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영56

진실된 안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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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일 파티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들(참사람 부족_호주 원주민)은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나는 케이크와 축하 노래, 생일 선물 등을 설명하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 케이크 꽂는 양초의 수도 하나 더 늘어난다고 이야기 했다. 그들이 물었다.

“왜 그렇게 하죠? 축하란 무엇인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하는 건데, 나이를 먹는 것이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나이를 먹는 데는 아무 노력도 들지 않아요. 나이는 그냥 저절로 먹는 겁니다.”

내가 물었다.

“나이 먹는 걸 축하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축하하죠?”

그러자 그들이 대답했다.

“나아지는 걸 축하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지요.”

나는 그 말을 깊이 명심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무탄트 메시지 중에서

 

얼마 전 생일이었다. 이번 생일은 되도록 조용히 지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sns에 생일이 뜨지 않도록 알림기능을 꺼두었고, 때마침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 마음먹은대로 최대한 조용히 보낼 수 있었다. 이번 생일에는 위의 참사람 부족의 축하파티처럼 ‘보다 나아진 나’를 찬찬히 찾아내고, 그런 나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소울메이트, 영적인 친구와 우리가 성장해온 과정들 그리고 더 나아진 모습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동안의 내 활동들이 시간만 허비한 것은 아닌지, 내 앞가림은 못하고 오지랖만 떨고 다닌 것은 아닌지, 변함없는 상황속에서 여전히 허우적 거리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싶어서 주눅들고 의기소침해 있던 쭈글쭈글했던 내 마음이 봄날의 꽃들마냥 눈깜짝할 새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봄날 생일을 맞는 나는 생일이 되면 봄을 타듯이 기분이 가라앉곤 한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성장하지도, 상황이 나아지지도 않은 것 같고, 아직 내세울 뭣도 없고, 매일매일이 여유없이 흘러만 가고, 나이는 꼬박꼬박 먹어 어느덧 중년이 되었고... 이런 생각들이 차오르다 보면 그나마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갑자기 봄바람이 머리카락을 마구 흩트리고 가듯이 자책감과 암담함이 그냥 훅 올라와 마음을 사정없이 휘저어 놓고 가곤 한다. 그런데 이번 생일에는 절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나의 성장된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아마 이런 변화된 태도가 내가 성장했음을 알려주는 시그널일 것이다.)

 

“나를 정의할 수 있는건 나 자신 뿐이다.” 이건 주제넘고 잘난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타고난 나의 천성과 살아오면서 마주한 경험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발견한 것들과 소중한 인연들, 더 나아지기 위해 해온 애씀들의 합집합이 바로 나란 사람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역사를 온전히 지켜보고 함께 만들어온 ‘나’의 생각을 듣는 일은 나를 정의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중요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나는 대부분 너무 엄격하고 겸손하고 비교를 잘하기 때문에 언제나 ‘믿음직한’ 친구나 지인, 가족에게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당신의 성장을 위해 어떤 기여를 했나요?”

“우리가 함께할 때 서로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우리는 우리 자신과 서로의 성장을 진심으로 원하나요?”

 

그러면 우리의 믿음직한 친구들은 ‘내가 모른척 했던 나에 대해’ 친절히 알려줄 것이다. 이건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평가에 따라 나의 태도가 결정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나의 태도가 나는 물론 다른 사람들, 그리고 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살펴보는 이야기다.’ 

 

이렇게 생일 날 나는 친구와 서로의 이름을 찾는 것을 도와 주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여한 것들, 그리고 내가 주로 잘 하는 기여와 방법, 즐겨하는 기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탐험가가 되어 우리의 수많은 이름들을 발견해 나갔다. 그리고 그 많은 이름들 중에서 드디어 나 다운 이름을 만날 수 있었다. 

 

“진실된 안내자”

 

이렇게 나에게 이름을 붙여주니 대지에 쭉쭉 뿌리내린 나무처럼, 그리고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존재하는 공기처럼 충만하고 살아있는 느낌이 온 몸 가득 전달되었다. 그리고 내가 지어준 나의 이름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과 내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내가 아는 좋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진실되게 알려주고 나누며 살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오래전부터 생각한 일인데, 난 오늘부터 내 이름을 그냥 ‘작곡가’에서 ‘위대한 작곡가’로 바꿀 거야.”

그들은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들이 결코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놀라운 재능을 꽃피워, 그것을 남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 자축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무탄트 메시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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