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효열64

우리는 모두 자신의 마음 안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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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궁금한 것이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 저 빨간색은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색으로 보일까? 과학 시간에 그 의문이 풀렸다. 어떤 게 빨간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특정한 파장을 가진 빛 때문이었다. 같은 파장의 빛을 보면서 같은 색이라 이야기해도 별문제 없겠구나 납득이 되었다. 색맹 검사를 마치고 나서 다시 의문이 들었다. 다른 파장의 빛을 보면서 그 다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 혼란은 마음공부를 한 후에야 그나마 수습이 되었다. 마음이 객관적인 것과 무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이고, 그래야 한다는 사실을 좀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마음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 온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내가 혼자일지 모른다는 외로움 혹은 불안감에서 시작되었거나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애씀이 아닐까 생각한다.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것도 이런 마음의 연장선이었다. 게다가 심리학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이라 주장을 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 주장의 한계와 의미를 잘 모르고 있었다. 심리학이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이나 방법론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학문이 다가갈 수 있는 영역을 기존의 방법을 써서 연구할 수밖에 없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과소평가한 탓이다. 과학으로 설명을 시도할 수조차 없는 것들이 너무 많고 광범위했다.

 

마음이 객관적인 것과 무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이라는 결론에 이르면서 마음이 한결 느긋해졌다. 스스로 내린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이 결론에 이르기 전과 후의 내 내부에서 어떤 것이 바뀌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궁금해하고 의문을 가졌던 것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였고, 질문의 과정에서 등장한 불편함이 상쇄될 만큼의 만족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구하는 답이 많지 않고, 더 많은 답이 없다고 해서 더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그 길에 머무를 수 있었다. 다행히 마음은 이 결론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마음은 결정적인 증거를 요구하지도 않고, 결론의 완벽함이나 완전함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마음은 다만 매 순간 균형이 잡혀있는지를 묻고 답했다.

 

마음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안다. 다만 그걸 모르고 마음이 더 애쓰라고 다그치면 그 다그침이 멈출 때까지 힘들어하면서 기다린다.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특별한 근거나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마음이 원래부터 그렇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마음을 이용하거나 사용한다기보다는 마음이 우리를 살게 해 주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마음은 우리에게 삶의 이유와 의미와 방법을 알려주는 존재인데 우리가 거꾸로 마음을 이용하려 들면 고통만 늘어날 뿐이다. 그럴 때는 고통을 주는 것이 마음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고통이란 신호를 주고 있음에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송신기인 마음이 더 이상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늘 마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마음 안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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