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 그 곁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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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 그 곁의 이야기 

 

 

올해는 마을 친구들과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공부를 매월 하고 있어요. 십 수 년 전 아이를 키우면서 시작한 독서모임인데 요즘은 마을에서 어떻게 같이 나이 들어 갈 수 있을 지 고민합니다. 인권과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청소년, 이주민 인권 활동가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고통의 곁에서 아픔을 공감하고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함께 찾고 만들어가는 인권 활동이 상담이나 치유 과정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사회적인 통념이나 편견에 문제제기 하고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이야기를 사회적인 목소리로 드러낼 수 있는 힘이 인권이라면 상담에서는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고려하면서도 개인이나 가족의 심리체계에 더 주목한다는 점이 다를 수 있지만요. 

 

저는 사회가 건강해야 개인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회정의상담의 맥락에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활동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려고 해요. 나이, 능력, 학력, 장애, 성정체감, 인종, 국적. 질병, 지위 등에 따른 차이로 우리를 분리해서 줄 세우지 않고 저마다의 다른 모습 그대로 존중하고 수용할 때 함께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삶의 존엄을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심리적인 안전감을 높이는 활동을 하는 인권 활동가를 우리 사회의 치유자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포개는 연대를 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좋은 얘기도 한 두 번인데 살기 힘들단 이야기를 매일 듣는 게 힘들지 않냐, 힘들 때는 어떻게 하냐는 물음을 들어요. 그럴 때면 인권활동가들을 떠올립니다. ‘상담자는 자신을 보호하면서 고통을 듣고 소진되지 않게 돌보는 기술을 익히면서 성장하는데 인권활동가들은 어떨까? 사회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고 수년간 활동한 결과가 사회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때도 다반사인데 활동가들은 어떻게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2012년부터 사회활동가 상담을 하면서 활동가들의 마음 건강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아픔 곁을 지키는 것이 상담자로서 우리 사회 변화에 조금이나 기여하는 길이겠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래서 상담실에서 듣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사회적인 이야기로 확장하고 공감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뜻밖의 상담소에서는 인권활동가 마음 건강 기초 연구를 2020년 하반기부터 진행했습니다. 지난 9월14일 그 결과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셔서 정말로 마음건강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필요하구나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뜻밖의 상담소 발표회 다시 보기 https://youtu.be/E2H1Ov63wIA0

 

상담을 하는 게 무슨 의미냐, 상담실 밖의 사회, 삶의 환경은 달라지지 않는데 뭐가 변할 수 있냐는 물음을 받을 때면 변화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상담은 자신의 고통을 마주하고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용기를 낼 때만 할 수 있어서 상담자에게 마음의 곁을 내주고 고통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겠지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참고 있던 마음의 숨을 내쉴 수 있고 지금 상태를 알아차리며 자기 자신과 주변의 관계와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살아 있는 동안 누구도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취약한 면을 가지고 있고 성, 장애, 학벌, 나이 등 차이로 인한 고통을 느낍니다. 그래서 개개인이 고립되어 고통에 함몰되지 않도록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사회적 고통의 곁을 지키는 활동가들에게도 곁이 필요합니다. 인권 활동과 활동가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마음이 연결되어 서로의 곁이 되어줄 때 우리 사회는 보다 따뜻하고 평화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곁의 곁, 또 그 곁의 곁 그렇게 곁의 동심원에 우리가 함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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