 놓인 형태다. 북서쪽 프랑스에서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스위스,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오늘 다시 프랑스 땅으로 들어왔다. 보통 경계가 되는 고개를 하나 넘는데 오늘은 2200 고지 col de la seigne 그리고 이탈리아 프랑스 경계인 col de four 두개를 넘었다. 사흘 연속으로 3만보 넘게 걸으니 오후 마지막 고개를 넘을 때는 어금니가 저절로 악물어졌다. 마지막 빙하 지역을 통과하는 오르막에선 춥고 바람 엄청 불고 눈물이 찔끔 나더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경계의 고갯마루는 해발 2500미터 이다. 

 

오후에 썬더스톰 예보가 있으니 아침에 일찍 출발하자고 어제 저녁식사 시간에 이야기 한다. 세바스티앙은 불어로 한번 영어로 한번 내일 일정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하고 아주 소소한 질문까지 성실히 답한다. 그리고 때때로 하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일행이 다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답변은 반드시 다른 언어로 한 번 더 반복한다. 아침 7시 15분에 숙소인 엘리자베타 산장을 나섰다. 

 

선베드에 누워 있는 사진을 보내주었더니 어부인 왈, “그 자리가 원래 내 자리였던 것 같다”고 문자가 왔다. 호모루덴스가 진정 나의 자리인가? 

일 없으면 찾아다니며 일 만들고, 하나 하면 될 일을 서넛까지 키우면서 즐겁다고 했던 건 다 허위의식의 발로였던가! 하기야 나도 선베드에 누워 있는 게 좋다. 더 많은 사람들을 산정에 있는 선베드로 초대하는 것이 내 자리일까?

 

몽블랑에서의 마지막 밤은 2443미터에 있는 좋은 사람 십자가 피난처 산장(refuge de la croix de bonhomme)이다. 몽블랑 투어에서 마지막 넘은 눈물고개를 기념하고자 도착하자마자 호가든 큰 거 한 잔을 시켜서 마셨다. 아마도 오늘 마지막 밤이라 한 잔으로 끝나기 어려울 것이다. 

 

샤워실 앞에서 피곤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키는 멀대같이 크지만 솜털이 보송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오늘 col de four 넘으며 힘들었다 했더니 나더러 어디서 출발했냐고 되려 묻는다. 엘리자베사 레퓨지에서 아침 7시쯤 떠났다 했더니, 자기들은 그곳에 오늘 묵으려 했는데 베드가 없어 여기까지 왔단다. 그래서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럼 어제 어디서 잤느냐 했더니 베르토네 산장에서 자고 새벽 6시에 출발했단다. 맙소사!! 우리팀이 이틀 전에 머물렀던 곳이다. 다리가 몹시 아프단다. 그럴 수밖에.. 짐을 오스카에게 맡기고 차려주는 밥 먹으며 이틀을 걸어도 막판이 눈물이 찔끔 나는 코스인데 짐을 몽땅 이고지고 36km 산길을 꼬박 12시간 걸려 왔으니 다리가 오죽하랴.. 저절로 엄마 미소가 번지며 ‘너 최고다, 수고했다, 밥은 먹었냐, 잘 쉬어라…’ 끝도 없는 칭찬과 격려가 입에서 술술 나온다. 자기는 16살이고 19살 먹은 형과 같이 왔다한다. 

 

생각의 자락

그렇게 환한 번개는 처음 보았다. 산장 식당은 촛불을 켜고 저녁을 먹는다. 곳곳에 필요한 전등은 있으나 모두 모션감지기가 설치되어 있고 충전을 위한 콘센트도 한군데 밖에 없다. 전기를 끌어오지 못해 태양광으로 물 데우고 풍력발전에 축전기 설치하여 에너지 인디펜던트하게 운영한다. 산장 소개해 놓은 표지의 그림보고 대충 짐작한 바이며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노새잡이 마들렌은 여기서 멀지 않은 동네 출신인데 작고 단단한 친구다. 남북관계에 대해 한참 이야기 나누었다. DMZ에 평화올레를 만드는 꿈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얼굴이 환하게 펴지며 좋다 한다. 자기도 그 트레킹 코스 만들어지면 걸어보면 좋겠단다. 그녀는 우리팀에 유일한 채식주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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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족

1. 썬더스톰을 보면서 세바스티앙 그리고 노새잡이 마들렌과 몽블랑에서의 마지막 밤을 함께 와인을 마시며 보냈다.

