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에서 ‘심심 心心’을 말하다 3

(대담정리 : 이화실 편집위원)

 

 

심심心心프로젝트(이하‘심심’)를 아십니까? ‘심심’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해고노동자, 장기투쟁사업장의 구성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나누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주 많이 도움이 되었고, 덕분에 밝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대화와 치유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있어주세요.            
     - 2017. 01. xx 김00

활동가로의 삶을 오랫동안 살았는데, 대학원생으로서 공부하느라 운동에 잘 참가하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상담치료로 인해 저 저신을 좀 더 수용할 수 있게 되었고 저 자신의 삶에 좀 더 충실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 2017. 04. xx. 김00

오랜 기간 준비를 거쳐 2014년 12월 처음으로 활동가를 위한 무료심리상담을 시작해서. 2017년까지 활동가 70여명의 아픔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집단 상담프로그램 ‘심심프리’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심’’프로그램의 기획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현장을 찾아다니며 네트워크와 조직적인 틀을 만들고,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해온 길목의 채운석, 김지수 실행위원, 심심스터디를 이끌어주신 노경선 박사 그리고 ‘심심’과 함께 하는 모든 치유활동가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어 오늘의 ’심심‘이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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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은 사회선교센터 협동조합 길목의 주요사업입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성격상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폭이 제한적이어서 어쩌면 조합원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사업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심심’프로젝트에 대해 함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심심 心心’을 말하다1에서는 ‘심심’의 지난 4년을 돌아보고 개인상담의 성과와 의미를 짚어 보았고, ‘심심 心心’을 말하다2에서는 노경선 박사님과 함께 하는 열정적인 스터디와 심심의 집단상담 프로그램 ‘심심프리’ 활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심심’의 연대활동, 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通)통(統)톡(talk)’

김지수 : ‘통통톡’은 사회 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라는 성격이구요, 통통톡에 참여하는 단체들은 민주노총 교육원, 기아의 기아 자동차 노동자들을 위한 상담해주는 마음의 숲, 그리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상담해주는 심리치료 공간 와락, 그리고 저희 길목협동조합의 ‘심심’, 그 외에 또 영등포 산업선교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 서울교구 노동상담소, 충남노동인권센터 두리공감.. 이런 단체들이 연대하는 조직이지요.

조귀제 : 민주노총도 실제 내부의 소통이 깨져있는 경우도 많고요, 민주노총 중앙도 그렇지만 단위노조나 활동가들도요. 3년 4년 5년 장기간 투쟁하면서 정말로 절벽을 만나는 과정들이 많아요. 누군가가 뒷받침하고 지지해주는 게 필요했어요.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초기 참여했던 활동가들이 그런 고민들을 조금 조금씩 나누기 시작했어요. 와락, 심심, 영등포 산업선교회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씨앗이 되는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충청도에서 상담이 절실하면 서울에 있는 활동가들이 갈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활동이 본격적으로 연결된 게 2016년이었죠. 격렬한 싸움, 투쟁일 경우에는 기독교, 천주교, 조계종 등 종교계의 지지 성명서도 필요하지만 상처받은 마음을 담아 보듬어 줄 그릇이 필요했어요. 그게 통통톡인 것 같아요.

 

김지수 : 채운석 조합원이 당시 ‘심심’운영위원(현재 길목협동조합 실행위원장)으로 ‘통통톡’네트워크를 구성할 때 물심양면으로 열성을 다했었죠. 

조귀제 : 채운석 조합원은 민주노총에서 사무금융위원장을 했었고, 누구보다 활동가들의 아픔과 고통을 잘 아니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뭔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민주노총에서 아는 분들 붙잡고 ‘내가 ‘심심’이란 일을 하고 있는데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말했었지요. 민주노총 내에서도 공감이 되어야하는 거잖아요. 안 그러면 그런 걸 왜하냐, 지금 다른 거 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이런 거잖아요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당장 청와대 앞에 가서 집회 한 번 더 하는 게 소중할 수 있다고 보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그걸 잘하기 위해서라도 마음을 보듬는 것이 필요하다‘ 설득하는 역할을 많이 하신 걸로 제가 알고 있어요.

