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의 책 소개 :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 | 김형민 | 어마마마
그들만의 사랑법을 만든 연인들의 역사
‘사랑’과 ‘발명’의 어색한 어울림이 눈을 끌었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발명은 사람이 사물을 대상으로 뭔가를 할 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상식에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사람 사는 세상에 늘 새로운 사랑이 생겨나기 때문에 그랬겠지 하면서도, 사랑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나 보다 했다.
저자는 총 30가지의 사랑이야기를 펼쳐놓았다. 그냥 짧게 지어낸 이야기(小說)가 아니고,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이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이야기들이다. 16세기부터 20세기 사이에 있었던 사랑인데, 한국인의 사랑이 15가지, 외국인의 사랑이 15가지다. 시대와 문화와 각자의 개성이 달랐던 만큼, 사랑의 패턴과 깊이가 다 다르다. 감동이 다른 것은 물론이다. 사실 진정한 사랑이야기는 한 편만 읽어도 감동이 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많은 사랑이야기가 담긴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읽기 나름이다. 사랑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한 번에 한 편씩만 읽는 게 좋다. 책이 얇다고 한꺼번에 왕창 읽어치우려는 식의 읽기는 권하지 않는다.
사랑이야기라면 처음 맺어질 때의 아슬아슬한 긴장이 가장 감미롭다. 그 사랑이야기가 중년과 노년을 지나면 묵직해지고, 사망까지 가면 아주 무거워진다. 그들이 젊어서 죽든 늙어서 죽든 차이가 없다. 저자는 무덤에서 꺼내온 사랑이야기도 소개하고 있는데, 감정의 움직임이 아주 다르다. 글을 읽는 동안 가슴이 여러 번 뭉클해졌다. 글을 읽다가 자주 한숨을 쉬었고, 커피를 찾았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떤 사랑이 저자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사랑인지는 알 길이 없다. 첫 장에 소개한 타이타닉호 안의 ‘침몰하지 않는 사랑’일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 장에 소개한 헬렌 켈러의 ‘짧은 사랑 긴 여운’일 것 같기도 하다. 저자 자신의 사랑이야기가 어딘가에서 묻어나오겠지 하는 기대는 소용이 없었다. 약간 아쉬웠지만, 저자가 골라온 이야기들의 목록에서 저자의 관점을 추측할 수는 있었다. 사랑은 폭이 넓고 결이 다채롭다. 목숨을 바친 사랑이야 말할 수 없이 숭고하지만, 모든 사랑이 그럴 수는 없다. 미완의 사랑도 사랑이고, 묻어둔 사랑도 사랑이다. 상대가 죽은 후에 사랑해도 사랑이고, 사랑보다 자유를 더 갈망해도 사랑이다.
사랑이야기를 읽다가 ‘사랑’과 ‘사람’은 뿌리가 같은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모른다면 그게 사람일가? 사랑하니까 사람이지, 어떤 사람이든 누군가는 사랑하게 되어 있어, 사랑이 끝나면 삶이 끝날 수도 있고, 사람이 다르니까 사랑하는 방식도 다른 거지 … 이런 식으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이 책의 사랑이야기는 결국 나의 사랑을 돌아보게 만든다.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던 사랑, 미래를 함께 꿈꾼 사랑, 위기의 순간을 함께 넘긴 사랑, 삶에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한 사랑, 어디에도 끝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사랑. 이 책은 나의 사랑이야기 한 토막을 어딘가에 기록해 둬야 할 것 같은 작은 의무감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