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책 소개 : 게르트 타이센/아네테 메르츠의 “역사적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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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쉬었으니 이번에 글 한 번 써 보시지?’
길목협동조합을 너무너무 사랑하시는 ’길목앓이‘ 홍영진 님의 원고청탁은 언제나 그렇듯, 부드럽고 편안하며 몹시도 젠틀한 분위기 속에서 훅 들어온다. 이번의 제안은 신학서적소개였다. 사실 누가 봐도 공부 쪽보단 펍 쪽에 이는 내게 책 소개는 정말이지 쉽지 않은 영역이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분의 청탁도 지엄하려니와, 내 영혼 어딘가에 쌓여있을 한 줄의 책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지금 나를 노트북 앞에 데려다놓았다. 이렇게 써보려 한다. 우선, 너무 전문적인 책은 가능한 배제하려한다. 어느 업계나 전문가들의 영역은 남겨두는 것이 상도덕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바쁜 삶 속에서 그런 것까지 읽으며 인상 쓰는 것은 아니지 싶기도 해서다. 좋은 책이라면 오래 된 것과 신간의 구분을 두지 않으려 한다. 새 술은 달고, 묵은 술은 깊다. 모두 그 자체로 매력적인 것이니! 끝으로 책 소개에 너무 장광설을 늘어놓지 않으려 한다. 그럴 능력도 없거니와 결국 책의 매력은 독자 자신이 찾아야 할 광맥일 테니, 그 몫을 가로채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말로 이어질 짧고 내공 없는 글을 변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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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소개할 책은 게르트 타이센・아네테 메르츠의 “역사적 예수”다. 1997년에 독일에서 출간된 후, 한국에서는 2001년 다산글방에서 번역본을 펴냈다. 엄청 두꺼워서 읽다가 졸리면 베고 자기에 참으로 적당한 이 책은 내게 ‘예수=그리스도’ 즉 교리적이거나 신앙고백으로 너무 쉽게 넘어가버리는 예수 이해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책은 독일 학계 특유의 꼼꼼함과 객관성에 대한 집착(?)의 흔적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예수탄생시기’라는 주제에 대해 그간의 연구를 지리할 정도로 개괄한 다음, 마치 자신이 쓰지 않은 양, ‘게르트타이센 은.......’이라는 식으로 자기의 의견을 제시하는 식이다. 처음엔 참 낯설기도 했지만, 이 같은 전개를 통해 독자는 해당주제들에 대한 연구사를 한눈에 살피는 가운데 저자의 견해를 비교할 수 있다. 이 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예수연구에 있어 복음서의 영역을 과감히 넘어선다는 것이다. 게르트 타이센과 그의 제자 아네테 메르츠는 도마복음을 복음서와 같은 반열의 예수연구 텍스트로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동시대 비그리스도교계 문헌을 최대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통해 복음서 자체가 각 공동체의 신앙고백이라는 전 이해를 바탕으로 ‘재해석된 예수 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알 수 있게 해 줌과 동시에 신앙인들에게는 불과 한 삼 년 전 쯤 이 땅에 계셨던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을 주는 예수께서 실은 초기 고구려시기에 활동했던 ‘옛날 오브 더 옛날 사람’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도록 해준다.
개인적으로 이건 역사적 예수이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점이라고 본다. 모든 것이 신화였던 시기, 일식이나 월식 앞에서 제사를 지내던 때, 조금이라도 존경스러운 면이 있는 존재에 대해 신 혹은 신의 사람이라는 별칭이 붙던 당시, 예수에게 하나님의 자녀 또는 그리스도라는 칭호가 붙고, 그의 탄생 이야기에 별이 움직이고 천사가 나타나는 것은 조금도 특별하거나 신성할 것이 없는 ‘일반적 서사’이다. 우리가 신앙 고백하는 예수그리스도의 리얼한 삶을 조명해보는 과정은 신화적 시대의 산물을 비신화적 시대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는 신앙의 훼손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의 언어로 드리는 신앙고백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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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신화의 과정을 통해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는 역사적 예수는 너무도 가난했던 민중의 마을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동네 회당 등에서 배운 유대교 신앙을 통해 하나님과 그의 정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사람이다. 그런 그의 고민은 성전 중심 제의를 배격하는 대신 평등한 식탁에서 함께 어울리는 민중 제의에 이르렀다. 또 지배자가 영원히 이어진다 말하는 세상의 끝, 즉 임박한 파루시아를 주창하게 했다. 이런 그와 그의 공동체의 급진성이 반체제적이라고 규정한 당대의 교권, 정권 등은 야합하는 가운데 그를 처형하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강렬한 기억을 선사한 이를 그대로 떠나 보낼 수 없었던 이들의 자리에서 예수부활신앙은 시작되었고, 이를 통해 마침내 그는 신에 이를 수 있었다. 그리스도교에서 지금은 예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이다. 그의 오심을 기다린다는 것은 다만 손 놓고 앉아 성탄절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다림이란 그가 올 자리로 나아감, 즉 기다림의 행동인 동시에 그 자리를 준비하는 것까지를 포괄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백만 가지 잘못 중에는 반신학적 비합리성이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 신앙고백의 중심에 있는 예수그리스도에 대한 역사성 연구는 주류 개신교의 무지몽매를 걷어내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번역 출간된 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역사적 예수’는 여전히 소중한 신학적 산물이 아닐까 한다. 추신독일에서 처음 출간될 당시, 이 책의 활용목적은 교회 청년부 성서공부 교재였다고 한다. 이 두껍고 어려운 책이 평신도 학습용 교재였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무척 놀랐고, 스스로가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