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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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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8 - Sue Cho, 색으로 희망 밝히는 화가

posted Mar 3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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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38 - Sue Cho, 색으로 희망 밝히는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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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Summer Afternoon”, 2018. Acrylic, 46x60.  (Sue의 자화상)

 

 

Sue를 처음 만난 것은 1985년경 뉴져지 포트리 아파트에서다. 한국 사람들이 제법 살았던 나지막한 코업 아파트 단지였다. 그 당시 Sue는 미시간 주립대학( 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거실에서 벽의 절반을 차지하는 큰 작품을 하고 있었는데, 넓게 펼쳐진 천 위에는 그 정물화에 나오는 사물들로 꽉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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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Easter Sunday”, 1984, Acrylic, 90x62.

 

 

그림을 좋아했던 나는 메트 뮤지움에서 구입한 모네의 프린트와 그림으로 조그만 아파트 벽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Sue는 나의 아트 사랑을 알고 그녀의 판화 작품을 선뜻 선물로 주었다. Sue는 나중에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림을 팔 때도 좋지만, 사실 그것보다 누가 내 그림을 좋아하고 즐기고 그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때가 행복하다.” 같은 층에 살었던 Sue를 복도 오가는 길에 마주치곤 했는데, 남편을 도와 일을 하고 오면서 골치가 아프고 많이 피곤해했다. 전업작가로 생활이 힘든 시절이었다. “그냥 좋아하는 그림을 맘껏 그렸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4년 살다가 나는 뉴욕 근교 카토나(Katonah)로 이사를 했고 또 뉴욕을 떠나서 오래 있었기에 서로 연락이 끊겼었다. 2013년 다시 뉴욕으로 이사하면서 맨해튼 풍광이 있는 Sue 의 “Homage to New York” 판화를 걸었다. Sue가 문득 생각나고 보고 싶었다. 수소문한 끝에 연락이 닿았다. Sue는 그간 남편과 하던 사업이 잘 번창하여, 스튜디오를 지하실에 꾸며, 하고 싶은 작품들을 맘껏 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자유가 생겼다. Sue는 작품을 사진으로 보내주고, 아마추어 아트 애호가로서 내 느낌들을 서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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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Why Me”, 2015. Acrylic, 30x30 inch.

 

 

25년 지나서 Sue를 만났는데, 눈에 띄는 하얀 멋진 백발에, 그녀의 의상은 그림만큼 원색으로 강렬하다. 한눈에 아티스트의 카리스마를 풍긴다. Sue처럼 부산 사투리를 감칠맛 나게, 애교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못 보았다. 아,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보았나? 나도 Sue와 이야기하면 절로 부산 사투리가 나온다. “그 알라(아이)가 그랬어요?” 

글쓰기가 힘들어지고 벽에 부딪혔을 때, “혹시 춤추는 그림 있어요?”라고 Sue에게 문을 두드렸다. Sue가 흔쾌히 “내가 하나 그려주면 되지.”라고 해서 코로나 방구석 춤 스토리로 그녀와의 처음 콜라보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우정의 작업은 벌써 반년이 지나간다. Sue에게 고맙다. 항상 마감 가까이 글을 시작하는 나에게, 그림 때문에 늦어지면 안된다고, 나의 스토리를 듣고 2-3일 만에 그려준다. 어떤 때 내가 게으름 피우고 글쓰기 싫어하면 “ 이번 토요일까지예요. 아니면 못 그려요.”라고 나를 협박으로 끌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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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Gone are the days” From series of childhood memories, 2020. Acrylic, 30x30 inch.

 

 

그림이 Sue에게는 삶이다. 오전에 온몸이 쑤신다고 했었는데,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그림 사진을 올려놓는다. 그림에 몰두하는 시간이 Sue에겐 통증을 잊고, 오롯이 행복한 시간인 것 같다. 이번 팬데믹 동안 Sue가 더 왕성하게 작품을 그렸다. Sue의 그림은 아무리 어두운 소재도 마음을 밝히는 그녀 만의 색이 있다. 이번 팬데믹에 그린 싱크대 그림이 대표적인 예다. 삭막한 소재를 그렸지만, 원색에서 톤다운 되어 그녀의 유니크한 개성이 살아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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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Study of Antique Sink” Pandemic Series , 2020. Acrylic, 36x48 inch.