 

 

조귀제 : 민주노총이 전국적인 조직이고 이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있는데 상담활동가는 지역적으로 부분 산재해있으니까 상담에 대한 필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은 거예요. 네트워크로 만들면 좀 전국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까 이런 거죠. 심리상담 활동 조직들이 다 그렇게 크지 않잖아요. 조금조금 있는데 사실 이런 게 모임으로서 서로 힘도 되고 또 합동으로 교육도 하고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게 네트워크로서의 성격이 주는 장점인 거 같아요.

김지수 : 사실 이 ‘통통톡’을 통해서도 ‘심심’에 상담요청이 많이 들어옵니다.


‘심심’의 지난 4년 그리고 오늘

김지수 : 그동안 상담 받았던 분들의 통계를 보면 2017년이 현재로선 피크거든요, 그 전까지는 ‘상담 좀 들어오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2017년이 되니까 상담 요청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대기자들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제가 재정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간사님한테 얘기했거든요. 그 기준이 뭐냐면 한 달의 상담사례비 지출을 200만 원 정도에 맞추도록 했어요, 그럼 1년에 2400만원 조금 넘어요. 그래서 1년에 2500만 원 정도 그러면 한 달에 상담이 80회 정도고 1년에 약 1,000회 정도 되요. 그 상담의 혜택을 받는 분은 약 70명 정도 되요. 70명이 30회씩 받으면 2,100회이고 10회씩 받으면 700회 이잖아요. 그 사이에 한 1,000건 정도의 상담을 하고 있는 거예요. 개인상담 부분만 그 정도. 집단 상담은 또 따로 운영되고 있어요.

이은경 : 상담에 오는 분들 중에서 상담 회기(20-30회기)를 다 못 맞추고 가는 분들이 상당수 있고, 막상 상담에 왔지만 상담을 받으면서 뭔가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20-30회기를 마친 분들 중에서 상담 받는 게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도움이 되었다고 해요. 어떤 내담자는 상담이 진행되면서 부정적인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무척 불안해하기도 해요. 다시 말해서 상담을 통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자신의 문제들이 드러날 때 불안해하고 힘들었지만, 자신을 성찰하고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해요. 어떤 내담자는 부정적인 의사 표현이나 감정 표현이 어려웠는데, 상담자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이야기하고 공감 받음에 따라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었고,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을 이해한 만큼 인간관계가 부드러워졌다고 해요. 또 다른 내담자는 오랜 단체 생활로 인해 심신이 지치고 소진되었는데,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을 이해하거나 돌보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어요. 결론적으로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깊은 마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런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그 결과 다른 사람과 관계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 ‘심심’에서 하는 일이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조귀제 : 네. 오랜 투쟁 속에서 천막이란 갇혀 있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온갖 아이디어 내서 다 투쟁 해봤지만 나중에 남는 거는 서로에 대한 상처밖에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집단상담이든, 개인상담이든 쉽게 풀어내기 힘든 것 같습니다. 

김지수 : 사실은 제가 재정을 담당하면서 작년까지는 돈 문제를 걱정한 적이 없어요. 후원이 넉넉했다는 것 보다 상담이 많지 않았으니까 대부분 후원금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었는데, 올해 상담이 많아지니까 조금은 재정적으로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후원을 받긴 했는데... 이젠 제가 ‘아 우리가 이정도 수준에서 앞으로 몇 년간 운영하면 되겠구나 하는... 계획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게 아까 말씀드린 월 80건 상담, 일 년에 한 1,000건 정도의 상담, 연간 예산 한 2500만 원정도의 개인 상담 규모로서... 교회 후원과 개인 후원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여요. 지금까지 한 3-4명 정도의 많은 액수를 후원하는 분들과 소액을 후원하는 개인후원 또 교회후원 이걸로 구성되는데 앞으로 목표는 장기적으로 고액 후원자 분들의 비중을 좀 낮추고, 소액으로 꾸준히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분들의 비중을 높여가야겠다, 이런 계획을 갖고 있죠.

