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다(아는 건 별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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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다(아는 건 별로 없지만)

 

 

본방을 사수하며 즐겨 봤던 드라마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평소 티비를 시청하지 않는 사람이 ‘가족입니다’라는 드라마를 즐겨보게 된 것은 주인공인 엄마와 두 딸을 맡은 배우들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드라마 트렌드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내용이나 황당한 사건 그리고 어이없는 전개를 하는 식으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럽거나 돌발적인 사고로 인해 극의 전개가 남녀의 암투로 이어져 나가는 식은 아닙니다. 다섯 명으로 구성된 가족이 있는데 부부는 세 명의 자녀를 키우며 30여 년을 함께 살았지만 사랑은 오래전에 식었고, 자식들을 키우는 의무감으로 서로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엄마는 참기를 그만하고 졸혼을 요구하고, 아빠는 반대하며 고함을 치고 엄마를 한껏 무시하는 말을 퍼붓습니다. 트럭운전을 하던 아빠는 밤에 산행을 갔다가 사고를 당해 머리를 다치고 기억이 스물두 살 김상식(아빠)으로 돌아와 진숙 씨(엄마)를 천진난만하게 사랑하는 상태가 됩니다. 갑작스럽게 기억을 잃고 스물두 살이 된 아빠, 상식 씨는 마냥 엄마, 진숙 씨를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하지만, 엄마는 그런 아빠가 징그럽고 끔찍하기만 합니다. 기억을 잃기 전 자신의 모습을 전혀 모른 채 숙이 씨만 부르며 치근대고 애정을 표현하는 상식 씨가 진숙 씨는 어이없습니다. 아빠의 이런 상태를 세 명의 자녀도 다소 부담스러워하지만 엄마가 졸혼을 선언한 마당에 어쩌면 부모님의 상황이 잘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아빠의 상태를 응원합니다. 아빠는 우연히 기억이 다시 돌아오고, 엄마에게 저질렀던 여러 사건을 기억하며 자신을 자책하고 엄마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오해를 풀지 않고 쌓아둔 세월이 얼마나 원망스러운지 모릅니다. 엄마도 아빠에게 모진 말과 행동을 했던 것이 마찬가지로 오해를 했던 것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고 둘은 힘들지만 자연스럽게 화해를 해나갑니다. 큰딸, 은주는 가난한 가족을 벗어나려 좋은 집안의 의사와 결혼을 했지만, 오랜 시간 남편이 감춘 비밀을 알게 됩니다. 남편이 동성애자였고, 자신을 속이고 결혼을 했으며, 아이도 낳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알고 큰 충격을 받아 배신감에 남편에게 분노하여 거친 말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라는 것이 지워지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작은딸, 은희는 연애다운 연애를 언제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게 살아가지만 사랑이 필요하고 그리운 사람입니다. 회사 부사장과 썸과 연애의 중간을 오가다 그에게 헤어지지 않은 여자가 있음을 알고 좌절하고 괴로워합니다. 초초긍정의 힘으로 실연을 아픔을 이겨내는데 거기엔 대학 시절부터 긴 시간 동안 지켜온 우정의 화신, 찬혁이가 있습니다. 찬혁은 은주의 가족을 다 알고, 은주에게 가족이야기를 들어온 가족보다 더 가까운 유일한 친구입니다. 가족에게 할 수 없는 말을 찬혁에게 다 털어놓는 친구입니다. 막내아들, 지우는 부모님과 살고 있는데 경제적 독립을 하기엔 아직 부족해서 최대한 부모님의 수혜를 입고자 집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졸혼을 선언한 엄마 때문에 내심 불안합니다. 하지만 비밀스럽게 모아둔 돈을 가지고 캐나다고 떠났다가 호되게 사기를 당하고 다시 돌아오지만 이런 막내에게 가족은 각각 서운함을 다르게 드러냅니다. 엄마는 졸혼을 하면, 걷는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말없이 집을 떠나 홀로 여행을 시작하고, 자녀들은 각자 자기의 상황을 이겨내고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홀로 떠난 엄마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훌훌 털고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엄마를 마음속으로 응원합니다. 긴 시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는 아빠와도 자녀들과도 웃음으로 재회합니다. 아는 게 별로 없어도 가족은 맞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의 작은딸, 은희처럼 저도 비슷합니다. 언니와는 등을 지고 동생은 쉽게 대하고 지냅니다. 마음의 대부분은 친구에게 나눕니다. 그리고 가족에게는 넓은 거리 두기를 합니다. 내 안의 크고 작은 것들은 친구가 오히려 훨씬 깊이 알고 지내고 가족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것을 친구와는 매일매일 털어놓습니다. 그래서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저는 잘 알지 못해도 가족이라고 부르는 이들을 날마다 응원합니다. 가족이라는 틀이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많을 테지만, 저는 가벼운 가족의 무게를 갖고 살고 싶습니다. 그래야 아는 게 없어도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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