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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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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3 - 다름의 미학, Sterling Forest, NY, 2020

posted Nov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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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3 - 다름의 미학, Sterling Forest, N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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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Fall Escape”, 2020, Digital Painting

 

 

밤새 비가 지붕을 후드둑 후드둑, 캠핑와서 텐트 속에 있는 것 같다. 비가 온 다음 촉촉한 숲이 좋다. 수북이 쌓인 낙엽 위를 걷는데 저만치 키가 껑충한 노루 한 쌍이 보인다. 발걸음 소리에 놀랐는지 숲속으로 달음박질친다. 사냥꾼에 쫓겨서 이 호숫가까지 내려왔나? 

10월부터 근처 스털링 포레스트 파크(Sterling Forest State Park)에서 사냥을 허용한다고 하던데…

 

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

아침 녘 남편과 호숫가 숲길을 걷곤 한다. COVID19가 시작했던 봄부터, 여름, 가을을. 우리의 산책길은 다른 행성의 궤도를 돌고 있다. 나는 꽃, 풀, 나무, 새, 바위, 구름, 하늘… 음미하면서 유유히 걷는다. 남편은 양손엔 아령을 들고, 어떤 땐 이어폰을 꽂고 뉴스나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기운을 다 빼면서 숲을 뛰어다닌다. 나란히 걸으면서 노닥노닥하면 좋을 텐데, 나란히는 거의 불가능하다. 내가 보기엔 기껏해야 서너 걸음 앞서가면서, 내 주위를 인공위성처럼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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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중간쯤, 그린우드 레이크 전망이 잘 보이는 바위에 걸터앉아, 바람결도 느끼면서 오가는 낚싯배를 바라본다. 남편은 망원경으로 호수 저 끝에 보이는 모라한 파크(Thomas P. Morahan Waterfront Park)를 찾아본다. 그 앞에 놀이터, 멋진 소나무, 모래사장, 그리고 흐릿하게 보이는 정자(Gazebo)를 찾았다고 보라고 한다. 모라한 파크에 가서는 눈이 빠지라 우리가 걸터앉았던 바위가 어디있는지 찾아본다. 참 이상하지? 여기선 여기를 보고 거기선 거기를 보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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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P. Morahan Waterfront Park

 

 

그러던 남편이 언제부터인가 나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나무 이름이 무엇인지 사진을 찍어 앱에서 찾아보고, 잎사귀는 어떤지, 줄기는 어떤지 살펴보고 나무 꼭대기에 잎사귀가 안 보이면 망원경으로 본다. 남편의 꾸물거림을 이제는 내가 못 참을 지경이다. 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가을에 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무슨 나무인지 알텐데 높이 치솟은 나무를 목이 아프게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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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관찰하고 그린 나무잎(red maple을 sugar maple로 정정), Witch Haze(풍년화)

 

 

Each moment of the year has its own beauty

남편과 다른 궤도를 돌다, 10월 단풍이 들고 잎이 떨어지자 드디어 랑데부하였다. 나는 낙엽을 줍고 남편은 나무의 이름을 찾아주고 우리의 수수께끼가 하나씩 풀려가기 시작했다. 너무 높아서 잎사귀를 볼 수 없었던 나무는 거의 Northern Red Oak이다. 남편이 부지런히 앱에서 찾은 덕분에, Oak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북미주 빨간 참나무라는 자세한 이름을 알게 되었다.

잡초나 잡목이라고 스쳐 지나갔는데, 6월의 산월계수, 7월의 와인베리 이름을 찾은 것처럼 10월엔 Witch Hazel(풍년화)이 이름을 되찾았다. 남편과 랑데부의 큰 수확이었다. Witch Hazel은 눈이 채 녹지 않은 3월 초에 브롱스 식물원에서 본 노란 테이프 같던 꽃으로 기억하는데… 아 이 나무였구나. 노랗게 물든 잎은 마치 나비가 살포시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자세히 보니 푸슬푸슬 노란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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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ch Hazel, New York Botanical Garden

 

 

숲에서 나무와 꽃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주고 이들이 아름다울 때를 기억할 수 있어 기쁘다.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이 “Each moment of the year has its own beauty”라고 말했듯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던 꽃이나 나무가 계절이 지남에 따라 사랑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놀랍다. 자연의 멋진 오케스트라를 보는 것 같다. 지휘자가 하나하나의 악기들을 하이라이트 하듯.

 

다름의 미학

남들이 보면 우리는 같은 색이라고 하겠지만 우리 사이의 차이는 빨주노초 브라운의 단풍색처럼 다르다. 한때는 상대방에게 맞추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배려 속에 자신에 대한 배려가 빠져 있었다. 자신의 색깔을 찾고 남의 색깔을 존중해 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와 어울림인 것 같다. Sassafras(사사프라스)는 제각기 다른 모양과 색의 잎들로 조화롭고 아름답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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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숲에서 산책하는 동안 청둥오리(Mallard duck)가 호수에서 떠다니다 물가로 다가와, 낙엽 위를 거닐고 있다. 그린우드 레이크에서 낚시줄을 드리우면 물고기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것을 보아서 여기 오리들은 겨울 먹거리 걱정은 덜 된다. 작년 이맘때쯤 센트럴파크 폰드에 나타난 원앙을 찾아 헤매던 때가 생각난다. 그 원앙은 아직도 거기에 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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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여름내 지천으로 있던 잡초, 서울에서도 어렸을 때 빈 땅에 많이 보이던, 쌀이라고 소꿉놀이 하던 이 풀의 이름이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이름을 찾았다. Jesusplant라는 대단한 이름을 가졌는데 한국말로는 개여뀌라고 불린다. 뒤늦게 가을에 핀 이 개여뀌는 색깔이 더 진하고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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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수 조( Sue  Cho)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서양화, 판화를 전공하고, 부르클린 칼리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뉴욕 해리슨 공립 도서관, 코네디컷주 다리엔의 아트리아 갤러리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뉴욕 한국 문화원 그룹전( 1986, 2009), 리버사이드갤러리(NJ), Kacal 그룹전에 참가했다. 2020년 K and P Gallery에서 “ Blooming” 이란 타이틀로 온라인 전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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