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호연 | 나무옆의자 | (1권) 2021.4.21 / (2권) 2022.8.10.
간만에 국내 대중소설을 읽었다. 원래 서점의 베스트셀러는 믿고 거르지만, 입소문으로 접한 소설이 의외의 재미와 감동을 주었기 때문에 특별히 추천해 본다.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에 소재한 ALWAYS 편의점. 구색이 변변치 않아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는 동네 편의점을 배경으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울렁 더울렁 펼쳐가는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노숙자, 취업준비생, 연극배우, 백수, 작가지망생, 퇴직 교사, 셀러리맨, 음식점 사장에서 경찰 출신 흥신소 업자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동네에서 마주칠 만한 등장인물이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조금 특별해서일 것이다. 스포트 라이트 밖 그늘진 언저리에서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는 법이다.
누구나 하나 이상의 걱정을 안고 산다. 근심과 걱정을 툭 터놓고 얘기할 상대가 없어 혼자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오늘날 도시인들은 모두 외롭다. 1권을 이끌어가는 축인 편의점 야간 알바 독고 씨는 혐오의 눈길과 천대를 받는데 익숙한 노숙인 출신이다. 그는 조용히 주변 사람들은 관찰하고, 알게 모르게 슬쩍 간섭한다. 그의 무기는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경청이다. 그의 어눌한 말은 진실로부터 우러나오기에 힘이 있고, 햇살처럼 굳은 마음을 녹인다.
이 소설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나름 절박한 사정에 처했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변화의 계기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과 같은 언어가 변화를 추동한다. 주역에 나오는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의 순간이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것을 싫어할 뿐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변화가 아니라 스스로 이끌어 가는 변화. 진짜 친구는 기다려주며 넌지시 도와줄 뿐이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마음을 고쳐 먹고 변화를 실천하는 순간 꼬인 일들이 마법처럼 술술 풀리는 플롯은 전형적인 해피 엔딩 문법이다. 통속적이기까지 하다. 코로나 시대를 견디는데 힘을 북돋아 주는 이야기이므로 응당 베스트셀러가 될 만하다. 그러나, 언저리에서 피멍 든 삶을 사는 평범한 이웃들의 얼굴을 통해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 또한 감동스럽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