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굴골에서 인생 황금기를 즐기는 이원희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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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굴골에서 인생 황금기를 즐기는 이원희 조합원 

 

 

이번 길목인 인터뷰의 주인공 이원희 조합원은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맑고 별빛이 쏟아지는 문경 굴골에서 책과 음악과 벗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조합원은 길목 독서토론회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의 문경 생활이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8월 좋은 날을 잡아 독서 토론모임에서 굴골로 나들이 가기로 했습니다. 마음 설레며 기다리던 그 날! 강풍과 호우 주의보가 내리는 바람에 나들이는 10월로 미루어졌습니다. 나들이 가서 밤새 이 조합원님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려던 저의 야심 찬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최근 코로나 19가 다시 확산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아 어쩔 수 없이 서면 인터뷰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나들이 때 구경하려던 문경 굴골 맑은 공기와 온갖 자료들의 보물창고인 서재 ‘숲속 책방’은 글로 맛보아야 하겠습니다. 

 

Q : 길목 회원들께 이원희 조합원님을 소개해주세요.

A : 저는 법을 전공하고 해군 학사 장교로 임관한 후, 1978년부터 해군 제2사관학교에서 법학 교관으로 강의하기 시작해서 법제처, 세무대학을 거쳐서, 아주대에서 25년 동안 강의와 연구를 하고 2019년에 마감하고 그 후 인생 이모작으로 문경 산골에서 1년 전부터 혼자 살면서 은퇴 생활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하하.

 

Q :폭우와 태풍이 지나고, 불볕더위가 찾아오고 갑자기 코로나 19 심해진 요즈음 문경살이는 어떠신지요? 

A : 좋아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며 지내는 요즘이 제 인생의 황금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들은 하루 이틀은 몰라도 늘 혼자 지내는 것은 힘들겠다고 하지만 저는 혼자 아주 즐겁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어떤 때에는 일주일, 한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시절엔 거의 3주나 아무도 안 만나는 경우가 있지요. 저 건너에 두어 분 사는 집들이 있지만 요즘 코로나 시국이기도 하여 먼발치에서 손 흔들고 어쩌다 통화나 하지요

그런데 홀로 있는 하루가 무언가 충만하고 윤기 나고 감사하는 삶으로 이어지고 있답니다. 예전엔 페이스북에 이런저런 것들을 올리곤 했는데 코로나 국면에 들어와서는 삼가고 있습니다. 저 혼자 너무 여유 있게 잘 지내는 것이 미안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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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문경에서의 하루’를 소개해주세요.

A : 하루가 너무 일찍 지나가요. 보통 새벽 세 시 경 일어나고 저녁 9시 전후 잡니다. 하루 중 제일 좋은 시간이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새벽 여명 때입니다. 해뜨기 전 깊은 어둠 고요 속에서 언뜻언뜻 희뿌연 밝음이 보이기 시작할 때면 새들이 깨어나 울기 시작합니다. 그전에는 귀뚜라미가 울고 있을 따름이었지요.

그 시각 즈음 제가 틀어놓은 ‘말러 교향곡 2번’에서 이제 4악장 ‘Urlicht 태초 빛 - 근원 빛’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매우 감동적입니다. 감사 감격하게 됩니다. 무언가 깨달음의 빛이 비치는 것을 체험합니다.

밤에는 고요한 가운데 또한 이‘ 말러 2번’을 들으며 잡니다. 피날레는 마치 환영을 받으며 천국에 들어가는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 잠들지요. 하하.

 

