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에서 새 친구를 사귀는 달 3월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삶을 기원하고 싶지만, 현실은 이러한 기원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중단되었던 대면 수업이 재개되면서 학교폭력(이하 학폭) 문제도 다시 늘고 있습니다. 학폭은 언어폭력, 신체폭력, 금품갈취, 집단 따돌림, 사이버 폭력, 강제 심부름(예: 빵셔틀, 와이파이 셔틀), 성폭력 등 유형이 다양한데, 특히 명예훼손, 모욕 같은 언어폭력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룻만에 낙마한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도 민족사관고 재학 중 동급생에게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언어폭력을 8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가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정씨의 이름만 들어도 몸이 떨리는 불안 증세를 겪었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 에피소드, 공황장애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을 뿐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 속에 있는데, 학폭 가해자는 서울대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아울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가 되고, 학폭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피해자가 사적 복수에 인생을 바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응원이 쏟아지는 현상을 보면서, 당국과 학교는 학폭 근절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의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 아름다운 인생을 가꾸는 것을 짓밟는 폭력의 현실이 답답하여,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의 한 구절을 곱씹어 봅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