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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기행 - 김포 평화누리길과 애기봉

posted Dec 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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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권태훈
발행호수 75

김포 평화누리길 1코스 일부와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탐방

 

 

사진첨부 1.JPG

 

 

[탐방로 개요]

대명항 대명포구 -> 덕포진 -> 손돌묘 -> 쇄암리쉼터 ->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평화누리길이란 이름은 평화가 부족하기에 지어진 이름일까?

평화를 원하는 세력과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 사이가 평화롭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긴 하다. 2022년에 추진되었던 김포 평화누리길 탐방이 대한민국 정권의 강경책과 북측 정권의 무력시위로 인하여 한 번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평화누리길에는 평화와 분쟁이 상존하고 있다. 평화누리길의 출발점인 대명포구는 가을 꽃게철을 맞이하여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걷고 나면 남북 대치상황을 나타내듯 인터넷 지도서비스가 차단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 것이 10년 조금 지났고 이제는 신체의 일부처럼 여겨진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약속장소를 찾아가거나 걷기 운동을 할 때에도 때때로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확인하곤 한다. 인터넷 지도서비스가 없다면 마치 등불 없이 어두운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사전답사를 하면서 평화누리길에서는 온라인 지도서비스가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마트폰 지도를 켜고 현 위치를 누르면 흰 백지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김포 평화누리길 탐방 당일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최초 11명이 신청하였으나 빗길을 걷기 어려우신 분이 당일 취소하시는 등 총 7명이 출발을 하게 되었다. 평화누리길 1코스는 대명항에서 문수산성까지 약 15km의 구간으로 염하강 철책길이라고 불린다. 우리가 정한 걷기 코스는 약 7km 정도인 쇄암리쉼터까지의 구간이었다.

 

사진첨부 2.JPG

 

대명항 한쪽 끝에 있는 평화누리길 시작점에서 걷기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큰 단체가 일행과 같이 출발을 하게 되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출발이었으나 염하강철책길 초입에 설치되어 있는 환경미술작품을 보면서 천천히 걷다 보니 다른 일행과 떨어져 조용한 걷기가 시작되었다.

 

탐방길 초입의 마을이 끝날 무렵 덕포진을 만나게 되었다. 덕포진에는 3개 그룹 총 15개의 포대가 있다고 하는데 조준사격을 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덕포진 앞 손돌목의 강한 물살의 도움이 없었다면 덕포진의 역할은 크지 않았을 듯하였다.

 

사진첨부 3 손돌묘.JPG

 

덕포진을 지나면 곧 손돌의 묘를 만날 수 있다. 손돌은 몽골의 침입을 피해 강화도로 피난을 가던 고려 고종의 배를 몰던 뱃사공이었다. 험한 물살에 배가 많이 흔들리자 뱃사공을 의심하여 목을 베었다고 한다. 손돌은 죽어가면서도 물 위에 바가지 하나를 띄우고 이를 따라가면 강화도에 무사히 도착할 것이라 알려주었다고 한다. 강화도에 안전하게 도착한 왕은 자신의 행동이 경솔하였음을 뉘우치고 손돌의 장례를 크게 치르고 사당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를 듣고 영화 '남한산성'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뱃사공의 도움으로 얼어붙은 강을 안전하게 건넌 조정의 대신이 뱃사공에게 남한산성으로 함께 들어갈 것을 권한다. 하지만 뱃사공은 생업을 핑계로 거절하고 뱃사공이 오랑캐의 길잡이가 될 것을 걱정한 대신은 그를 칼로 베고 미안하다고 말을 한다.

 

손돌의 묘를 뒤로 하면 곧바로 전망 좋은 휴식장소가 나온다. 가는 빗방울 속에서 참여자가 준비한 떡과 과일을 먹으면서 비가 곧 그칠 것이라 기대를 하였다. 하지만 비는 그치지 않고 오락가락 우리 일행과 함께 걸었다.

 

사진첨부 4.JPG

 

김포평화누리길 코스 중 우리가 걸은 염하강철책길(1코스)의 풍광이 제일이라는 말을 들었다. 가끔 나오는 포장길을 걷게 되면 힘이 들기도 했지만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나지막한 언덕을 오를 때에는 숨이 조금 차올랐지만 어김없이 염하강과 강화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로 우리를 이끌었다.