Q : ‘하루 중 제일 좋은 시간이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새벽 여명 때’라고 하셨는데 그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A :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나서 성경 읽고 묵상하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성경을 그렇게 많이 읽어 오지만 그 내용이 여전히 새롭게 다가옵니다. 고전 중 고전이지요. ‘365일 말씀 달력’ ‘헤른후트 2020 말씀 그리고 하루’ ‘영혼의 정원 [케네디 수녀]’ ‘영혼의 양식 [헨리 나웬]’이 네 가지를 길잡이로 메모하며 묵상한 후 저의 개인 홈피인 카카오 스토리에 묵상한 말씀들 올리고 서둘러 계란프라이 두 개를 아침으로 먹고 나서 해맞이하러 나갑니다. 가끔 멧돼지와 마주치는 일도 있기에 좀 긴장하고 준비하지요. 고라니는 자주 만나지만 그리 문제가 되지 않고요. 제 거처가 해발 350m 정도 지점에 있는데 거기서 올라가서 650m 지점 정도에 나 있는 임도를 따라 찬송가 스무 곡 정도를 연이어 부르며 왕복 두세 시간 고요한 산속에서 홀로 새소리 벌레 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어슬렁거립니다, (이 조합원이 즐겨 부르시는 찬송가 20곡을 적어주셨는데 지면 관계상 저 혼자만 알고 있기로 합니다 ) 달팽이, 지렁이, 개구리, 어떨 때는 뱀이나 고라니, 또 새벽이슬에 영롱한 거미줄 등등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산책하고 내려와서 씻은 후엔 제철에 나온 과일을 먹고 나서 숲속 책방에 가서 창문 열고 바닥에 기어 다니는 벌레들 빗자루로 쓸어내고 좋아하는 책을 봅니다. 요즈음엔 ‘말러 7번’ 틀어놓고 듣습니다. 얼마 전에는 기억전쟁 [임지현] 보고나서 텍스트의 포도밭 [이반 일리치], 녹색평론 172호, 173호, 브람스 평전 [이성일] 등을 읽었네요. 호르헤 보르헤스는 ‘도서관이 온 우주요 유토피아’라 하는데 제게는 이 숲속 책방이 그러합니다. 여기는 굴골 천국 숲속 책방입니다. 혼자만의 봉쇄 수도원입니다. 하하. 

 

Q : 노동법을 전공하신 것으로 아는데 노동법을 택하신 특별한 까닭이 있으신가요? 

A : 1974년에 민청학련 사건으로 아주 가깝게 지내던 선배와 친구들이 희생당하는 현실에서 잔존자의 죄의식이 연구자의 길을 지금까지 걷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전태일을 알고 나서 노동법을 전공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가 전태일 50주년인데, 제가 1972년부터 법대에 다니며 창현교회 활동하면서 전태일을 간접적으로 만나게 되었어요. 전태일이 “내 주위에 어려운 한자가 많은 노동법 조문을 알려주는 대학생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 듣고 법을 공부하려면 노동법 전공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한국의 노동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1976년 대학원에서 노동법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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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여러 내용이 현실에 적용되지 못하는 이른바‘ 종이 위의 법’이었습니다. ‘장시간- 저임금 – 고재해’의 아주 열악한 노동 현실에서 일반 노동운동은 가혹하게 탄압받고 그나마 도시산업선교회나 가톨릭 노동청년회를 통해 현장에서 노조 활동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본회퍼, 시몬 베이유, 파울로 프레리의 책을 읽고 고민하고 토론하였습니다.

 

Q : 처음 노동법을 강의하시던 시절과 지금의 노동법 현실은 달라진 것이 있나요? 

A : 1980년 가을, 당시 저는 제대를 1년 정도 앞둔 해군 장교 신분으로 마산 YMCA에서 마산 수출자유지역에서 일하던 노동자를 상대로 하는 노동법 야간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전두환 군사정권 치하지만 당시 마산 Y에서는 꽃꽂이, 노래 부르기, 노동법 강의를 하고 후속 모임을 통해 이들을 조직해 나갔는데 1987년 이후 마산 창원 지역 노동운동의 활성화에 이분들이 일정 부분 이바지하였지요. 이를 잘해 낸 사람이 그 유명한 황주석 총무이었는데 이분하고는 창현교회에서 맺은 인연으로 제가 진주에서 마산 Y를 오가며 강의를 했지요. 

 

노동법 현실은 많이 나아졌으나 어떻게 보면 별 진전이 없기도 합니다.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받는 ‘비정규직 보호법’만 하더라도 일본의 노동법학자들은 자기 나라보다 매우 진전된 내용이라고 인정합니다, 그 이유는 노동운동의 역동성의 차이라고 지적됩니다. 모든 법이 그렇지만 특히 노동법은 당대 현실 힘의 관계에 따라서 그 내용이 정해집니다. 설혹 진전된 내용의 법조문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그 집행 과정에서 제한 왜곡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Q : 노동법 학자로서 우리나라 노동법에 대해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가장 시급하게 변화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문제가 그러합니다. 2013년에 5만 명이 넘는 조합원 중 노조 활동하다가 해고된 조합원 9명이 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전교조는 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 [법외노조 통보]를 한 이후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어긋나므로 법외노조 취소가 현안으로 되어있고, 지난 5월에 이례적으로 대법원이 공개 변론을 하였는데 통상 공개 변론 후 3~6개월 후 선고가 나오는 만큼 올해 중 결론이 나리라 예상됩니다. 

