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의 책 소개 : 단백질의 일생 | 나가노 히로유키 저, 위정훈 역 | 파피에
단백질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 무려 삼대 영양소의 하나이고, 우리 몸의 골격을 이루고 있고, 심지어 유전정보를 담은 DNA도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여기서 한 발짝을 더 나아가 단백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냐고 물어보면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고, 삶에서 지워버린 것이 확실한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의 악몽을 떠올리거나, 언젠가 본 적이 있지만 기억조차 희미해진 과학 다큐멘터리의 복잡한 구조물이 떠오를 것이다. 정말 중요한 건 알겠고, 왜 중요한지도 알겠는데 더 이상은 알고 싶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백질의 일생’을 쓴 나가타 가즈히로는 그 이유에 대해서 답을 해 주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단백질을 연구하는 학자이고 단백질에 대해 너무나도 궁금한 것이 많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책을 아주 쉽게 잘 쓸 줄 아는 연구자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된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모아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내는 작가들이 모방할 수 없는 전문가의 엄밀성이 책 전체에 고루고루 드러나 있다. 그래서 쉽다. 저자가 속속들이 알고 완전히 소화한 지식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단백질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책은 단백질의 소재가 되는 아미노산으로부터 출발해서, 단백질이 세포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이어서 단백질이 만들어질 때 DNA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고, 코로나19 때문에 자주 들었던 RNA의 역할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다음 장은 정말 단백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진짜 이야기를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이어서 세포에서 특정 영역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이 어떻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지, 수명이 다한 단백질은 어떻게 버려지고, 재생이 되는지,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수명과 직접 관련이 있는 단백질의 수명, 불량 단백질 처리 방식 등에 대해 알려준다.
전공 서적은 어려워도 되지만 과학책은 무조건 쉬워야 한다. 그렇다고 책이 소개하는 과학적 사실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알려주지 않는 무례함은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좋은 과학 교양서를 만나기가 어려운데, ‘단백질의 일생’은 그런 불만을 한 방에 날려주는 책이다. 우리 몸속에 서 생명 현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세포 안에서는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유전자가 그렇게 중요한지 궁금한 사람은 꼭 읽어 보기 바란다. 단백질은 우리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