 

부슬비 속에 우산을 받쳐 들었으나 신발과 양말이 빗물에 푹 젖고 나서야 쇄암리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준비성 좋은 참가자가 건넨 따뜻한 드립커피 한 잔과 곧 따뜻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에 몸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하지만 생각지 않았던 난관이 하나 더 있었다. 쇄암리쉼터로 우리를 태우러 오던 승합차가 길을 찾지 못하여 여러 번 통화를 해야 했고 다시 한번 인터넷 지도서비스 없는, 아니 평화가 없는 생활이 어떤 것인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승합차를 타고 쇄암리마을을 관통하여 점심식사 장소로 20여분 이동하였다. 평화누리길을 떠나 사람 사는 곳으로 들어가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날이 개었다. 조금 축축했던 몸은 금방 뽀송해졌으나 평화누리길을 기억하라는 듯 젖은 신발은 여전히 무거웠다. 담백한 두부전골을 먹으면서 참가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맛과 가격이라 앞다투어 칭찬하였다.

 

사진첨부 5.JPG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식당 바로 뒤 언덕 위에 입구가 있었다. 생태공원이 아니라 평화생태공원이기 때문에 입구에서 예약자확인을 위하여 전원 신분증을 보여줘야 했다. 그나마 조금 개선된 것이 예약자명단과 다르더라도 현장에서 변경이 쉬워졌다는 것이다. 1년 전 추진 때만 해도 현장에서의 예약자변경절차가 매우 까다롭게 설명되어 있었었다.

 

무장을 하고 있지만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 군인을 뒤로하고 평화생태공원 건물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이름만 듣고 조그만 전망대와 넓은 공원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큰 현대식 건물 2동을 만날 수 있었다. 아래쪽 건물에는 주차장과 극장, 체험관, 쉼터 등이 넓게 있었고 가파른 길을 걸어 오르면 전망대건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아래 건물과 전망대 건물 사이에 출렁다리와 지그재그 나무데크길이 새로 생겨서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사진첨부 6.JPG

 

전망대 옆 광장에는 UN모양의 종탑과 평화의 종이 있었다. 이 종은 DMZ에서 철거한 철조망과 발굴된 탄피를 녹여 만든 것이라 의미가 크다. 그 옆에는 애기봉이라 한자로 쓰여있는 비석이 있다. 소리만 들었을 때는 이쁘게 들렸는데 한자로 읽으니 감흥이 반감되었다. 전해지는 전설에 '애기'는 병자호란 때 평안감사의 애첩 이름이었다고 한다. 애기는 오랑캐 군사에게 잡혀간 평안감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죽음을 맞이하였고 강 건너 님이 잘 보이는 봉우리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하였다고 한다. 이 전설을 전해 듣고 박정희 대통령이 이 봉우리를 애기봉이라 명명하고 친필로 써서 비석을 세운 것이라 한다.

 

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조강과 그 건너 북녘 땅은 평화로워 보였다. 옆에서 망원경을 보는 사람들 말로는 가을걷이를 하는 북한사람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내 눈에는 강가에 설치된 북한군 초소가 들어왔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의 본능인 듯하다.

 

사진첨부 7.JPG

 

소문으로 듣기에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직 후 수많은 북한주민이 굶주림으로 죽었다고 한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지 못한 북한 위정자들의 무능력 탓일 것이다. 어떤 경제학자의 강의를 들으니 굶어 죽는 문제는 식량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유통의 공정성 문제라고 한다. 아프리카 대기근 당시 독재자의 횡포가 심할수록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독재자를 몰아냈던 인근 국가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등 전쟁이 일상화되면서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우리들의 생활이 팍팍해지는 만큼 북한주민의 먹거리도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1990년대에는 굶어 죽는 북한주민의 소식을 듣고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고 북한정권을 비난하기만 했는데 또다시 그런 상황이 닥치면 우리들은 그때와 다르게 행동할까? 쌀을 주면 군량미 된다고 또 외쳐댈까?

 

하루빨리 평화생태공원의 이름이 그냥 생태공원이 되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

권태훈-프로필이미지2.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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