 

2010년 당시 제가 노동법학회 회장으로 있던 그해 여름에 이 문제를 가지고 국회에서 토론회를 한 바 있고 [교회와 사회 포럼] 모임에서 2017년 여름 문재인 정부 1년의 노동정책 검토를 발표했는데, 당시 ILO 핵심 조약 가입,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문제, 비정규직 보호 문제가 최저임금 문제와 함께 과제로 지적되었지만, 이 문제들은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시간-저임금-고재해’ 문제는 여전합니다. 1998년 IMF 경제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산하며 노동의 유연화가 대세가 되었지만, 그 현실을 직시하면 ‘유연화=착취’이기 때문에‘유연화=안정’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활성화와 함께 자율 연대의 시민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1999년 봄에 서울 지하철 파업의 법적 문제를 노동법학회에서 발표했는데, 지하철 파업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시민들에게 요구되는 연대 의식도 필요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이를 부추기는 언론이 문제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

예를 들어 비교하면 1998년 파리 월드컵 당시 일본의 축구 응원단을 실어 올 전용 여객기 에어 프랑스가 파업으로 멈추자, 프랑스 언론은 파업하는 항공사 노조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중대한 시기에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을 할 수밖에 만든 관계 당국의 무성의와 태만을 지적했습니다. 노동문제를 볼 때 당사자나 일반 시민, 그리고 언론에 요구되는 자율과 연대의 문제입니다. 개별 사안에 매몰되어 구조적 문제를 놓칠 때 그러한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거의 10년 전부터 시작되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 문제가 또한 그렇습니다.

 

Q : 전교조 활동을 하셨지요? 

A : 전교조 활동을 따로 한 것은 아니고 평소 참교육 취지에 맞추어 강의하고 연구하고 학생들과 어울려 지냈지요. 국립세무대학에서 1985년 봄부터 1991년 여름까지 민법 상법을 강의하고 민속극회 탈반 지도교수, 학보사 주간, 예비군 중대장을 맡아 학생, 직원들과 탁구도 치며 재미나게 지냈습니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오면 여러 학생이 상담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이들보다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많이 알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 졸업 후 신학교에 갈까 고민하다가 노동법 전공을 살리고 평신도 목회를 하는 것이 더 현대적 의미의 신앙인의 길이라 생각했는데 이때 ‘평신도 목회’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Q :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셨다고 들었습니다. 

A : 1989년 봄 전교조 문제로 많은 사람이 해직되는 시점에 제가 가입하여 활동하던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노동법 분과 연구자들이 ‘법무법인 시민’ [ 조영래 천정배 윤종현 김선수 박주현 등]이 맡아서 하는 전교조 교사 몇 분의 해고무효 소송을 지원했어요. 민교협 교수 중심으로 전교조 대학위원회에 가입하고, 그해 12월 연대 장기원 기념관에서 전교조 금지의 부당성을 논박하는 학술 토론회에서 저와 신인령 교수가 노동법 분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전교조 대학위원회 서울지부 출범식이 같은 장소에서 열렸는데, 이 사실을 ‘MBC 뉴스’에서 보도하는 바람에 세무대학 당국으로부터 논란이 되었어요. 그 후 교수 재임용 때, 학교 당국에서 ‘전교조 탈퇴서’를 제출하라는 것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재임용에서 탈락하였습니다. 인사위원회에서는 아무 문제 없다고 통과된 것을 학장이 재임용 제청거부를 하여 해직되었던 것입니다. 헌재에서도 재임용 탈락 결정이 확정되어 국제 인권기구를 통해서 문제제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나라 밖으로 이 문제를 끌고 나가는 것은 삼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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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해직 동안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A : 해직 기간 3년 중 주야간 강의를 하면서 주위 사람들 도움도 많이 받고 지냈습니다. 탈퇴 각서 한 장 써내느냐 마느냐 고민할 때 제일 먼저 아이들이 기죽고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아이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좋았고, 새벽기도도 꾸준히 나가는 등 교회 활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교회 수련회에서 우리 부부가 각각 신앙 간증을 하기도 했지요.

