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歲寒)의 시대, 공생의 모색
새해가 시작되었다. 그 동안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2020년에 지나온 탓인지, 새해 첫날 아침이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이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맞이합니다. 매년 겨울의 차가운 기운 속에서 맞이했던 첫날이 올해는 좀 달랐으면 하는 생각은 그만큼 지난 한해가 혹독하고 쌀쌀하고 황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뜩 작년 연말에 차가움과 따스함을 동시에 느꼈던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명작인 국보180호 ‘세한도’ 이야기입니다. 손창근 선생이 조건 없이 세한도를 국가에 기증하고 문화훈장을 받았다는 기사로 시작된 이야기는 1844년에 그린 그림이 국가에 기증되기까지 176년 동안 열 명의 손을 거쳤는데 그 때마다 사연이 가득하였습니다.
세한도는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가 있는 동안 중국의 귀한 책들을 구하여 보내준 제자 이상적에게 감사의 뜻으로 그려준 그림입니다. 추사가 처한 시대적 상황의 답답함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제자의 마음을 그림 옆에 글(발문)로 표현하였는데 글귀 중에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 날이 차가워진 후에 솔과 잣이 나중에 시듬을 알게 된다.)에 표현된 세한이 그림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잘 모르다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 변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나 사람들의 세상살이가 비슷하기에 생겨난 말이 세한도에 담긴 뜻입니다. 코로나가 지난 일 년 동안 전 세계에 초래한 변화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고 새해에도 춥고 어려운 시간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용어 ‘사회적 거리두기’는 추사가 겪었을 외로움을 나타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가 무색해지는 요즘 상황입니다.
세한도가 보여주는 쓸쓸함과 차가움은 여전히 코로나와 힘겹게 맞서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여 눈에 보이는 전경은 삭막합니다. 하지만 그 너머의 이야기와 현재로 이어지는 역사는 제자의 따뜻한 정과 엄청난 금액의 작품을 공동체에 내어 놓는 뿌듯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세한의 시대 길목도 사회적협동조합의 이름에 걸맞는 공생의 길을 만들어가기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