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균57

다니엘 헬미니악 -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

소개 2:

다니엘 헬미니악의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 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

 

                                                    

1

 

차별금지법.......

 

입법화를 위한 노력이 2007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성정체성을 포함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옳지 않다는, 법령이라기 보단 선언에 가까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길 올해로 자그마치 15년째 하고 있는 것이겠다. 솔직히 얘기해 보자. 차별하지 말자는 법 제정을 반대한다? 그럼 대놓고 차별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차별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이 로봇 태권브이 오른다리 긁는 것 같은 소리가 권력적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 국민의 행복추구가 보장되고 있는 나라일까?

 

더욱 슬픈 것은 작금의 안타까운 상황을 강하게 추동하고 있는 세력이 신의 이름으로 차별을 공고히 하고 있는 주류 개신교라는 점이다. 이들은 ‘이성애는 신의 섭리’라는 주장을 앞세운 가운데 개신교인 국회위원과 정치인을 동원해 입법운동을 방해했고, 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는 축제 참여인들에게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서슴지 않았으며, 행진 차량 밑으로 들어가거나 길바닥에 누워 통성기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을 의식한 정치인들은 입법 요구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등의 천편일률적 답변을 여야를 막론하고 늘어놓기에 바빴다. 도대체 그놈의 시기라는 것은 언제 온다는 것인지, 40일이 넘도록 단식을 해도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서 국민적 공감대는 어찌 만들어 간다는 것인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지난 시간이 마냥 멈춰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 15년 전에는 전무했던 개신교 성소수자 인권운동 단위가 형성되었고, 신학적 논의가 지속되고 있으며, 무지개교회를 표방하는 교회공동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퀴어 성서주석이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이 같은 논의를 촉발시켰던 책 중 하나를 오늘 소개할까 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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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소개할 책은 다니엘 헬미니악의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 신이 허락하고 인간이 금지한 사랑”이다. 한국에서도 2003년(해울)에 출간되었으니 이젠 꽤 연식이 있는 책이 되시겠다.

 

제목부터 강렬한 이 책에서 저자는 ‘과연 성서가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동성애 반대를 포함한 개신교 근본주의의 보수-반동적 입장은 성서에 대한 문자주의에 그 원인이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성서에 대한 비평적 읽기’를 제안하는 헬미니악은 성서본문의 역사, 문화적 맥락을 살펴, 본문의 당대 의미를 밝히고, 다시 이에 대한 현대적 가치를 해석할 필요가 있음을 주창하였다.

 

이 같은 견해를 바탕으로 그간 동성애 반대의 근거로 인용되던 구절들에 대한 적극적인 재해석이 시도된다. 이를 통해 동성애에 대한 신의 진노 기사라고 인용하던 소돔 멸망 설화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에 대한 하나(느)님의 경고로, 남색금지법전이라 명명하던 레위기 법전은 유성생식을 통한 생존과 공동체 강화 이데올로기로 그 모습을 달리한다. 이 밖에 창조설화, 바울서신 등 1,2성서 전반에 걸친 역사-문화적 비평을 통해 성서는 동성애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반대에 열을 올리는 문헌이 아님을 논증한다.

 

게이나 레즈비언 섹스 자체가 선한지 악한 지 즉, 동성 간 성행위 자체가 옳은 지 그른지를 분명하게 알아보고 싶다면 성서가 아닌 다른 곳에서 답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성서는 결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으며, 오히려 동성애에 대해서는 일부러 개의치 않으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본문 202쪽 중)

 

3

 

얼마 전 홀로 단식을 이어가던 미류님의 농성이 마무리되었다. 단식을 종료하던 날, 미류님은 “비록 거대 양당의 외면을 넘어갈 순 없었지만 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출구전략을 모색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였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선언은 다른 출구가 필요 없는, 반드시 그리 되어야 할 공공적 가치이다. 이 같은 가치에 대해 ‘종교적 범죄’를 운운하며 막아서려는 주류 개신교가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3년, 번역 출간된 지 벌써 19년이나 지난 책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슬프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고전은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있는 것일 테니, 개신교 교권주의자들의 작태에 대해 냉소하는 대신, 시간을 아껴 이 책의 첫 장을 넘겨보면 어떨까 하며, 한국어 판 출간을 축하하며 한국 독자에게 보낸 서문 중 일부로 부족한 소개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시대는 변하고 있습니다. 급격하게, 그리고 심대하게 말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놀라운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나 어떤 변화든 필사적으로 막아보려는 일부 사람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이들은 시대의 흐름을 막으려는 자신들의 시도를 하느님의 이름으로 행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오도된 행동은 사실 하느님의 일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듯 '재미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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