 

Q : 그러면 해직되신 후 문경에서 지내시게 되셨나요? 문경은 어떤 인연으로 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 3년 동안의 해직 생활을 견디고 1994년 여름부터 아주대 교수가 되었는데 40대 중반이던 1998년 여름에 방광암 수술을 하게 되고 그 회복 과정에서 우연히 문경 산골의 굴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고 밤하늘에서 별이 쏟아지고 인적 드문 그야말로 알려지지 않은 십 승지라 할 수 있지요. 2005년에 1천 평 정도의 땅을 장만하고 18.5 평 정도 되는 집 하나 짓고 지내오다가 정년을 앞둔 2019년 3월에 제법 큰 책방을 짓게 되어 제가 가지고 있던 책 상당한 부분을 다 한 공간에 모을 수 있었습니다. 학기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굴골을 다녀가고 방학 중에는 혼자서 2-3주 지내다 보니 이곳이 너무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내일 문경 굴골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설렘으로 그날 밤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요즘도 계속 그러합니다. 하하. 제가 원래 고향은 대구이고 경주 이씨인데 여기 문경 산골 저 건너 사과밭이 경주 이씨 문중 땅이더군요. 모르고 왔는데 문중 땅이 주위에 둘러싸고 있어서 우연치고는 참 묘하다고 생각합니다. 3년 전 아버님 산소를 이리로 이장하여 수목장으로 해서 모시고 있답니다. 저도 수목장으로 묻을 자리를 정해 놓았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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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길목 독서 토론 시간에 이원희 선생님께서는 관련 책이나 오래된 신문, 세세한 자료들을 보여주시곤 하시는데 그것들은 어디에 다 보관되어 있는지, 어떻게 자료가 척척 나오는지 신기하고 궁금했는데 그게 다 굴골에 있군요.

A : 누구는 길 잃은 고양이나 멍멍이를 보면 거두어 잘 챙겨주게 된다고 하던데 제 경우에는 온갖 종류의 책을 챙기고 어딘가 쟁여 두는 게 낙이었습니다.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는 글자 적힌 종이가 길거리에 나뒹구는 거 보면 챙겨 모아두는 습관이 있었다고 하던데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이성일의 [브람스 평전]을 읽었는데 브람스가 엄청난 책벌레였다고 하던데 이 또한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 아니고 제가 좋아서 하는 거지요. 

대학 강단에 서면서부터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거나 또 TV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 모든 것을 강의 관련하여 따로 모아두고 녹화해 두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지닌 책과 관련하여 신문 등에 관련 기사가 있으면 해당 부분을 따로 빼내어 그 책 속에 끼워두지요. 오래전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 중에도 좋은 내용을 함께 보관하고 있답니다. 여태껏 읽고 보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하여 쟁여 두고 있다가 주로 강의 등을 통하여 제가 터득한 여러 가지를 학생 등과 나누는 것이 보람이고 사는 재미이지요. 

이번에 ‘숲속 책방’이라고 이름 붙인 꽤 넓은 책방을 마련하여 웬만한 책과 비디오테이프 등 자료를 한군데 모아두고 기회 날 때마다 한 번씩 예전 자료를 꺼내 보고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자료들을 통해 멋진 힐링을 체험한답니다. 최근에는 [조해일-박종만-김종철-안재구-박원순-예춘호-김낙중-장익]과 관련된 책들을 들추어보게 되더군요. 누구는 마들렌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거슬러 가며 새로움에 눈 뜬다고 하던데 저 역시 ‘우연한 맞닥뜨림’을 통해 그런 멋진 체험을 한답니다. 예기치 않은 추억을 통해 체험하는 힐링의 소중함이란….

 

Q : 정년 이후에 부인과 따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셨는데요~ 후배들에게 이런 삶에 대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격주로 서울 올라가서 2~3일 지내고 다시 문경 산골 와서 지내는 삶을 만 1년하고 있는데, 오히려 부부 사이에 대화도 많아지고 예전보다 훨씬 사이가 가까워졌습니다. 문경에서 홀로 지낼 때면 아내가 ‘혹시 등산하다가 미끄러지지는 않았나, 말벌에 쏘이지는 않았나, 산책 중에 멧돼지를 만나지는 않았나?’ 등 걱정을 하기에 매일 오전 오후에 잘 지내고 있다고 전화를 하게 되니까 그 전보다 훨씬 많이 대화하게 됩니다. 하하.