2. 오늘도 6인실 도미토리 배정 받아 스코틀랜드와 호주 레이디들과 한방을 쓰다. 천창이 보이는 자리에 이층 침대가 내 자리다. 아래에 누가 있는지는 밝히지 않는 게 좋겠다. 

3. 불어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가 파리 사는 10개월 동안 생기지 않다가 몽블랑 와서 불어를 좀 하면 좋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까?

 

 

MontBlanc#14 아이벡스와 마못

 

마못이나 아이벡스를 만나게 되리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왔다. 우리 안에서나 보는 동물인줄 알았다. 눈 밝고 노련한 산악전문 가이드 세바스티앙이 트레일 중간 중간 초원을 돌아다니는 아이벡스와 마못을 알아보고 그들의 위치를 알려준다. 다섯째 날에 묵었던 엘리자베사 산장에선 글레시어 옆 초원에서 보일 듯 말 듯 한 아이벡스를 망원경으로 찾았다. 

 

오늘 2400고지 십자가 산장에서는 새벽에 산책하러 나갔다가 농부들이 가져다 놓은 소금을 먹으러 가까이 온 아이벡스 식구들을 한참이나 보았다. 천천히 다가갔다. 한 발자국 움직이면 소금을 먹다 말고 금새 돌아본다. 예민한 놈은 금새 멀리 가버리고.. 또 한참 기다리다 한 발자국 다가가곤 했다. 그래도 그들과 나 사이엔 결코 맺어질 수 없는 신뢰가 엄연히 존재하고 그리하여 극복하지 못하고 지켜야할 거리가 있나보다. 

 

마못은 작기도 하고 트레일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어 찾기 쉽지 않다. 그러고 보니 트레킹 코스 중간 중간 조그만 토끼굴 같은 것 들이 보였는데 마못들이 파 놓은 것이란다. 

 

어제 col de four 넘으며 눈물이 흐를 것 같아 하늘을 쳐다보니 더 높은 곳에선 이글들이 선회 비행하며 유유하더라. 잠시 멈춰서 그들의 유려한 비행모습을 보고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자연에서 가장 허약한 건 인간이야.. 

덤덤히 노새잡이 마드렌이 이야기 한다. 베르토네 산장에서도 밤에 비가 세차게 내려 어찌 밤을 지냈나 하는 생각에 아침 산책길에 오스카를 찾아갔더니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오늘 ‘좋은 사람 십자가 산장’에서 몽블랑 트레킹 마지막 밤, 2400미터 고지에서 구름이 순식간에 일어나 밀려오고 사라진다. 이 높이에서 치는 번개는 아랫동네 저지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밝기다. 환하게 세상을 밝히는 번개와 세찬 소나기가 쏟아지는 밤에 마시는 와인은 그로테스크하다. 와인을 마시다 말고 오스카 비를 피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느냐했더니 생글 웃으며 말한다. 니 걱정이나 해. 쟤들은 눈 폭풍이 몰아치지 않는 한 지붕 아래로 들어오지 않아!

 

새벽 아이벡스 가족들 만나러 가기 전에 찾아간 오스카는 여전히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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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족

1. 글 읽는 분들이 대부분 눈이 침침할 연배이실 텐데 숨은 그림 찾기 시켜서 미안합니다.. 사진에 아이벡스는 다섯, 이글은 넷입니다.

2. 마못 사진도 있는데 찍어 놓고도 사진 속 마못을 끝내 찾지 못해 올리는 건 패스.

3. 사람 사이 거리의 적절함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오늘 트레킹 마치며 헤어지는데 비쥬(볼뽀뽀) 하는 친구, 악수하는 사람, 포옹하며 안타까워하는 사이 그리고 하이파이브 다양하다. 

 

 

MontBlanc#15 위기의 오스카 

 

마지막 날 일정은 몽블랑 트레킹 중 마지막 숙소인 봉옴므 산장에서 8시에 하산을 시작하여 오후 2시경 버스와 택시가 다니는 Notre Dame de la George에 도착할 예정이다.. 주로 내리막길이나 초반에 좁고 급한 경사가 나올 때 오스카 등에서 짐을 몇 개 내려서 지고가야 한다고 산악 길잡이 세바스티앙이 두 번이나 이야기 한다. 

