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덕목사 시즌2
편의점 맥주를 탐하는 지식
호외 편 : 코로나19 시대에 건강하게 맥주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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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속상하게도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는다. 겨울과 봄엔 그나마 따뜻하기라도 했는데, 이젠 낮에 조금만 움직여도 마스크 안에 한가득 고이는 습기가 영 거북하다. 원체 땀이 많은 나, 한겨울에 살얼음 낀 냉면을 먹으면서도 머리에서 스팀이 올라오는 나이기에 이런 상황은 거북함을 넘어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기 일쑤다.
하지만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라던 긍정 노홍철 선생의 명언에 의거, 그래도 이 상황이 주는 긍정성을 생각해 보자면....... 아! 맞다! 일단 마스크를 장시간 쓰고 다니다 보니 역설적으로 폐활량이 엄청 늘었다. 어느덧 적은 산소에도 적응이 된 것일까? 한 달 전쯤 약속에 늦어 혼비백산 달려간 적이 있었다. 뛸 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한 200미터를 마스크 쓴 채 전력 질주를 한 거였다. 이러다 올림픽 육상종목에 마스크 달리기 같은 게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
암튼, 모두에게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해도, 또 맥주 한 잔 아니 할 순 없으니! 그래서 호외 편을 준비했다. ‘코로나19 시대에 건강하게 맥주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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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거창하게 던져놨는데, 막상 글을 끄적이려다 보니 신박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 마스크 쓴 채 빨대로 맥주 마시기? 다소 재미는 있을지 모르나 무슨 벌칙 같기도 하고 영 별로다. 자! 자! 우리는 이 상황을 뚫고 마셔야 하니 심기일전해서 생각해 보자. 생각....... 생각, 아! 긴급재난지원금!
하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편의점에서 산 맥주를 마셔본다!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다들 사용하고 계신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대형마트에서는 불가하나 시장과 동네 편의점에선 사용이 가능하다. 편의점엔 우리가 사랑하는 맥주가 즐비하게 있지 않은가? 이럴 때 그간 내뱉어왔던 ‘국가가 내게 해 준 게 뭐가 있는데!’에 대한 아주 ‘초큼’의 보상을 즐겨보았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맥주 몇 캔에다가 맛살이나 오다리라도 좀 사다 놓고 샤워 후 한 잔 하다 보면 흉흉한 세상 속에서 가라앉은 마음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로 인한 규제와 봉쇄조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이 급증한다는데, 이 정도면 저렴한 가격에 획득한 정신건강 아이템이 아닐까?
소상공인도 지원하고, 지역경제도 살리고, 저렴하게 스트레스도 풀고, 집에 일찍 오고 덜 나가니 돈도 절약되고 완전 좋다.
둘, 혼술의 매력에 빠져 본다!
이 글을 다듬고 있는 지금은 쿠팡물류센터발 확진자 증가로 수도권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해달라는 권고를 수없이 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한 동참 차원에서 혼술 한 잔 어떨까? 술집에서 혼자 마시는 것까지는 아직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집에서 스탠드나 초 하나 밝혀놓고 맥주 한 잔 기울이면, 어쩐지 좀 있어 보이고 좋다. 죽어라 퍼마시는 게 아니라 술을 진정 좋아하는 뭐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거기에 마실 만큼만 마시게 될 것이니, 돈도 무척 적게 든다. 마시고 싶은 맥주를 취향대로 골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것도 혼술의 절대 매력이라 하겠다. 더더욱 중요한 건, 침이 튀지 않는다! 요즘 동네편의점엔 크래프트 맥주도 잘 나온다. 특히 CU 같은 데에서는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과 협업한 맥주를, 그것도 네 캔에 만원으로 살 수 있기도 하다. 조용히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을 때, 술은 마시고 싶은데 여럿이 있는 공간은 어쩐지 불편할 때, 나만의 한 잔 타임을 가져보자!
셋, 남의 잔에 신경 쓰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집 안에서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가끔은 밖에서의 일상도 살아야 하지 않을까? 거기에 가끔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과 밥 한잔 술 한 끼 할 기회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실천해 보면 어떨까? 남의 잔에 신경 쓰지 않기! 생각해 보자. 상대방의 잔에 관심을 가지려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상대방을 향하게 되면서 고개가 들려진다. 그 상태로 기침을 하거나 열변이라도 토하게 된다면 그 시선을 따라 건너편으로 침방울이 튀게 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질 터!
그리고 사실 남의 잔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자들에 의해 술자리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곤 한다. 빈 잔 채우고 받는 것에 무슨 사명감이라도 걸린 듯 행동하는 사람, 같이 마시고 같이 채우는 것에 공동체성을 거들먹거리는 닝겐, 거기에 계급까지 끼게 되면 술자린 영 재미없어진다. 그러니 재미와 보건위생을 위해 지금부턴 남의 잔에 신경을 끄자. 동의가 된다면 서로 각 병을 놓고 각자 따라 마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넷, 라떼맨을 멀리 떠나보낸다!
선배와 후배의 술자리에서 선배가 취하지 않는 이유? 줄 창 떠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게 마실 뿐 아니라 체내 알코올의 체외 배출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체외 배출이라는 것의 실상은 침 튀기며 이어가는 ‘라떼는 말이야......’인 경우가 적지 않다. 노량해전의 한중간에서 ‘적에게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던 김명민, 아니 이순신 장군의 외침 때 튄 침방울의 입자를 지금의 우리가 들이마실 확률이 생각보다 높다는 얘기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 작금의 상황에서 보건 위생적 예절을 위해서라도 세상의 모든 선배님들, 라떼맨스런 행동은 중지하고 소담스런 수다와 공감을 나눠보시길. 침도 덜 튀고 기분도 좋아진다.
다섯, 식당이나 술집에 가면 손을 꼭 씻는다!
이젠 모두 다 알고 있는 상식. 코로나19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위생이다. 손만 씻어도 많은 감염요인을 없앨 수 있다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약속장소에 도착하면 간단히 인사 후 손을 씻고 오자. 화장실 다녀올 땐 반드시 손을 씻자. 특히 화장실에 일 본 후 당당히 그냥 나오거나 세면대 앞에서 씻지 않은 손으로 거울 보며 머리만 만져왔던 남성들, 제발 이번 기회에 손 씻는 습관 좀 들여 보자.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원래 화장실 용변 후 손을 씻는 동물이다.
여섯, 바람이 잘 통하는 자리에 앉는다!
밀폐된 공간의 집단감염, 많이 알고 계실 것이다. 만남을 가지게 될 때 가급적 노천, 가게 앞 골목자리, 테라스나 옥상자리 등을 이용해 보자. 특히 요즘엔 밤에 시원한 바람도 불고 공기도 좋다. 아쉽게도 그런 자리가 없다면 실내 중 창가나 출입문에 가까운 곳에 앉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곱, 때 되면 집에 간다!
1차에서 N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는 한국 음주문화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일 거다. 재미도 있고 다양한 안주와 술을 경험해 볼 수도 있으며, 일종의 ‘알코올 브레이크타임’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차수가 거듭되다 보면 점점 소리가 높아지게 되고, 고성은 필연코 다량의 침방울을 동반한다. 게다가 전 국민이 사랑하는 노래방 등 코로나19 고위험 시설에 가게 될 확률도 증가한다. 요즘엔 11시가 넘으면서 대중교통도 중지되지 않나? 큰돈 쓰지 말고, 전철이나 버스 다닐 때 정도까지 놀았으면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