정년 이후 인생 후반기엔 주위 사람들에게 부담 안 주고 건강 유지하며 나름 활기차고 멋진 나날 보내는 것이 좋은데 지금 바로 그러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탁구, 스트레칭, 하모니카를 좋아하는 저의 인생 반려자 정효영님은 아들딸 다 출가시키고 여유 있고 윤기 나는 삶을 살고 있지요. 요즈음엔 막냇동생인 배우‘정진영’이 나오는 드라마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나, 정진영의 감독데뷔 첫 영화인 [사라진 시간]을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홍보하는 게 낙이지요. 특히 중간의 반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논란이 많은 [사라진 시간]을 잘 보려면 마틴 스코세이지의 [셔터 아일랜드]와 함께 몇 차례 보아야 이해가 된다고 역설을 하지요. 하하. 혹시 인생 이모작을 산골살이로 생각하신다면, 보통 정년 2~3년 전부터 준비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 비가 올 때, 눈 올 때, 바람 불 때 등 여러 경우에 기거해보면서 마음의 준비나 재정 문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19 이후 더욱 소중한 것이 ‘홀로 있음’을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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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문경에서 서울까지 멀지 않은 길을 오가시며 길목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계시지요? 길목 독서 모임을 소개해주시고 이모임이 주는 즐거움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길목 발전을 위해 한마디 해주시겠습니까? 

A : 정년퇴임을 하던 무렵에 교회 시무장로나 노동법학회 활동,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등 활동을 다 내려놓고 삶을 단순화하던 중 홍영진 장로님을 통해 길목을 알게 되었어요. 가입할 때 산골 벽지에 있기에 다른 조합원 활동은 못 하고 겨우 독서 모임만 할 텐데 그래도 괜찮은지 물어보았어요. 

길목 독서 모임은 2019년 10월부터 시작하여 매달 한 번씩 모이고 있습니다. 각자의 관심에 따라 돌아가며 책을 정해 이야기 나누는 한편 각자의 생활 나눔도 하고 서로 많은 배움을 얻습니다. 토론 시간 이후 근처에서 뒤풀이 자리를 갖곤 했는데, 구성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본 모임도 좋지만 뒤풀이 모임도 매우 유익하다는 의견입니다. 아쉽게도 최근에는 코로나 19 때문에 줌으로 몇 번 했습니다. 제 인생 뒤늦게 소중한 모임을 하나 더하게 되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읽은 책을 소개하면, [일본을 다시 생각한다] (서경식), [산티아고 가는 길]  (리 호이나키), [인간 vs 기계]  (김대식) , [악의 남용] (리처드 번스타인), [연애의 기억]  (줄리언 번즈), [번역전쟁] (이희재) , [등에] (에델 릴리언 보이니치),  [떨림과 울림] (김상욱), [처절한 정원 /겨우 사랑하기] (미셸 깽), [기억 전쟁]  (임지현) 이고, 다음 9,10월엔 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녹색 평론 173호 2020 7-8 월호 중 [김종철, 코로나 시즌 12 개의 단상]을 읽을 예정입니다. 

 

Q : 길목 발전을 위해 한마디 해주시겠습니까? 

A :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독서 모임에 겨우 참여하므로 길목 전체 활동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저 문화유적 탐사하는 모임 등이 생겨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이원희 조합원은 카톡이나, 글에 ‘하하’라는 표현을 자주 쓰십니다. 그 ‘하하’를 읽으면 평소 활짝 웃으시는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이 글에도 그가 살아오신 열정 넘치는 삶과 정년 이후를 ‘인생 황금기’로 만들어 ‘하하’하는 마음으로 활기 넘치는 삶을 사시는 모습이 느껴지시지요? 10월이면 단풍도 물들고, 문경 오미자가 빨갛게 익을 텐데 가을바람이 부는 문경 굴골 ‘숲속 책방’에 앉아 밀러의 음악을 들으며 온갖 보물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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