 

난구간은 일찌감치 나타났다. 급경사 계곡인데 문제는 널찍한 바위가 급하게 서있는데 다른 곳은 디딜 곳이 없고 경사진 바위 위를 딛고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바위 표면은 계곡의 물이 튀어 미끄럽기까지 하다. 사람이야 최대한 자세를 낮추면 그리 어렵지 않게 지날 수 있으나, 자세를 낮추기가 불가능한 노새에게는 상당히 주저할 수밖에 없는 난구간이다. 

 

오스카 사진을 눈여겨봤으면 알겠지만 고삐 끝에 카라비너가 달려있다. 여기에 왜 달아 놓았을까 궁금하던 차 슬픈 용도가 있음을 산행 중에 알게 되었다. 등짐 한가득 지고 산길 오르내리는 일이 어찌 힘들지 않으리오. 어떤 날은 괜스레 우울하고 맘이 편치 않을 때도 노새에게 있으리.. 쉬어 가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고 좋아하는 풀무더기를 트레일 옆에서 발견할 수도 있으리. 

 

편안한 길에서 오스카가 버티고 섰으면 마들렌이 ‘알레 오스카 알레 알레(가자 오스카, 가자 가)’ 이렇게 외친다. 두어 번 톤이 올라가도 꿈쩍하지 않으면 그때 고삐를 흔들어 사정없이 카라비나로 오스카의 입술주위를 내리친다. 그제야 오스카는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 가이드 둘 모두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경사 바위 앞에서 오스카도 겁먹었다. 완강히 버틴다. 달래고 격려하고 우리도 응원하고 그러다가 용케 위험한 구간을 빠져 나간다. 모두들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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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족

1. 같은 자리에 서서 여러 장을 찍었다.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좀 더 실감할 것 같으나 무슨 이유인지 잘 안 된다. 이건 다음에 기회 되면..

2. 너도 사는 게 쉽지 않구나!! 헤어질 무렵이 되니 쉴때마다 오스카를 쓰다듬는다.

3. 트레킹 마지막 고개인 col de bonhomme 에서 조금 전 같이 난 코스를 통과한 옆 팀의 친구를 만난 오스카.. 왠지 그들의 표정이 슬퍼보인다 ㅠㅠ 

 

 

MontBlanc#16 이심전심 

 

마지막 날 점심은 하산길 마지막에 있는 산장이다. 산장 앞마당을 예쁜 야외 카페로 꾸며 놓았다. 트레킹 하는 중 점심에는 알콜 음료를 입에 대지 않았다. 일행 모두가 따르는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와인을 한잔 주문하였다. 4명이 하프리터를 시켜서 따르니 한잔 가득이다. 한사람당 2유로씩 내서 8유로 값을 치르다. 

 

걷는 것도 따라가기 만만찮은데 평소에 하지 않던 기행문 비슷한 글까지 쓰다 보니 가장 중요한 먹는 일에 대한 보고를 소홀하였다. 사람 사는데 먹는 것만큼 중한 것도 없는데.. 가리지 않고 주는 대로 잘 먹는 나는 이번 트레킹의 식탁에 불평할 거리가 없다. 오히려 좀 황홀한 느낌이 든 식사도 몇 번 있었다. 

 

점심을 마치고 트레킹 멤버들이 모의(산악가이드 몰래하였으니 모의가 맞긴하다)하여 쓴 땡큐카드와 약간의 성의를 모은 봉투를 유려한 언어를 구사하는 현직 선생님인 로라가 주도하여 간단한 세레모니를 하고 세바스티앙에게 건넸다. 

 

어떤 일이든 사랑하고 헌신하면 그 자체로 아름답다. 땡큐카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모두 한마음이 되었다. 리용서 계 모아서 온 할머니 팀과 2500고지에서도 쉴 새 없이 재잘대는 마드모아젤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나는 한글로 고맙다고 쓰고 내 꿈이 네 몽블랑 트레킹 가이드 덕분에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영어로 썼다. 그가 카드를 읽다가 ‘헤이 영, 네가 처음에 쓴 건 뭔지 못 읽겠지만 하여간 고맙다’고 했다. 내가 그랬다. 네가 정확하게 번역한 것이라고.. 모두들 또 한바탕 웃었다.

