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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신간 -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

posted Nov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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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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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땅을 떠날 뭇 생명을 위해 아낌없이 베푸는 

정원의 사랑 방식에서 배우는 소박한 삶의 지혜 

 

​도보로 전국을 순례하며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거친 투쟁 현장을 찾아다니며 병들고 아프고 소외된 사람들과 기꺼이 연대하는 르포 작가 일곱째별의 첫 에세이집. 미래라고는 보이지 않는 암울한 나날의 고통을 말없이 견디며 어딘가에 있을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아 떠도는 작가의 내밀한 고백이, 배롱나무를 사랑한 굴뚝새의 노랫소리처럼 청아하게 마음을 적신다. 소유하지 않기에 비울 수 있었고, 아낌없이 사랑하기에 떠날 수 있었다. 태어나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소멸하는 자연의 법칙이 지배하는 작은 정원에서 배운 소박한 삶의 지혜가 맑고 푸르른 문장으로 책 곳곳에 새겨져 있다. 

 

​자연의 순리와 소박한 삶의 지혜가 깃든 지상의 방 한 칸에서

비우고 기도하고 사색하는 고요한 나날의 기록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는 2017년 조영관문학창작기금을 수혜하고, 2018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르포 작가 일곱째별의 첫 에세이집이다. 오랫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해오던 작가는 공중파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서 일하던 때 세월호 참사 관련 방송 아이템을 냈지만 거부당했고, 그때부터 방송 일을 그만두고 거리로 나와 펜을 들었다.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다. 익숙하고 안락한 울타리를 떠나 도보와 자전거로 전국을 순례하며 탈핵운동을 하고, 마음껏 소리 내 울 수 있는 자기만의 방 한 칸을 찾아 나섰다. 이 세상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소유물을 남기지 않고 싶다는 마음에서 최소한의 것들로만 살며 비움을 실천하고,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로 몸을 놀려 일하는 자발적 노동을 선택했다. 

 

더도 덜도 아닌 오두막 크기의 군더더기 없는 생활, 간소하고 단순한 삶을 바라며,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릴 정원이 있는 방을 찾아다니는 동안 작가는 내처 걸었다. 2020년 원주에서 나와서는 삼척부터 고성까지 걸었고, 2021년 정읍에서 나와서는 해남부터 하동 거쳐 구례까지, 곡성에서는 구례부터 보성까지, 다시 해남에서는 진도까지 18번 국도와 땅끝천년숲옛길과 달마고도를 완주했다. 2022년 해남에서 나와서는 하동에서 부산까지 걸은 후 정읍 동학농민혁명 길을 걸어 남원으로 갔다. 그리고 제주를 거쳐 진도에 머물렀다. 정원이 있는 작은 방 한 칸을 짧거나 길게 옮겨 다니며 단출하고 맑은 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빨래를 널고 거미줄과 잡초를 제거하고, 정원의 배롱나무를 넝쿨과 가시나무로부터 구출해주었다. 텃밭에 배추와 상추, 무, 달래 씨앗을 심고 꽃을 가꾸고 개와 고양이들을 돌보았다. 정원이 품은 뭇 생명과 교감하며 자신의 일상을 묵묵히 관조하고 이 땅의 아프고 소외된 것들을 애도하는 글을 썼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기 삶의 생태가 점차 지식에서 실천으로 나아감을 깨달았다. 

 

본격적인 생의 균열이 일어난 때로부터 작가는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길을 하염없이 걸어 여기까지 왔다. 한편으론 한없이 단조롭고 평화로웠지만 한편으론 ‘외롭다’ ‘고독하다’ 따위의 단어로 감정을 단순화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번민의 나날이었다. 낮이면 낮대로 밤이면 밤대로 다시 아침이면 아침대로 쉬지 않고 글을 써도 어느 때는 미래라곤 보이지 않았다. 그런 작가에게 정원은 말없이 이야기해주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고 그걸 받아들임도 인생이라고, 그러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라고, 그러다 보면 가장 좋은 길로 나아가지 않겠느냐고, 아낌없이 사랑한 자만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법이라고. 태어나 자라고 소멸하며 끝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가 깃든 작은 정원에서 작가는 생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구슬피 울었고, 그러면서 앞으로의 삶을 다짐했다. 

 

정원을 찾아다니는 동안 작가는 늘 굴뚝새와 함께였다. 자신을 기다리는 굴뚝을 찾아 날아가는 굴뚝새처럼 작가는 자기만의 정원을 찾아 헤맸고, 흘러 흘러 떠도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마침내 멈추어 섰다. 작가는 이제 다시 정원을 찾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가 자신의 정원을 찾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책의 추천사를 쓴 이충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떤 의미로 이 책은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축하하는 것 외에 인생과 관련된 다른 일은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말하는 정원을 가질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우리는 단지 지금 여기에 존재함으로써 살아갈 뿐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꿈꾸는 정원은 사실 태초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르고, 한편으로는 영원히 드러나지 않은 채 어딘가에 완전한 비밀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 삶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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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 |

 

일곱째별

 

다큐멘터리를 기획·구성하고 글을 써 120여 편을 방송했으며 그중 최근작이 2024년 제4회 5·18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시대의 아픔이 있는 현장을 사진 촬영하여 르포르타주를 쓰고, 길 위에 정직한 발자국을 찍으며 수천 킬로미터를 걷고 자전거 타며 순례기를 쓰다가, 간간이 고요한 평화가 찾아오면 그림을 그리고 에세이를 쓴다. 2017년 제7회 조영관문학창작기금(르포 부문)을 수혜했고, 2018년 제26회 전태일문학상(생활·기록문 부문)을 받았다. 현재 대전에 있는 대학교에서 미디어 영상 콘텐츠 제작을 가르치고 있다. 

쓴 책으로《일곱째별의 탈핵 순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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