이은경 : 내가 잘 알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후원을 할 것인가? 특히 ‘심심’에 대한 후원은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일 수도 있어요. 조합원들의 입장에서 후원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쓰이고 있는데, 후원금이 잘 쓰이고 있는지 궁금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개인 상담은 내가 알지 못하는 모르는 곳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실행위원회에서 심심 사업보고를 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어떻게 설명을 하고, 조합원들이 보람을 느끼고 의미를 갖고 후원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인가 라는 문제를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아직 그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김지수 : 제가 시작할 때 그 얘기 말씀 드렸는데 사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고용안정의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것들은 사실 오랫동안 실천을 통해 노력을 해 오신 사회활동가들이나 노동활동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거든요. 사실 노동활동가들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싸운 건 아니거든요. 근데 그런 것들로 우리 온 사회가 그 결실의 덕을 보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근데 그런 일을 해오시면서 힘들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는 분들을 우리가 돕는 거는 우리가 이때까지 받은 혜택을 나누는 것이기도 하고 또 미래의 우리 혜택을 같이 나누는 이런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인 거 같아요. 눈에 당장 보이진 않아도

이은경 : 잘 모르는 분들이지만, 불의하고 부정한 세상에 맞서서 저항도 하고 개선해보려고 노력하다가 마음을 다친 시민 단체 및 사회활동가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지고 갈 청년들이 아픈 마음을 회복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함께 나누는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귀제 : 처음에 향린 60주년 사회선교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 저는 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은 향린에 대한 기억은 영등포 산업선교회처럼 농성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피신처, 지지 세력의 역할을 해왔다고 봅니다. 명동에 이런 곳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힘이 됐던 그런 시절을 살아온 게 향린이 아닌가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지금 향린의 역할 중 하나로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를 위해 청년예수의 깃발을 세웠던 향린이 이 사회를 조금 더 정의롭게 하는 데 함께 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 분들이 길목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어렵고 힘든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활동가들에 대한 지원들 함께하는 것에 손을 내밀어 주는 역할을 하는 길목이 고맙지요. 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려고 하는데서 절벽을 만났는데 손을 내밀어주는 심심활동이야말로 사람을 살리는 거예요.

김지수 : 우리가 상담을 제공하는 것들은 그 노동자들이 그 활동가들이 그 청년들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우리 미래가 좀 더 밝아지는 거고 또 지금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마음의 상처들과 관계의 어려움들을 해결하면서 건강한 마음, 건강한 관계를 가짐으로서 그분들이 더 열심히 일해주면 사실 우리 사회에 미래에 좀 더 좋은 여러 가지 결실이 있지 않을까 이런 전망이거든요.
 

 

 

후원하는 보람과 참여하는 기쁨을 함께 나누는 ‘심심’을 생각하다

김지수 : 도시락 싸들고는 심심활동의 일환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길목사업으로 아예 자리 잡았는데, 굉장히 중요한 활동인 거 같아요. 많은 이 노동투쟁현장이 있지만 그 중에 장기화되고 또 사람들한테 잊힐 수 있는... 그렇게 정말 힘든  현장에 일주일에 한 번이긴 하지만 도시락 싸들고 가서 같이 식사를 나누는 것이에요. 일종의 현장 상담이죠. 밥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그 사람들 마음을 좀 풀어주는... 그러면서 우리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 보면서 그 속에서 배우고... 도시락 싸들고는 처음에 윤선주 조합원 혼자 했는데 요즘에는 임재옥 조합원과 함께 하고 있지요. 길목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지원 방문하기도 하고, 또 몇 분이 후원도 하고 그래서 좀 더 풍성하게 도시락을 만들기도 하고, 이런 걸 하면서 사실 길목에도 좋고 현장에도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그리고 조합원들도 굉장히 관심을 가지는 이런 걸로 아주 모범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으로 아이템을 잡은 거 같아요.
 
조귀제 : 저도 좀 더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들다고 상담실로 오는 건 쉽지 않다라는 거죠. 상담실 구조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저는 창의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봐요.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이웃이라는 공간에서 하셨던 얘기를 잠깐 들은 적이 있는데 희생자의 가족들이 와서 뭐 )얘기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뜨개질 하는 선생님 몇 분이 가족들과 아무 실이나 잡고 계속 뜨개질만 했다는 거죠. 실 값만 몇 천만 원 들었다고 하지만 정혜신 선생님께서는 그 과정이 어떤 약 못지않은 거라고 했어요. 치유의 공기나 흐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는 거죠. 그렇게 되어야 조금 더 깊게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거요. 저는 장기투쟁 사업장 등의 집단 상담에 다양한 모델들을 만들어 내는 것들에 저희 심심프리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된다고 봐요.

