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에서 길목을 보다!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불과 1년 전 2021년을 맞이했던 송년의 마음처럼 희비가 교차하는 심정으로 새해를 맞았습니다. 지난 1년 코로나의 질곡을 함께 헤쳐나온 길목의 조합원과 후원회원 모두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새해가 시작되기 전후로 대부분의 조직과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나간 일 년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맞이하는 일 년의 시간을 계획합니다. 길목도 조합원들 각자도 비슷한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연 올해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살아야 되나?’라는 단순한 질문에 어떤 키워드들을 생각하셨는지요. 코로나와 백신, 기후변화, 미중 갈등, 대통령 선거, 종전선언, 차별금지법, K-컬쳐와 방역, 종교의 역할과 미래, 그리고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 한 해의 삶과 일을 구상하며 이런 단어들을 생각해보셨는지요.
연말을 앞둔 어느 날 아침, 성신여대 전철역에서 장애인들의 시위를 마주쳤습니다. 그들은 이동권 관련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연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온몸으로 의사 표현을 하고 있었습니다. 20분 정도 정차된 상황에서 승객들은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고 욕설을 퍼붓는 모습도 적지 않았습니다.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정류장으로 걸으며 생각해봅니다. 이동이 자유로운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대체수단을 선택할 수 있지만 장애가 있는 약자라면 그냥 제 자리에 멈추어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누구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선택권은 똑같이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사람은 동동한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에 따르면 교통약자법은 당연히 통과되어야 하고 장애인의 이동권을 해결해 주어야 함에도 오히려 불편한 당사자가 욕을 먹으며 수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역사적인 이유로 이후에는 정치적인 방해로 사회법의 입법과 인식이 다양한 부문의 발전에 걸맞지 않게 취약합니다. 노동3법의 실질적 내용과 준수뿐 아니라 최근 기업들의 재해사고 처리에 대한 입법 과정을 봐도 그렇습니다. 이런 여건 하에서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은 간극을 채워주는 역할과 점차 사회변화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활동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의 목적과 활동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존재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자리매김할 분명한 자리가 있습니다.
영화 ‘자산어보’를 보면서 양반과 평민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과 글이나 책으로 삶을 얘기하기보다 땀 흘리며 몸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 동안 들어왔던 ‘목민심서’와 대비되는 ‘자산어보’의 가치뿐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재미있고 의미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자산어보’를 보면서 길목의 새해 모습을 오버랩해서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