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64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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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 이민아 역

2021 | 디플롯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 이론을 배웠다. 적자생존은 다윈(C. Darwin)이 고안한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란 개념을 대체하여 스펜서(H. Spencer)가 퍼트린 개념이다. 스펜서는 대표적인 사회진화론자다. 나는 적자생존이 자연세계만 적용되는 이론이 아니라, 학교와 사회와 국제관계에서도 두루 적용된다고 배웠다.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최적자가 되어야 살아남는다고 배웠다. 그래서 그것이 자연과 사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주요 원리인 것으로 생각했었다. 적자생존론에 따르는 삶이 삭막하고 잔인하지만, 삶이란 게 원래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정말 산다는 것은 서로 먹고 먹히는 것인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리의 삶에 사랑, 우정, 인정, 도움, 헌신, 약속 같이 따뜻하고 안전한 것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것들이 풍부하게 체험되는 인생을 살면서, 어째서 마음 한쪽에 ‘경쟁’이 삶의 원리인 것처럼 생각하는 면이 있었을까? ‘경쟁’보다 ‘협동’이 더 적합한 생활 원리라라고 믿으면서도 ‘경쟁’의 악령은 마음 한 구석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Survival of the Friendliest)는 명제는 지금까지의 남아있던 마음속의 악령을 쫓아냈다. 이 책은 ‘다정함’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에 유리한 전략이 되었는지 밝혀준다. 동물의 행동을 탐구하면서,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도 여러 실험을 통해 중요한 특징을 밝혀내었다. 그것은 ‘친화력’이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이라는 ‘자기가축화’ 가설이다. 자기가축화 가설은 야생종이 사람에게 길드는 과정에서 외모와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인간도 사회화 과정에서 공격성 같은 동물적 본성이 억제되고 친화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자기가축화가 타인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도 향상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타인에게서 위협을 느낄 때 그를 비인간화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저자는 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이며,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서 두루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어떤 정치 이데올로기에서든 가장 극단에 속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경쟁자를 비인간화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한다.

 

저자는 한 종의 사람이 다른 종의 사람을 정복할 무기를 생각해 낸 이래로 지능을 과하게 강조해왔음을 지적한다. 그 지능을 가지고 사람들 사이에 구분선을 긋고 동물에게도 잔인한 고통을 가해왔다. 그러나 동물도 인간도 고통을 느끼는 존재이고,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나름대로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지능보다 소중한 것은 친화력이다. 우정과 사랑이 소중하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났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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