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창간호에서 만나보실 조합원은 ‘윤영수님(길목 이사, 현 백악미술관 관장)’입니다. 제대로 된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조용한 찻집을 찾아 인사동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윤영수님을 통해서 길목의 탄생과정과 향린교회를 주축으로 한 진보 기독교 운동의 역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나 접할 수 없는 값진 이야기였지만 이를 심층적으로 담아내기엔 필자의 역량이 부족합니다. 이 부분은 내공을 갖춘 필자분이 언젠가는 담아내시리라 믿습니다.
꼭지의 목적에 최대한 성실히 부응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니 과욕을 부리지 않겠습니다. 본 꼭지에서는 지면을 통해 조합원 한분 한분을 소개한다는 느낌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개인사를 표현할 수 있는 질문을 구성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공통분모인 길목에 대한 생각과 꿈을 모아내는 장을 구성해 보았습니다.
그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윤영수를 소개합니다.
- 이름과 나이를 밝혀 달라?
윤영수, 57세
- 스스로 보는 자신의 외모는?
흰머리가 몇 가닥 있고 이마에 주름이 없어서 나이에 비해 젊게 보인다고 듣는 편이다. 밝게 웃는 표정보다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많아서 사람들은 가끔 내가 심각하거나 힘을 주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사진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실제 모습이 좀 낫지 않을까^^
- 남들에게 들키진 않았지만 별난 습관이 있다면
별난 습관이랄 것은 없는데....머리카락을 만지거나 정리하는 모습을 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어릴 적 가족이나 친구들이 종종 부르던 별명이 있는가?
영수라는 이름이 철수, 순희, 영희만큼 초등학교 교과서에 자주 나와서 친구들이 “순희 친구”라고 부르곤 했다.
- 애창곡 또는 즐겨듣는 음악은?
대중가요, 팝, 클래식 어느 것에 치우지지 않게 모두 즐겨 듣는 편이다. 김민기의 ‘봉우리’, 존덴버의 ‘Today’,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 등등
- 하루 일과가 끝났거나 바쁘지 않을 때 주로 무엇을 하는지?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책을 읽는 경우가 많고, 일과가 끝나고 집에 오면 상당 시간을 TV를 본다.
- 자신의 캐릭터를 ‘동물’로 표현한다면
소. 소띠이기도 하지만 소가 가지고 있는 우직하고 근면한 성격이 나와 비슷하다.
-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물건’으로 표현한다면
사다리와 계산기. 사업이나 활동은 혼자서 하기 보다는 함께 할 때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관계자들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그 연결을 감당하는 모습이 사다리 아닐까. 또한 사업이나 활동의 계획 시에 결과에 대한 판단과 예상이 꼭 필요한데 그래서 계산기로 표현해 보았다.
- 가장 아끼는 이가 있는가? 그(그녀)를 ‘식물’로 비유하자면
식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어려운 질문이다. 안사람은 무슨 말이나 나룰 수 있는 친구이고 내가 할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채워주는 에너지 공급자이다. 이에 해당하는 식물이 무엇이 있을지....? 수국을 키우며 기뻐하는 모습을 가끔 보았는데 수국으로 비유하고 싶다.
- 인생의 멘토나 스승은
신앙적으로는 향린교회의 고 홍근수 목사님이고, 사회적으로는 대우에서 일할 때 알게 되어 직장을 그만 두고도 20여년을 꾸준히 만나왔던 고 이상훈 부회장님. 두 분을 꼽을 수 있다.
- 살면서 가장 슬프고 힘들어 두고두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일(사건)
어머님의 갑작스런 암 투병과 죽음(1991년), 아버님이 오랜 시간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지내시다 돌아가신(2004년) 일이 가장 두고두고 마음에 떠오른다.
- 살면서 자신이 행한 가장 바보스런 일(행동)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자본주의적인 삶을 살지 않겠다고 계속 생각은 하면서도 지금도 여전히 자본주의적인 생활을 취할 때가 있다. 한 예로 주식투자를 재테크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아직도 착각하고 있다.