김지수 : 저는 이제는 좀 질적인 성장을 이룰 때가 아닐까, 양적으로 어느 정도 이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요즘에 저는 사례 학습, 사례 발표하고 얘기하는 게 저 개인적으로 좀 더 좋은 거 같아요. 근데 그런 사례 활동들 하면서 우리가 일단 상담사들도 성장하는 거잖아요. 상담사들의 성장은 심심의 질적인 성장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일단 양적으로 어느 정도 성장 해왔다고 한다면 이제 정말 상담의 질적인 성장, 상담사의 성장 이런 것들이 결국은 우리가 이 사업을 하는 취지에 맞는 수준으로 가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저는 상담사님들이 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심심에서 상담들을 해나갈 수 있는 전망을 마련해 드리는 거 사실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제는 어느 정도 기반이 마련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그런 질적인 향상에 대한 전망도 하고 있습니다.

이은경 : 질적인 성장과 함께 예방적인 차원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어린 아동이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건들이 보도되고 있잖아요. ‘심심’ 여성 내담자 중에서 심각한 가정 폭력과 가정 안에서 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례들이 있어요. 그런 가정인 경우, 어머니가 아주 무력해서 어머니의 역할 못하고, 딸에게 참으라고 하면서 그냥 덮어두더라고요. 반대로 아버지가 무력해서 아버지 역할을 못해서 어머니가 남편과 자녀들을 아주 교묘하게 괴롭히는 가정도 있어요. 주변의 친척에게 알려서 도움을 요청할 경우 폭력적인 당사자가 원래 어렸을 때부터 성격파탄자였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부모인데 ‘네가 참고 이해하라’고 하는 거예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 상황은 너무 처참하고, 참거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그냥 참고 이해하라는 것은 아주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내담자는 상처가 깊어질 수밖에 없고, 상처가 깊을수록 회복하기도 힘들게 되요. 이것은 일반적으로 우리사회가 정신병리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예방은 정신병리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귀제 :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길목에서 기행프로그램이 있잖아요. 저녁에 어떻게 지내는 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에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다면 한 두 시간 정도 심심의 집단프로그램을 넣을 수도 있는 거죠. 넣어서 조합원들끼리 친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속에서 뭔가 풀어내고. 제가 생각하는 게 그런 지점이에요.

이은경 :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조귀제 : 최근에 철도 한 칸을 빌려 같이 여행을 갔다 오고 싶은 사람이랑 다녀오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평소에 뭔가 할 얘기가 있는 사람의 사연을 미리 받아요. 받고  같이 가면서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들을 계속 만드는 프로그램이지요. 때로는 그 버스 혹은 기차에 유성기업 몇 분도 초대할 수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가족이랑 같이 와 보세요. 조계종이 하는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템플스테이처럼요. 지난번에 향린동산에서 수련회를 했는데 우리도 그 공간을 활용해서 어떤 프로를 하나 만들 수 있겠죠. 아무나 와라는 안 되는 거고. 내가 왜 이 프로그램 가고 싶은지에 대한 것을 가지고 프로그램 기획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지수 :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상담에 별로 관심 없던 사람인데 의무적으로 참여하다 보니까 상담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고, 제가 이제 한 10년 정도 후면 은퇴할 텐데 은퇴 이후에도 상담하는 분들을 계속 지원하는 이런 일들을 꾸준히 하는 게 제 전망으로서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런 제 전망을 길목에 있는 조합원과 같이 나눈다면 심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의 폭이 굉장히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해서... 요즘에는 심심 자체의 사람들을 위한 상담, 교육활동들이 있는데 그 외에 길목 전반적으로 폭넓게 세미나나 컨퍼런스나 학습이나 이런 것들을 조직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도 좀 해요. 그거는 매달 하는 게 아니고 분기별로 한 번이든 해서... 사실은 대부분 길목조합원도 정신건강에 대해서 마음의 건강에 대해서 관심이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활동가들을 위한 상담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조금 더 재정적 여유가 된다면 그런 분들을 위한 상담도 무료상담이 아니더라도 저렴하게 상담한다던지 해서 전반적으로 조합원들도 상담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런 것들까지도 나아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이런 개인적인 전망을 갖고 있습니다.

‘심심’이 조합원들과 함께 더 큰 보람과 기쁨을 나누고 보다 질적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많은 관심과 조언,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리면서 대담 마무리하겠습니다.

(다함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