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에 시청 부근에서 열린 ‘924 기후정의행진’에 수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는데요. 저희 향린교회도 30여 분의 교우들이 참여했습니다. 내년 5월이 창립 70주년이기도 하고, 광화문 예배당에 들어가는 시기여서 이런저런 고민도 하고 준비도 하고 있는데, ‘창립 70주년 사업준비위’에서 이 행사에 참여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교회 차원에서 거리 집회에 참여한 지 오래됐고, 임시 예배처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어서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10여 분의 교우들이 모여 함께 그림을 그리고 구호를 쓰면서 재미있게 피켓을 만들고, 어린이부에서도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만들어서 피켓이 풍성했습니다. 요즘은 피켓을 상자 골판지에 직접 써서 만들더군요. 저는 ‘옛날 사람’이라서…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해 보니 기존 집회와 뚜렷하게 다른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청년과 여성이 다수 참여했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 참석자도 많았습니다. 행진의 주제가 참석자들의 주된 관심사였기 때문이겠지요. 선도차에 타고 대열을 이끄는 분들도 2030세대였고, 차에서 튼 노래도 그 또래들의 노래였습니다. 특히 밝게 편곡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 선도차에서 흘러나왔을 때 “우와~~”가 절로 나왔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토요일 오후에 교우들과 함께 시청-광화문 일대를 걸으면서 세상의 변화, 운동의 변화를 느꼈습니다. 이제 ‘진보적인 교회’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보수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교회가 커뮤니티를 넘어서서 기후정의와 평화, 노동, 젠더, 불평등의 문제가 엉켜있는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예수운동의 즐거운 근거지가 될 수 있을까요? 교회가 서로 위로하며 힘을 얻는 행복한 공동체가 되어야 그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걱정과 함께 희망도 보이는 시간이었습니다. 길목의 다른 교회들은 어떻게 지내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