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덕목사 시즌2
편의점 맥주를 탐하는 지식 0
'편의점 맥주를 탐하는 지식'을 시작하며
‘인수동’에 살고 있다.
인수동이라 하면 어딘지 모르시려나? 여기는 북한산 권역 중 옛 수유동 쪽 지역이다. 해당면적 중 마을보다 산이 더 넓은 동네이기도 하다. 수유동이라는 말이 어색하시려나? ‘수유리’ 말이다. 일반적으로 통칭되는 수유리는 예로부터 ‘무너미’라 일컬어졌다. ‘물(水)이 넘어온다(踰)’, 혹은 ‘뫼를 넘는 곳(고개)’ 등의 의미를 가진 무너미가 조선 말엽 ‘수유촌계’로 기록된 것이 ‘수유’라는 이름의 공식적 시작이다. 수유촌계가 수유리로 명명된 것은 일제강점기였다. 당시 수유리는 수유, 화계, 가오리 등 지금의 강북구 서편일대를 통칭하는 행정구역의 이름이었다. 경기도 고양군의 일부였던 수유리가 서울특별시에 편입된 시기는 1949년이었고, 1950년에는 서울 성북구 수유동이 되었다. 그러니까 이 동네는 수유동으로 명명된 지, 올해로 자그마치 69년이나 된 것이다. 게다가 2008년에는 수유5동과 6동의 이름이 ‘인수동’으로 변경되었다. 하여 ‘한신대학교 수유리캠퍼스’,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 같은 이 동네의 랜드 마크들은 모두 수유리도 아닐뿐더러 이젠 인수동이기까지 하다. 해방이 1945년이니 한 마디로 ‘수유리’는 일제 강점기에나 사용되던 지명인 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이곳은 수유리다. 심지어 토박이 어르신들은 혜화나 종로에라도 가실 땐, ‘서울 다녀온다’고 말씀하신다. 오랫동안 불렀던 기억은 이처럼 힘이 세다. 옛날 사람들에게 있어 ‘구로디지털단지역’이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보다 ‘구로공단역’과 ‘동대문운동장역’이 더 친근하듯 말이다. 사실, 나도 그렇다.
집에서 걸어서 단 10분이면 울창한 북한산 숲에 이를 수 있는 동네, 산에 가까운 골목에는 아직도 드문드문 일본식 가옥이 남아있는 인수동....... 이곳의 좁은 길 여기저기에 언제부턴가 편의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불과 십년 전만해도 버스가 지나는 4차선 도로변을 따라 네 정거장 정도는 지나야 볼 수 있었던 것이 이 동네의 편의점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우후죽순처럼 생긴 다중 주택 사이 이곳저곳에서 보는 것이 낯설지 않다. 우리 집에서 ‘삼보일배’로도 5분 이내에 도착 할 수 있는 편의점이 자그마치 세 군데나 된다.
이 많은 편의점들이 다 먹고 살순 있는 것일까? 물론 수년 째 실업자로 살고 있는 내가 할 걱정은 아니겠지만서두, 흠흠....... 앞서 말한 세 군데 편의점이 생기는 동안, 동네 슈퍼마켓 한 곳과 먼저 있던 편의점 두 군데가 조용히 문을 닫았던 것으로 볼 때, 내 오지랖은 자못 명분이 있어 보인다(라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소득주도 성장이든, 대기업 중심 뭐든 다 좋은데 제발 서민들이 다른 방도가 없어 창업을 해야 하는 이 상황만은 빨리 해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쯤에서 어울리지 않는 소리는 그만하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식의 이야길 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동네 편의점들의 증가는 실물경제지표가 가리키는 우울한 현실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와 함께 편의점이 적어도 도심지에서는 옛 구멍가게를 완벽히 대체할 유통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스러운 정취를 간직한 동네가게가 보고 싶다면 애써 서촌이라도 가야 할 것 같은 것이 요즘이지 않은가? 여기에서 돌발퀴즈! 이전의 구멍가게와 편의점, 이 둘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일까? 뭐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나의 대답은 이거다! ‘캔 맥주가 네 캔에 만원인가? 아닌가?’
수년 전부터 편의점에서는 맥주를 네 캔에 만원, 그것도 외국 맥주를 만원에 네 개나 살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종가세를 고집하고 있는 현행 주세의 허점, 그리고 여러 나라와 체결된 FTA 등의 결과일 것이다. 그에 대한 긍부정성은 일단 논외로 치자. 사실 더 말하려 해도 아는 게 없긴 하다. 그리고 적어도 힘들게 살아간 하루의 끝, 노곤한 몸을 끌고 돌아온 집 근처에서, 단돈 만원을 내고 여러 나라의 대표맥주들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임에 분명할 테니 말이다. 독일, 영국, 체코, 네덜란드, 벨기에 같은 맥주나라들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같은 동남아시아 맥주까지.......편의점에 들러 한번 쓰윽 둘러보기만 해도 하루의 갈증이 가시는 것 같지 않은가? 게다가 크래프트 맥주의 편의점 유통이 시작된 지금,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맥주의 폭은 그 어느 때보다 넓고도 풍부하다!
하여!
맥덕목사 시즌2는 ‘편!의점 맥!주를 탐!하는 지식!’으로 진행해 보려한다. ‘편맥탐지’는 일단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맥주를 최대한 다룰 것이다. 또 그 맥주들이 어떤 시간을 거쳐 우리 옆집 편의점에 도달했는지를 살펴보면 좋겠다. 거기에 맥주 각각의 맛과 특성까지 짚어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이를 통해 여러분의 혼맥, 또는 지인들과의 오붓한 술자리가 더욱 풍성해 질 수 있었으면 한다. 중요한 건 이를 구현해낼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냐는 것인데....... 최선을 다할 테니 여러분들은 연재가 마무리 될 때까지 부디 처음의 인자함과 인내심을 잃지 마시실!
자 그럼! 편맥탐지,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