 

 

Sue가 전시회에 그림을 거는데 그 옆에 걸었던 화가가 “Sue의 그림 옆에 있으면 그 칼라로 내 그림이 죽어요.”라고 한다. “그런 말 하지 마소. 아니, 나는 내 그림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하려고 하는데 내 그림 때문에 죽는다고 하지 마소.”라고 해서 웃었다. 

내가 6년 전 수술 받고 회복하고 있을 때였다. 전에 살았던 동네, 카토나(Katonah) 풍광을 담은 그림을 Sue가 선물로 주었다. “Homage to New York” 판화는 흑백으로 너무 어두우니, 이 그림을 식탁 근처에 걸어 놓고, 환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고 몸과 맘을 잘 힐링하라고 하였다. 팬데믹으로 집에서 줌(Zoom)으로 상담할 때, 화면이 나오는 벽에 이 그림을 배경으로 걸었다. 내가 그랬듯이, 밝고 평온한 그림이 내담자에게 힐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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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4th of July” 2010. Acrylic, 30x40 inch.

 

 

Sue의 작품세계는 다양하다. 판화에서 시작하여, 붓터치가 섬세하고 정교한 정물, 풍광들, 어린시절 스토리텔링 시리즈, 팝아트 시리즈도 흥미롭다. 호머 심프슨( Homer Simpson)도 나오고 부인 마지(Marge)가 컵라면도 끓여 먹고, 어렸을 때 놀았던 Jack in the box나 검볼머신, 구슬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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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탈 페인팅은 Sue로 하여금 자유롭고 다양하게 그림의 영역을 확장하게 한다. 구상화가로서 사물을 놓고 그리던 그녀에게 스토리를 듣고 상상으로 작업하는 새로운 시도도 흥미로워한다. 처음 내게 그림을 보내와서, “좋아요.” 하면, Sue는 끊임없는 더하기 빼기 작업으로 변신과 실험정신을 발휘한다. 단풍색을 좀 밝게 하다가 오리까지 바꾸어 놓고 “내가 더 손대지 말아요! ” 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Sue와 함께 글과 그림 이야기하는 시간이 즐겁다. 겨울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의 손끝에서 보라색과 노란색으로 변한다. 어두운 말콤 엑스 이야기를 Sue와 하다보니, 마야 안젤루의 더 밝은 빛을 찾게 되었다. 어제 우중충한 회색 다운코트와 베이지 머플러, 회색 털모자를 쓰고 나갔는데 기분이 꾸리꾸리하다. 문득 Sue의 칼라가 생각나 옷장에서 밝은 것을 찾아내었다. 위스테리아 스키자켓에 하늘색과 연두색 털방울 모자, 노랑 보라로 얼룩덜룩한 마스크커버를 하고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 나갔다. 어느덧 Sue의 칼라에 나도 물들어간다. 심지어는 빨간 셔츠 드레스를 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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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세계는 사실주의 작품이다. 자연과 정물, 인물, 그리고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순간의 기억, 조만간 사라질지 모르는 것들에 대해 안타까움도 소재가 된다. 그것을 찾아 화폭에 옮기는 과정에 나의 삶 속에서 느낀 감동과 마음을 그려, 보는 이들의 마음이 따뜻해지기를 시도한다. Long Island 해변을 거닐면서 주변 경관을 둘러보고 그곳의 다양한 정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팬데믹에 더 많은 소재를 찾기 위해 스튜디오를 탈출했다. 색채와 디자인에 깊이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심취했었다. 그 작업은 숨 쉬는 것처럼 쉽게 다가왔다. 스튜디오로 돌아와서 상상의 나래를 펴고 형태와 색의 대비를 통한 작업을 한다. 그 과정은 수도승의 수련과 같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 역시 그 과정에서 지루함을 망각하고 행복에 심취한 여인이 되고 그 작품은 보는 이의 가슴에 행복을 만끽하게 되길 바란다.” Sue Cho, 작가의 말

 

수 조( Sue  Cho)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서양화, 판화를 전공하고, 부르클린 칼리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뉴욕 해리슨 공립 도서관, 코네디컷주 다리엔의 아트리아 갤러리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뉴욕 한국문화원 그룹전(1986, 2009), 리버사이드갤러리(NJ), Kacal 그룹전에 참가했다. 2020년 K and P Gallery에서 “Blooming” 이란 타이틀로 온라인 전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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