 

마지막 셀카를 함께 모여 오스카를 외치며 찍다. (초상권 보호 차원에서 사진을 올리지는 않기로 생각하다 마음을 고쳐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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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족

1. 등짐을 모두 내려놓고 풀을 뜯고 있는 오스카와 작별인사 하다. 

2. 몽블랑 산사람 노새잡이 마들렌과 작별인사 하는데 괜히 마음이 짠하다. 

3. 몽블랑에서 와인 한잔 하실분!! 몽블랑 트레킹을 신청한 산악전문 가이드 회사는 ‘CAIRN’이라는 단어를 구글링하면 관련 내용 볼 수 있다. 프랑스회사이지만 산악가이드들은 모두 영어로 설명하니 별 어려움 없다. 

 

 

MontBlanc#17 TourduMontBlanc 트레킹을 마치며.

 

파리로 돌아 는 떼제베 안에서 마무리 글을 쓴다. 

트레킹 끝나는 지점에서 산악가이드 회사가 예약한 버스로 인근 마을 SNCF(우리나라 코레일)역으로 이동한다. 나머지 동행들은 출발지인 샤모니까지 간단다. 버스 안에서도 진하게 이별 의식을 치르고.. 기차시간이 한 시간 가량 남아 역 앞을 둘러보고 카페에 앉았다. 프랑스 산촌에 있는 마을이 정갈하고 단정하다. 강국의 풍모는 시골로 내려가 보아야 알 수 있다. 보도블록, 가로수 배치, 청결도 등 모두 하나 같이 섬세하고 품위 있다. 배낭매고 온 여행자에 가족단위 투어객들도 꽤 있는데도 북적인다는 느낌이 없다.. 파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역전 노천카페 테이블 옆에 배낭을 내려 놓고 앉으니 “비어?” 하며 웃으면서 서빙하러 온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IPA 맛이 좋단다. 그리하여 추천 받아 주문한 IPA 잔에 ‘Proper Job’이라 적혀있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시원한 맥주 뒤로 몽블랑 산자락이 보인다. 

 

맥주 마시며 산행 정리하며 쓰다만 글들 손보고 있는데 옆자리 백발에 백수염 할아버지가 말을 청해 온다. 하와이 출신인데 은퇴하고 프랑스에 정착하기로 해서 지금은 이 동네 머무르며 둘러보고 있다고.. 자기네 나라 대통령 선거 겪고는 정나미가 떨어졌단다. 아비뇽과 샤모니 둘 중에서 인생 2막 정착지를 고를 것이라 한다. 림팩, 한미합동군사훈련 등 시사에도 환하다. 어찌되었건 남북, 북미 관계가 잘 되길 바란다고 한다. 

 

트레킹 와서도 한반도 평화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 하였다. 물론 파리에서도 그랬다. 자기네 나라 정치 사회 문제에도 모두 관심 가지기 어려운데 하물며 대륙의 끝자락에 붙어 있는 남북관계가 그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기는 어려우리라. 역지사지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세바스티앙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도 여러 번 같은 내용을 진심을 다해 이야기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많은 순간들을 살면서 맞이할 것이다. 숙명 같은 게 아닐까 한다. 피해나가거나 선택할 수 없는..

 

은퇴하고 평생 살던 곳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자유, 그 의지가 빛난다. 흰 수염 사이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이야기 하는 목소리가 생생하다. 기차시간 다가와서 악수하며 헤어지는데 젊은 기운이 손에서도 넘친다. 맥주 값 치르고 배낭을 매고 돌아보니 버스정류장 앞에 서 있다. 뛰어가서 같이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했다. 다시 만날 일 있기를 바라며..

 

“It’s my honor to meet you sir. Even I post the picture without your permission, please let me know your opinion if you see this po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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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족

1. 花無(동기를 아웃도어 모임 명칭)에 늘 빚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트레킹 떠나던 기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오산이고 내 주제를 모르는 과분한 짓을 한 것 같다. 그래도 댓글로 응원해주고 관심 가져준 친구들 모두 겁나게 땡큐!! 덕분에 기록의 즐거움도 같이 누리게 되었어!!

2. 8월에 트레킹 계획이 한 번 더 있는데 실시간 중계 비슷한 이번 글과 같은 무모하고 내 한계를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으련다. 

3. 모든 건 빛이다. 빛이 처음이자 끝이다. 휴~~ 이제 기운 다썼다.. 집에 가서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자야겠다.. 모두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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