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들어가는 곳 Entrance
그림을 그린 풍주쌤이 말했다.
수학여행 가는 설렘,
즐거움으로 신난 작은 아이들의 기분처럼 하늘은 너무 파랗고,
바다는 무사히 잘 도착하게 해 줄 것처럼 잔잔하다.
세월호는 마치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거대한 괴물이다.
그것을 숨기듯 아주 얌전히 정박해 있는 그런 괴물.
세월호라는 괴물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거 같아서
출입구를 그리고 싶지 않았던 그런 아픈 그림이다.
그리고 정미이모가 말한다.
2014년 4월 15일, 짙은 안개로 세월호를 제외한
다른 배는 항해하지 않았다.
예상시간보다 2시간 30분가량 기다리다 지친 아이들이
'간다!'면서 즐거워 계단을 오르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전력질주. 스케일.
솔라시도레미파솔
도레미파솔라시도
피아노 건반 위에서 스케일을 치며
이미 피아노를 마스터한 듯 기뻐하는 귀여운 꼬마 아이들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410일이 지나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거대한 세월호가 왜 그렇게 빨리 침수되었는지 실험 중이다.
바른 침수 모형실험으로 침수원인이 밝혀지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