- 살면서 마음이 뭉클해진 감동의 순간은?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저녁 늦게 광화문광장에 나와 시민들과 인사할 때. 그의 당내 경쟁자들과 동지들이 함께 나와서 회포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인간적인 따뜻한 모습, 남을 배려하는 마음, 겸손한 모습을 볼 때 비슷한 느낌을 갖는다.
- 어떤 상황을 만나면 피하고 싶어지는가?
어렴풋하게라도 나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느껴지면 그 상황이나 그 당사자를 피하고 싶어진다. 예를 들어 자주 마주쳐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과 뭔가 불편함이 있으면 대화를 통해서 해소하기 보다는 피하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하는 면이 있다.
- 어떤 상황을 만나면 분노가 끓어오르는가?
거짓인 줄 알면서도 이기적인 판단 때문에 진실인양 주장하는 모습, 권력과 재물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 자기의 외형적인 우월감 때문에 상대방을 무시하는 모습....이런 모습들을 보면 분노가 느껴진다.
길목과 사회의 접점을 탐색하다.
- 길목과 어떤 인연으로 시작하게 되었나?
향린교회 교우로서 6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된 ‘길목’의 진행 상황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고 활동의 취지에 공감하였기에 조합원으로 가입하였다.
- 길목에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조합원으로서 활동을 계획하는 일에 함께 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일차적인 역할이다. 또한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자 한다.
- 현재 한국사회에서 시급히 진행되어야 할 사회적 치유의 영역은?
종교와 학교(특히 대학교)의 공동체성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본다. 전통적으로 사회학에서는 사회를 공동사회와 이익사회로 분류하고 그 특징을 살피는데 어느새 한국에서 종교와 학교는 공동사회적 성격이 약화되고 이익사회적인 성격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 현재 한국사회에서 천천히 그러나 근본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사회적 치유의 영역은 어디인가?
해방 이후 70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남북분단과 그로 인한 이념적 갈등과 전쟁 위기,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한국사회가 겪는 혼란과 국가적 비용이 너무 크다. 분단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평화와 통일을 향한 남과 북의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 만큼 한국사회 내부의 지역적, 세대간,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작업이 필요하다.
- 지난 역사나 문명 속에서 이러한 사회적 치유의 역할을 해온 모범적인 인물(단체)은?
이와 같은 역할을 해온 인물(단체)을 특정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영역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고 그 만큼 다양한 사람과 단체가 역할을 하고 있다.
- 종교적 삶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 부터 갖게 되는 이기적인 삶의 모습을 이타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
- 자신이 가장 즐겨 읽거나 자주 떠올리는 성경 속 구절을 소개해 달라?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라고 불릴 것이다.
- 비종교인을 만났을 때, ‘예수’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예수는 2000년 전에 이 땅에 생명과 평화, 정의를 실현하고자 애썼으나 결국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죽음으로 끝난 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살아서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이루고자 애쓰는 사람들과 함께 생명이 존중되고 평화로우며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는 분이다.
- 종교의 사회적 역할, 공공적 역할의 최대치와 한계는 어디라고 보는가?
종교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한다는 절대적 가치를 지향하고 그것에 위배되는 것은 불의라고 규정하고 불의한 자(집단)을 비판하고 회개하도록 행동하는 것이 최선의 공공적 역할이다. 그렇게 행동함으로 얻어진 정의로운 가치를 세상 삶의 현장에서 구체화하는 활동은 종교의 역할을 뛰어넘는다고 본다. 그 점이 한계가 될 것이라고 본다.
- 길목에서 자신이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은?
향린공동체를 중심으로 창립된 이후 현재까지 참여의 폭이 그다지 확대되지 않은 것 같다. 길목이 가진 사회센터로서의 역할과 협동조합의 활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같이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비슷한 활동을 하는 모임과도 교류하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
- 앞으로 길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당초 설립할 때 설정한 목표(프로그램/콘텐츠/협동조합/진보기독인네트워크)들이 지속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내부적인 역량을 결집하고 그 외연을 꾸준히 확장해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