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일상
냉이를 다듬으며
냉이를 다듬으며
겨울 생각은 하지 않으리
냉이처럼 봄날의 어수선한 마음도
그 향기만 잃지 않는다면
행복은 거기 머물고
내 마음 내 뿌리
잘 다듬으면
삶의 향기 그윽이 퍼지고
사랑은
멀리 가지 않으리
일상은 소소한 것 이라고 누가 말 했는가?
나는 날마다 일상적인 것에 놀라
깨어나곤(awaken)하는데……. 그리고
그 편안한 일상을 깨 버리고(break)
날마다 그 너머로 가본다.
새벽을 깨야 먼동이 트니까~
날이 밝으면 나는 일상의 문을 연다.
그리고 하루의 삶의 여정에 오른다.
내 안의 세계를 횡단하는 모험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여행은 시시각각 내 자신과 마주 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또 사물과도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 질 것을
기대하는 설렘이 있는 삶의 여정이다.
‘만남’이란 타자 앞에서 내가 멈출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내 것을 놔 버리고 상대에게 집중할 때 우리는 만난다.
다른 말로 하면 내 것을 깨 버릴 때 가능하다. 깬다(Break)는
이 단어가 쉰다는 뜻으로 쓰임은 해방적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보니 직장인들이 오전과 오후에 잠간 일을 멈추고
쉬는 시간 즉 coffee break을 꼭 갖는다. 그 때 동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친교도 하고 홀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인도에서도 가정이나 직장에서 오전 중간쯤 정해진 시간에 꼭
‘차이’(tea)를 마시며 일손을 멈추는 걸 보았다. 그 시간에는
운전기사와 가정부에게도 차이를 마시며 쉬는 시간(break)을
갖게 한다. 거리 상인들도 차이를 마시며 잠시 쉬는 것을 보고
그 여유를 즐기는 문화가 부러웠다.
* * *
약 40년 전쯤(1980년경) 미국에서 살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소위 알바(part time job)를 3개 하며 대학원을 다니며
초등학교 아이들 셋을 키우며 게다가 주말마다 남편의 이민교회
목회를 돕고 저녁마다 심방을 함께 다녀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일상은 참으로 고달팠고 쉼이 없이 밤낮 쫒기고 달리기만 했다.
그 때 나의 신학교 교수님(Dr. Ed Lynn)이 나를 안쓰럽게 보고
내게 해 준 말,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Young, stop and smell the flower!”
“영, 멈춰요 그리고 꽃향기를 맡아봐요!”
그 말이 어찌나 향기롭게 들리던지.... 그러나 마치도 하늘에
있는 꽃향기처럼 내 코에 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처음 듣는
이 멋지고 환상적인 말! 그 문화에서는 일상적인 말이었겠지만 내게는 충격적인 자극이었다. 그 말은 나의 전전긍긍하는 현실에 꿈을 던져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 생의 길잡이처럼 나의 크리스천 의식을 다시
깨워 주었다.
예수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통해 힘 든 이웃을 비켜가지 말고 그 앞에서 멈추라고 가르쳤다.
영생을 누리고 싶은 율법학자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이웃을 사랑하고 “그렇게 하면 된다.”(“Go and do the same.”)는 것이 대답이었다. 진리는 간단하다. 다만 멈출 수 있는 사람에게만.
설교로 빠지지 않고 비약해서 말하자면 우리들의 이웃을 배려하는 일상적인 착한‘멈춤’(stop)이 영생으로 가는 한 정거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꽃의 향기를 맡듯이 인간의 향기도, 그 피비린내까지도 맡아야하는 우리가 아닌가!?
내가 꽃 앞에서 멈추는 모습을 상상 할 때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떠오르고, 그가 예리고로 가는 길에 강도 만나 반죽임을 당한 그 피해자 앞에서 멈추고 도와주는 그 향기로운 모습이 동시에 떠오른다.
이 말 한마디가 나에게는 평생 음미하며 살아가는 좌우명(motto)이 되었다. 이 아름다운 명언이 아직도 실천 못한 교훈으로 남아있다.
일상에서 내가 타자(동식물과 지구까지도)의 고난의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의 삶이 향기로워 지리라. 그런 향기로운 일상을 이 거룩하고 신비한 ‘멈춤’없이 누가 쉽게 누릴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