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석59

벌레들의 역습과 공존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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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몇 해 동안 4월 말이면 농장 근처에는 개나리, 아카시아, 꽃잔디 등 여러 종류의 꽃들이 피었고, 개화시기를 맞춰 이동하는 벌통들이 수십여 개가 놓여졌다가 꿀을 채취하고는 좀 더 늦게 꽃피는 북쪽으로 벌통을 이동시키는 모습을 보아 왔다. 공릉천 건너 마을 할머니 댁에 놓인 벌통에서 꿀 채취를 하던 분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아카시아 꿀맛을 보라고 권한다. 서로가 통하면 진품 아카시아 꿀을 좋은 가격에 사고팔기도 한다. 아쉽게도 금년에는 벌통의 이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벌통들이 보이질 않고, 이웃들에게 꿀맛을 권하던 아저씨들의 모습도 볼 수가 없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붉은 꽃잔디와 작약, 매발톱이 무더기로 피어있는 곳에도 벌과 나비가 어쩌다 드문드문한 것은 지금까지 살며 보아 왔던 생태의 모습과는 너무 달라 놀랍기도, 안타깝기도 하다. 그나마 최근 담장 가득 붙어 피어있는 능소화에 왕왕 벌들이 보인다.

 

2.

 

뉴스 검색창에 <은평구 사랑벌레>를 검색하면 많은 기사가 뜬다. 6월 말 경, 심하게 앓았던 코로나 후유증으로 근력이 떨어져, 체력을 키울 목적으로 새벽 뒷산에 올랐더니,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기사화로 알게 된 이름- 사랑벌레)가 잠깐 사이에 수십 마리가 온몸에 달라붙어, 벌레 떼어내기 운동만 하다가 내려왔다. 그 며칠 후 에어컨을 잘 안트는 습관으로 차 창문을 연 채 구파발 인근의 신호등 대기 중, 순식간에 수많은 사랑벌레가 차 안팎으로 밀려들어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3.

 

오늘 아침 뒷산에 올라 운동기구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갔더니, 각 기구들마다에 대나무 마디들과 비슷하게 생긴 초록과 갈색의 벌레들이 잔뜩 붙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적당히 피해 가며 운동을 하는데, 몇몇 주민들은 벌레를 색출해가며 죽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공간을 이동하며 아내에게 물으니 (막)대벌레라고 이름을 알려준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산을 좋아하는 은평구 주민들은 <벌레의 역습>을 목격했다. 어느 날 갑자기 아파트 외벽에 시커멓게 달라붙고 급기야 창틈을 비집고 집안으로까지 몰려들었던 사랑벌레, 뒷산엔 걸을 때마다 발에 치일 듯 많은 대벌레를 주의해야 한다. 잘은 모르지만, 언급한 두 종류의 벌레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곤충들은 아닌 듯하다. 그렇게 많던 사랑벌레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방송 “방제를 위해 소독약을 칠 예정이니 창문 단속 잘해 주시기 바랍니다.” 와 부~~웅 하던 소독약 치는 기계음이 들리던 날 이후로는 거의 보이지가 않는다.

 

작은 텃밭 하나를 하더라도 장마철에는 돌아서면 웃자라 있는 잡초들로 인해 분주하기가 이를 데 없다. 제초 매트를 깔고 제초기를 돌리고 돌려도 잡초 전쟁에 밀리면, 결국에는 제초제를 뿌리고야 만다. 벌과 나비가 없는 세상에 대한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들을 언급하는 보도가 많다. 나름의 질서 있던 자연계가 지구 온난화와 인간의 편익 우선주의 생활 형태로 인해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뒷산에서 가끔씩 발견되었던 벌레가 떼가 되어 거리로 날아들어 신호등을 기다리는 자동차를 에워싼다. 메뚜기 떼의 습격을 받던 어느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 아니라, 지난 7월 초 구파발에서 있었던 얘기다.

 

문명의 발달이 결국은 생태의 영역을 더 깊고 넓게 침범할 수 있는 기술을 늘리고, 인간에게 영역을 빼앗긴 벌레는 빼앗긴 만큼 한순간에 생활 영역을 넘어 쓰나미처럼 덮친다.

 

땅 일을 하다 보면 크게 주의하지 않아도 생태가 아파하는 모습을 살필 수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생태주의자가 되지 못하고 편리주의자의 삶을 산다. 코로나, 벌레들의 역습, 편리 추구 형 문명의 발전 등을 고민해 보면 생태와 공존이 절실하다. 아울러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화이부동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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