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솥
서울에서 태어난 저는 무쇠솥에 대한 향수는 없지만 양은솥에 대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솥에서 뭉실뭉실 피어나는 작은 구름이 어릴적 소박한 부엌을 불러옵니다.
연탄불에 놓인 하얀솥,겨울은 따스한 물과 음식을 제공하는 보일러였고 여름은 자식새끼 보양시키는 엄마가 생각납니다.
연탄불이 꺼진 날이면 얼음물에 머리 감다 온 몸이 쪼그라든 기억도 있지만,
모락모락 올라오는 달콤한 향과 온기 가득한 방에서 검은 손가락 빨며 뜨거운 몸부림에 깔깔거렸던 기억도 떠 오릅니다.
요즘 무쇠솥은 보기 힘들지만 양은솥은 자주 보입니다.
마트에 가면 일회용 양은 냄비에 부대찌개, 곱창, 감자탕 등을 담아 팔곤합니다.
처음에 편리성에 좋다고 몇 번 먹었는데 환경에 대한 양심인지,일회용에 대한 죄의식인지,
어느날 양은 냄비에서 엄마가 보였습니다.
그저 자식사랑에 쉽게 상처받고 찌그러지고 아파하는 엄마의 속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 되어 생각나는 무쇠솥은 주로 밥으로 이어집니다.
무쇠솥정식 ,솥삼겹살, 무쇠부대찌개 등 종류도 다양하고 쓰임새도 맛깔나 보입니다.
투박해 보이는 무쇠솥이 아빠의 두툼한 손등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방송에서 자주 보는데 숲에서 자연인이 홀로 생활하며 문명과 떨어진
이들의 무쇠솥 먹방은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게 만듭니다.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칠 때쯤,
모닥불에 올려진 하얀솥이 아련합니다. 부모님은 멀지 않은 곳에 계시지만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찾아 뵙습니다.
이번 주는 다른일 다 제쳐두고라도 양은솥 같은 엄마손과
지금은 많이 얇아진 아빠손 잡고 군고구마 먹으며 까맣게 된 손가락 빨고 수다꽃 피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